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는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고마운, 마치 천사 같은 형수를 김씨가 함부로 대하며 수시로 폭행하고, 동물적으로 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리거나 끼어들 수도 없고 오직 마음속으로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비디오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빚을 지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김씨가 후배 임씨에게 ‘강도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었고, 임씨는 괜찮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이 ‘머리에 상해를 입을 경우 8천만원, 범죄 등 사고로 사망할 경우 4억원’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임을 감안해 머리에 상해를 입히되 생명에 지장이 없고 후유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성공해서 보험금을 받게 될 경우 그 3분의 1을 임씨에게 사례금으로 주기로 한다는 약속을 한 두 사람은 그 전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 두 사람 간의 증거로 남기기로 했다.
사고 전날에는 범행에 사용될
카메라와
붕대,
몽둥이,
테이프를 준비하고 다시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임씨는 김씨를 구타하였다. 그런데 임씨는 그만 엉뚱한 곳을 가격하는 바람에 김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겁이 난 임씨는 비디오 가게에
방화를 한 다음 도망친다. 이러한 내용은 경찰이 수사 도중 임씨가 녹화한 비디오에서 드러 났다.
그런데 김씨를 구타하던 도중 임씨의 발언이 더 충격적이었는데,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낼 테니 걱정 마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형님” 하며 고분고분 존칭을 사용하던 임씨가 몽둥이를 몇 차례 휘두르더니 갑자기 싸늘하고 매우 빠른 어투의 반말체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섞으며, 잔인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곧이어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난 ‘쉐도우복서’다. 내 나이가 몇인 줄 아느냐, 난 3천 살 먹은 백수다. 너 같은 놈이 이해하지 못할 위대한, 수천 년 전부터 널 응징하기 위해 복싱링에서 기다렸다”라는 등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며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다가 옆에 있던 돌덩이를 들고 김씨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내리찍는 것이었다. 곧 온몸이 붕대로 싸인 김씨는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었고, 그 후에도 임씨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임씨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악마처럼 변해 마구 공격을 휘두르던 모습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테이프를 보고 임씨를 면담한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환청·환시 등 망상 중세를 보이는 정신분열병이 의심된다’는 의견부터, ‘악령이 빙의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다중인격 장애의 소견이 보인다’라는 주장까지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범인 임씨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김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일을 꾸민 살인 행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었다. 임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마치 영화 속 다중인격 장애자나 악령이 빙의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임씨의 전혀 다른 모습, ‘쉐도우’의 존재에 대해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