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br></div>꿈 속에서 나는 왼쪽에 큰 산등성이가 있고,오른쪽에는 가드레일과 경사진 방파제 밑으로 바다가 보이는 도로를 야밤에 달리고 있었다. <div>평소 나는 음악을 듣는걸 좋아했지만 그때는 음악 없이 그 적적함을 즐기며 달리고 있었다.</div> <div>그러나 길이 구부러지며 내가 커브를 하던 순간 무언가 쿵,치며 앞으로 나가떨어지는걸 느끼고 나는 차를 멈췄다.</div> <div><br></div> <div>고라니라도 쳤나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차에 내렸지만 이게 웬걸.</div> <div><br></div> <div>나는 투박한 인상을 가진 젊은 여자를 치어버렸다.</div> <div>여자는 죽은 듯이 머리에 피를 엉겨붙인 채로 죽어가듯 얕게 꺽꺽대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div> <div>나는 무서웠다.그리고 마땅한 해결방안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래서 여자를 방파제 아래로 굴러 떨어뜨리고,나는 급하게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상한 일은 지금부터 일어났다.</div> <div>내 안에 숨어있던 죄책감이 나타나기라도 하듯,여자는 내가 잠자리에 들때마다 가위 눌린 마냥 내 온 집을 웃으며 헤집고 다녔다.</div> <div>책상과 선반 위의 물건,옷가지 전부 쏟아놓고 내가 어느새 정신이 들면 그 여자는 사라진채로,내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있었다.</div> <div>그때부터 나는 그 여자가 사실 죽지 않았고 나에게 복수하러 온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출근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지하철에서그 여자가 열 걸음 정도 떨어진 채로 날 향해 웃었다.</div> <div><br></div> <div>소름이 돋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마침 이상하게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여자 옆에 서있던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진 것이다.다신 일어나지 못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도, 그 다음날도.</div> <div><br></div> <div>내가 출근할때마다,잠에 들때마다 여자는 나를 괴롭혔다.지하철의 사람은 죽어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괴이하게도,그 날은 지하철에 사람이 몇 없었다.그리고 어김없이 여자는 날 향해서 기괴하게 깔깔 웃어젖혔다.</div> <div>또 나는 웬일인지 사과를 하고 싶었다.그래서 첫마디를 꺼내려 눈을 감으려는 순간</div> <div><br></div> <div>나만한 키의 청년이 갑자기 피를 뱉어내며 바닥에서 억억 소리를 냈다.</div> <div><br></div> <div>그는 내 바로 옆에 떨어졌다.그 순간 나는 너무 무서웠다.연거푸 미안합니다,잘못했습니다,되뇌었다.</div> <div>패닉에라도 빠진건지,말을 정신없이 토해내다 내가 그러고 있다는걸 알 즈음에 나는 어딘가에 앉혀져 있었다.</div> <div><br></div> <div>짙은 남색의 칙칙한 방 안.그리고 남자 둘이 날 둘러싸고 일어나기를 바랐던 것처럼.</div> <div>그들은 경찰처럼 보였고,내가 일어나자 나에게 차분하게 물었다.</div> <div>당신이 지하철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잡혔습니다.</div> <div>나는 그제서야 기분이 묘했다.억울하기도 하고,다시 죄책감이 들었다.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모든것을 털어놓았다.</div> <div>남자들은 내 말을 들으며 계속 끄덕였다.그리고 내 말이 끝날때마다 왜 지하철에서 사람을 죽였습니까?하고 급하게 되물어왔다.</div> <div><br></div> <div>순간 억울함이 북받쳐 소리쳤다.</div> <div>범인은 그 여자다.그 여자가 나한테 복수하기 위해 그런것이다.내가 뺑소니를 낸건 맞지만,사람은 죽이지 않았다.</div> <div>소리치는 도중,여자가 저 멀리서 사뿐히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남자들은 자리를 비켜주었다.</div> <div>여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색 웃으며 입을 열었다.</div> <div>네.내가 다 죽였어요.지하철에 있던 그 사람들.</div> <div><br></div> <div>나는 그녀의 응답에 기뻐하며 남자들에게 여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div> <div>거봐,내가 안 죽였다니까.이 무능한 것들이 왜 나한테만 그러고,자기가 다 했다잖아.민중의 지팡이?어이가 없어서.</div> <div>그렇게 내 울분을 줄줄 읊어내며 나는 빠져나갈수 있겠다 하고 생각하던 순간,머리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 여자 난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생각이 들자 내 맞은편에서는 머리를 잔뜩 풀어헤친 내가 거울을 향해 삿대질하고 있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