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구청에서 공무원으로 20년 넘게 근무하신 분입니다. 
성격이 정말로 온화하시고 웃으면 주변 사람들 쓰러질 정도로 인상이 좋다 해서 구청 직원분들께 무려 '살인미소' 라는 별명으로 불렸죠;;
집에서도 제가 하는 일은 거의 99% 지지해 주시고 제가 정말 힘들때 용기주고 넌 할수있다고 나는 내 딸을 믿는다고 다돋여 주신 분이 저희 아버지입니다.
저희 자매 때문에 40 중후반에 무려 공무원직을 사직하시고  (절대절대 쉽지 않습니다. 주변 분들 전부, 심지어 구청장님까지도 나서서 차라리 휴직을 하고 사직은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자식이 홀로 외국에 떠도는 게 걱정된다고 사직하셨습니다) 외국으로 나와 사신 터라 부산사람임에도 상당히 많이 진보적이신 분이예요.


그런데도, 노조를 보는 눈이 제가 정말 놀랄 정도로 곱지 않으세요. 
제가 차근차근 얘기를 하면, "세상사는 게 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더라. 아빠가 공무원직 할 때도 보면,  일 하는 사람은 다 묵묵히 자기 일 하는데 꼭 일 못 하고 일 안 하는 사람들이 노조들어가서 시위한다면서 일 안 하고 그 자리 앉아있어" 라십니다.
노조가, 노동자조합, 즉 누군가의 아래에서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말임에도 철저하게 '그들' 과 '우리' 로 구분지으시더군요.
이게 아버지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노조분들 잘못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구요.
수십년에 걸쳐서, 우리나라는 이렇게나 노조를 일반인에게서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단체'로 낙인찍는데에 성공한 겁니다.


약간 옆길로 새자면, 저는 현재 외국의 요양병원에서 근무중인데 얼마 전 제가 제 경력과 공부한 것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단 사실을 알았습니다.
사립병원이라 사장이 따로 있는데, 몇 번이나 회사 경리에게 제 자격증과 임금 문의를 넣었으나 자기네 회사에서 인정하는 분야의 자격증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답만 받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x소리였죠. 일은 일반 간호사업무와 똑같이 하는데  노인요양쪽 자격증이 아닌 일반간호사 자격증이라 돈을 못 올려준다뇨.
제가 있는 나라는 '노조' 라기보단 fairwork이라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갈등해결도우미가 있습니다.
이메일로 문의를 접수하니 얼마후 저에게 전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제 고용주에게 통보를 보냈다는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문의넣을때는 코빼기도 안 비추던 사장이  그제야 수간호사와 함께 제 3자 미팅을 열더니 왜 자기에게 안 오고 fairwork에 문의를 했냐는둥 잡소리를 합니다.
어쨌거나 여차저차 해서, 자격증이 나온 날 부터 해서 그간 덜 받은 임금의 미납분과, 자격증을 인정해서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저는 이때 fairwork에 너무 고마웠어요. 고용인이 부적절한 대우를 받을경우 공권력에서 나서준다는 게 그렇게 든든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노조관련해서, 민중총궐기나, 노동개악법 등을 보면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을 보면서 정말 이해가 안 갔습니다.
한국은 자영업자가 많아서 본인들이 다 사장님이라 노조를 싫어하나..? 라고 생각이 될 정도였어요.

노조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국가의 안위를 해치는 무리' 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노동자의 단체' 입니다.
노조 가입자와 노조 미가입자로 나눌 게 아니라 모든 노동자는 당연히 노조의 일원이라고 봐요.
왜 노동자 중에서도 굳이 나눠야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네...;;
아무리 그런 프레임을 짰다고는 하지만, 거기 말려들어가지 맙시다 ㅜㅠㅠ 

** 이 와중에 저는 저희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총선이던 대선이던 킹무성만큼은 절대로 뽑지말아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즉 그런고로 저희집에서 1번 뽑을 사람은 없습니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