우리 남편이 눈치가 빨라서 글쓰고있으면 자꾸 쳐다봐요<br>한글을 읽는지 못읽는지 알아듣는지 못알아듣는지 알수가없어 오늘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못하는 홍길동에 빙의하여 남편이 안볼때 품앗이하듯 조금씩 글을 쓰다가 올립니다 <br>어제 간만에 한국슈퍼에 갔는데 마른오징어가 눈에 띄어 사왔지만 오징어 알러지가 있는 남편덕분에 아직 개봉은 못했어요 <br>오징어를 사다놓고 쳐다만보고 먹을수 없는 이런 슬픈 감정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느꼈던 감정이겠죠 <br>라고 썼지만 <br><br>이게 무슨 개소리인가요 <br><br><br><br><br>1. 나는 남편과 강제로 방구를 텄음. <br>연애시작도 전에 남편이 공공장소에서 방구를 부욱 뀌길래 아 이남자 뭐야 하고 질색팔색을 했었음. <br>물론 자매품으로 트림할때 끄아아악 하며 용이 입으로 방구뀌는 소리를 냄. <br>더 대박인건 트림하면서 말도함. monkey butt (원숭이 엉덩이) 라던가 누가 잊어먹을까봐 자기 이름을 말하기도 하고 암녕하쎄요~ 라고 인사도 함. <br>아무튼 결혼 직전이었던가..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남편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있었음. 소오름 <br>나는 자는 네 모습이 아름다워서~ 이딴 멋진말을 기대하며 "자기 왜~" 하고 쳐다봤더니 <br>어젯밤 자는 내내 니가 방구를 하도 껴대서 잠을 설쳤어. 라며 충혈된 눈과 까칠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쉼. <br><br><br><br><br>2. 우리 남편 성은 발음도 힘든 북유럽쪽의 성임. <br>구글에 남편성을 치면 듣도보도못한 알파벳 위에 점 찍힌 글씨들이 나오던가 시댁식구들이 쫘라라락 나옴. <br>우리 친정엄마는 남편 성이 미국스럽지 않은것이 좀 별로였나봄. 자꾸 남편 이름을 까먹으심. <br>내가 남편 성이 북유럽쪽이라니까 "그럼 그... 저기 뭐야.. 그.. 바이킹이네!!!" 라고하심. <br>첨 만났을땐 우리 엄마가 나한테 다 들리는 큰소리로 "하도 커서 치켜 올려다보느라 목이 너무 아프다" 라며 귓속말을 하셨음. <br>우리 어머니는 키가 155라고 우기시는데 내가볼땐 150 초반임. <br>내가 초딩때 엄마의 키보다 커지자 어머니는 아이고 나는 내 자식들이 나보다 컸으면 했는데 소원성취했구나~ 하시더니 <br>내가 20살 방학때 한국에 갔더니 예전보다 키가 더 큰거같다며 그만좀 크라며 구박을 하셨음 <br>근데 사위가 키가 190이 넘어버리니까 나보고 너네 둘이 너무 꼭 붙어다니면 너무 커서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니까 적당히 떨어져다니라고 하심 ㅋㅋㅋㅋ <br>본인 키가 171인가 신발벗고 재면 아무튼 170쯤 되는데 우리 엄만 어쩔때는 좋다고하고 어쩔때는 싫다고 함 <br>그래놓고 남들한테는 우리 딸내미는 슈퍼모델처럼 늘씬하고 키가 크다고 하도 자랑을해서 엄마 지인만나는게 충격과 공포수준으로 꺼려짐. <br>난 그냥 큰거지 늘씬하지는 않거든요 ㅠㅠ <br>결혼하고 엄마랑 남편이랑 셋이 수족관에 놀러갔는데 엄마가 보라는 물고기는 안보고 자꾸 우리 남편 손이 까칠하다고 그러는것임. <br>그래서 엄마는 왜 남편 손만보냐고 그랬더니 "니 남편 손이랑 나랑 눈높이가 맞아서......." 라며 수줍게 말씀하심<br>사진찍어준다고 했더니 엄마가 손으로 이러케 이러케 부채질을 하면서 "씻다운!!" 이라고 함. <br>눈치 빠른 남편이 계단 두개 내려가고 무릎도 살짝 굽혀줌. <br>앞에서는 글케 말하고 주변사람들한테는 우리 사위는 만나고 싶어도 아무나 못만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도 자랑을 하시긴함. 전형적인 츤데레 어머니이심. <br><br><br><br><br><br>3. 연애 초반 남편한테 당신 부모님은 어디 사셔? 어떤 분들이셔? 이렇게 물어본적이 있었음 <br>남편은 두분은 은퇴하셔서 어디어디 사시는데.. 사실 난 우리 엄마랑 이틀이상 같이 못지내 라는 말을 하는것임. <br>음 전형적인 독립적인 아들의 모습이군 싶었는데 며칠있다가 우리 부모님 보러갈래? 하고 물어봄. <br>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시부모님댁에 급하게 가게 됨. <br>두분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셨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남편을 보자마자 반갑게 끌어안으시고 <br>우리 시아버님은 걍 나를 막 끌어안으면서 웰컴투 패밀리~~ 막 이러시는데 남편이 "아버지 수작걸지 마세요" 라면서 시아버지를 저지함 ㅋㅋㅋ <br>그리고 그렇게 2박 3일을 시부모님댁에서 보냈음. <br>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와 다르게 일찍 일어나 거실로 가서 어머님께 인사를 함 <br>남편은 아직 쳐자고 계셨음. <br>나는 원숭이가 덕지덕지 그려있는 잠옷바람채로 어정쩡하게 서서 어머님한테 뭐 도와드릴건 없냐 물어봄 <br>그러자 어머님이 도와줄건 없는데 넌 어떻게 쟤랑 사귀니? 