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1: 관심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주: 저도요)
참고2: [Reddit]의 베오베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 저도요)
참고3: 제가 겪은 일들을 잊지 못할거에요. 절대로요. (주: 저도요)
여행가방 안에서는 눈이 멀거같은 천상의 빛 같은게 뿜어져 나왔어요.
뭐가 나올까요..
시체? 엄청난 양의 피? 아버지의 시체?
뭔진 몰라도 빛은 너무나도 밝게 쏟아졌어요.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시멘트 타일에 머리를 박진 않았어요.
전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죠. 어느정도 시야가 익숙해지자 주변을 둘러봤어요.
전 아직도 테라스에 있었지만 어머니와 크리스토퍼는 아니었죠.
허둥지둥 일어나보니 넘어지면서 손바닥엔 멍이 들었어요.
손과 바지에 고이기시작한 피를 닦아냈어요.
그 생명체가 서있던 곳을 쳐다보니 거기 그대로 있었어요.
여전히 크리스토퍼 같은 모양을 하고.. 입술은 여전히 터져있었죠.
그가 손을 들어 이리오라는 제스쳐를 취했어요. 저에게 손짓하면서요.
전 반대방향으로 콘도 안쪽을 향해 달렸어요.
- 크리스토퍼!! 엄마!! 어딨어요?
전 미칠것만 같았어요.
이게 그 생명체가 말하던 빚인가요?
겨우 돈 때문에 제가 사랑하는 모든걸 가져가는거에요?
엄마의 웃음소리, 크리스토퍼의 미소는 돈으로 환산할수도 없어요..
엄마와 크리스토퍼가 없어졌다면 전 살아갈 이유도 없는걸요.
백조 한마리가 40층이상 아래의 테라스 밖 인도로 뛰어내렸어요. 거긴 뜨겁지만 편안하겠죠.
어쩌면 저도 그랬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대체 여자 혼자 왜이렇게 큰 집에서 사는건지.
크리스와 엄마를 찾아 소리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는동안 드는 생각이라고는 이것뿐이었죠.
엄마 방에도 가보고, 침대 뒤에 있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도 올라가봤어요. 발코니가 따로 있는 곳이에요.
어쩌면 전 기절해버렸고.. 엄마는 안전하다 생각되는 곳으로 도망갔을지도 모르니까요.
여기 처음 이사왔을때 누가 침입해서 몸값을 요구하거나 죽일 경우를 대비해 훈련을 했었죠.
엄마 침실에 있는 2층 발코니는 현관에서 제일 멀거든요.
하지만 없었어요. 엄마는 거기 안계셨죠. 어디에서도 엄마를 찾을 수 없었어요.
크리스와 저는 우리 방이 수리되는 동안 콘도에 있었어요.
그러니까 꽤 익숙할거에요.
미친놈처럼 소리지르며 이방 저방을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제발 나오라고 빌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전 숨이 차도록 달렸어요. 코와 입에서 콧물과 가래가 나왔죠.
젠장..괜히 담배를 많이 폈어요.
- 크리스토퍼!!!!!!
있는 힘을 다 쥐어짜내서 소리질렀어요. 빌었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완전한 적막뿐이었어요.
전 포기하지 않았어요.
현관 밖을 나가서 톰슨핏치(주: 옆집)씨 문을 두드렸어요.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크리스토퍼와 엄마가 거기로 갔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어요.
그 년은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오만하고 끔찍한 사람이지만
전 제발 대답 좀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계속 문을 두드리며 그렇게도 원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어요.
전 차선책을 생각해냈죠. 화재경보기요!
만약 제가 제 가족을 찾지 못할거라면 이 망할 건물 전체를 패닉에 빠뜨릴거에요.
전 엘리베이터로 가서 경보기를 눌렀어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요..... 한달에 15,000 달러씩 콘도 비용을 냈는데 개같은 화재 경보기는 작동도 안해요!
거지같네 진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도 불이 들어오질 않았어요. 저에겐 선택권이 사라졌어요.
비록 제가 흡연자라 폐가 썩어서 뛰어내려가는건 힘들겠지만
여기서 최선책은 계단으로 뛰어내려가서 안내요원을 붙잡고 경찰을 불러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 가족이 이 비극의 뉴스거리가 될텐데.. 최대한 경찰과 연루되고 싶진 않았어요.
전 계단에 있는 문으로 달려가 손잡이를 잡았어요.
손잡이를 만지자마자 제 손이 타는 것 같았어요
- 씨발!
소리를 지르고 손바닥을 봤더니 아까 테라스에서 넘어질때 받치느라 긁힌게 지져졌어요.
피는 안났지만 손에 화상을 심각하게 입었죠.
셔츠를 벗어 다른 손을 감싼 다음에 손잡이를 다시 잡았어요.
그나마 좀 나았지만 여전히 뜨거웠죠.
손잡이를 돌리려고 했는데 잘 안돌아갔어요.
그 생명체가 제가 떠나는걸 허락하지 않는거에요..
전 땅바닥에 주저앉았어요. 그를 마주보는 수밖엔 방법이 없나봐요.
곧 정신을 좀 차리고 다시 엄마 집으로 향했어요.
콘도에 들어서자 크리스토퍼와 엄마만 사라진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라졌다는걸 깨달았어요.
직원들 아무도 없었죠. 아무도요.
- 실비에! 아스트리드!
전 소리 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제서야 제가 정말 혼자란걸 깨달았죠. 아무도 없었어요.
전 다시 미로같은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갔어요. 테라스의 끝으로요.
뛰어내릴 생각을 했죠. 뛰어내린다면 누군가의 발코니에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없게 하고 싶었어요.
전 크리스나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마마보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을 잃는다는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모르실거에요.
전 난간에 손을 올리고 기댔어요.
이 건물은 토론토의 고층건물이니까 수천대의 자동차와 바글거리는 사람들이 보였어야 했어요.
어떤 미친 일들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하고 있어야할 사람들이요.
그런데 아무도 없었어요.
만약 제 눈이 머리에서 튀어나올 수 있었다면 그랬을거에요.
다른 사람들이 없었어요. 아무도요.
저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의 유리창 안쪽을 보려고 했어요.
거기도 아무도 없었어요.
거실에는 빈 소파만 있고, 침대에도 아무도 없고요.
주차장도 완전히 텅 비어있었죠. 아무도 없었어요.
대체 이 괴물은 어떤 끝없는 힘이 있는거죠? 제가 자살할 정도로?
저를 걱정해줄 사람 하나 이 세상에 없네요.
남은거라고는 황량함뿐이었어요.
이틀도 지나지 않았지만 제 삶은 갈가리 찢겨져버렸어요.
당신이 교전지역에 산다면 집에, 사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착하겠죠.
대의명분 따위에 매달리게 돼요.
전 그런 이유조차 남아있지 않아요.
전 선반에 기대어 난간에 다리를 달랑거리며 앉아있었어요.
난간은 테라스 전체 길이만큼이나 길었죠.
떨어지는지 확인해보려고 신발 하나를 떨어뜨려봤는데 바닥으로 수월하게 떨어지더라구요.
전 분별력을 잃었지만 다시 되찾을 방법이 없었어요.
만약 이 생명체가 여행가방을 열어서 제가 사랑하는 모든것들을 없애버린다면..
제가 싸워서 얻는게 뭐죠...?
- 그러기전에 여행 가방 안을 확인해보는게 좋을텐데?
크리스토퍼의 목소리였어요. 그 생명체란걸 알았지만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어요.
혹시라도 내 남자가 거기 서있길 바라면서요.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가 거기있었어요.
6미터 정도 뒤에 검은 피에 뒤덮인 그 생명체가 서있었죠.
그를 힐끗 봤지만 제 발은 여전히 테라스 밖에 걸쳐 있었어요.
- 원하는게 뭐에요?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소리지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그 생명체가 제게 다가와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 우린 네가 빚진걸 받아내려는거야. 한번 살려줬는데 네가 뛰어내리는걸로 끝날거라 생각한다면
우리가 네게 가질 수 있게 허락했던 지능보다도 한참 못미치는게로구나.
전 소리없이 웃었어요.
'네게 가질 수 있게 허락했던' 이라니..
그의 말이 맞아요.
제가 얻은 모든것, 제가 이룬 모든것, 심지어 제가 실패한 모든것마저 이 생명체와 그 비슷한 부류들의 명령이었던거죠.
- 당신은 누구에요? 어떻게 이렇게 할수 있어요? 악마에요?
그 생명체가 빙그레 웃더니 제게 더 가까이 왔어요.
전 이제 두려움으로 가득차있지 않았어요.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