이러심 <br>내가 싫으신가?? 설마 설마 하며 맘을 졸이며 네?? 하고 되물으니 <br>"쟤 코고는 소리때문에 내가 잠을 설쳤어" 라며 나의 청력을 의심하심 ㅋㅋㅋㅋㅋ <br>그 얘기를 나중에 친정엄마한테 해드렸더니 엄마왈 "기골이 장대한 바이킹의 후손이라 코도 우렁차게 고는구나" 라고 하심. ㅋㅋㅋㅋㅋㅋ <br>하긴 예전에 지진나서 침대 밑 발판같은게 쿵 쓰러지는데도 모르고 나는 그냥 푹 잤다니까... <br>(그걸 또 안깨우고 걍 자라고 냅둔 어머니도 대단하심) <br><br><br><br><br>4. 우리 남편 회사에서 몇년전에 외국어 배우는걸 권장하는 취지로다가 로제*스톤 이라는 프로그램 무료 이용권을 뿌림. <br>당연히 남편은 한국어를 배우겠다며 나한테 떠벌떠벌 자랑을 함. <br>그리고 어느날. <br>내가 냉장고 옆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데 쪼르르 쫓아와서는 "무-를 마쎠요~~" 라고 하는것임. <br>나는 이인간이 그래도 한 단어씩 배우는구나 싶어서 잘한다 잘한다 하며 궁디팡팡을 해줬음. <br>며칠후. 집에오는 길이었는데 깜깜한 저 멀리를 가리키며 "푸릐~~~ 푸릐~~~" 라고 하는것임. <br>응? 뭐라고??? 하니까 또다시 "프릐~~ 푸릐~~" 라는것임. <br>무슨말인지 제대로 말해봐 라고 하자 grass (잔듸)가 한국말로 푸릐 라고 배웠다는것임. <br>그래서 내가 풀!!! 이라고 가르쳐주니까 나는 푸릐 라고 배웠는데 하며 입을 쭉 내미는것임.<br>뭐라고 배웠는데 앞뒤 문맥을 다시 말해보라하니까 "푸-릐~ 파뤠요~~" 라고 문장으로 말해줌. <br>그래서 ~이 는 접사니까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니 지침. 그래서 걍 잘했다고했음. <br>집에 도착해서 남편을 물을 마시며 또 "무-를 마셔요!!" 라며 말함. <br>물도 무르 라고 말할거 뻔해서 정정해주기 지치니까 걍 잘했다고 궁디팡팡을 해줌. <br>며칠후, 남편과 좀 고급식당에서 외식을 하게됨. <br>남편이랑 막 수다떨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뭔가를 가르키며 "흐인새끼!!" 라고 함. <br>응?? 뭐라고??? 라고 하니까 또다시 흰새키! 라고 외침. <br>남편이 가리킨 곳에는 백인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스테끼를 썰고있는데 흰새끼라니 ㅠㅠㅠㅠ <br>나는 어디서 욕을 배운줄 알고 막 다그침. 나쁜말이라고 막 뭐라고함. <br>남편은 또 시무룩해하며 저 테이블보 white라고 중얼거림. 또 뭐라 배운거냐고 하니까 **이 흰색이에요 이문장임. (**이 뭐였는지 갑자기 기억이 안남) <br>아 놔 진짜 <br>그래서 컬러 화이트는 흰색! 이라고 정정을 해주고 ~새끼라고 발음을 하면 안된다고 설명을 해주고있는데 웨이터가 음식을 들고 나타났음. <br>남편을 그 웨이터를 가르키며 "거문새키!!" 라고 하며 씨익 웃음. <br>웨이터가 흑인이었음. ㅠㅠ <br><br><br><br>(참고로 그 웨이터는 저희랑 무지 친한 친구임 나중에 내가 설명해주니까 친구가 남편한테 마더풔커 크래커라고 욕해서 쌤쌤됨) <br><br><br><br><br><br><br>5. 내 친구중에 한인 혼혈이 있는데 이름이 킴벌리 임. <br>킴벌리는 한국말을 99프로 못함. <br>물론 나도 대놓고 한국말도 영어도 잘 못하기때문에 이해함. <br>우리 남편이 하루는 킴벌리랑 킴벌리 남친한테 너네 coffee가 한국말로 뭔지 아냐고 물음. <br>둘이 응? 컾퓌 아니냐고 그러니까 겁나 자랑스럽게 우리남편이 "코피!!" 라고 함. <br>그리고는 copy도 코피라며 혼자 웃고 난리가 남. <br>킴벌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orange juice는 한국말로 뭐게? 라고 되물음 <br>남편은 갑작스런 반격에 할말을 잃음. <br>킴벌리의 남친과 킴벌리는 "오렝즤 즈우쑤~" 라며 입을 모아 외침. <br>셋이 뵹신처럼 막 웃고 난리가 남. <br>하지만 킴벌리는 아무래도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더 뽐내고 싶어나봄. <br>"난 한글로 내 이름도 쓸줄 안다~" 라고 자랑을 하며 이마에 내천자를 마구 뽐내며 냅킨에 또박또박 자기 이름을 씀. <br><br>김 벌 리 <br><br>킴벌리의 어머니 성이 Kim 씨이심. <br>난 그저 웃느라 정정해줄 정신따윈 놓침. <br><br><br><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