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나가는 잉여라고 합니다. 흔히 잉여라고 하죠
맨날 나눔하고 징징대고 그랬는데 오늘은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소 오글...일수돜ㅋㅋㅋ
이제 며칠 뒤면 여태껏 본 시험중에 아마 가장 큰 시험을 치루시게 될꺼에요.
처음 겪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긴장감을 겪어보신 분들도 계실꺼에요
그리고는 마게에 습관처럼 오셔서 '아 좀 쉬어야지'하면서 글 내리다가 이 글을 보셨을꺼구요.
같잖아 보이지만 저도 이 날을 겪었고, 현재 대학에 재학하며 휴학하고 자고싶다고 친구한테 징징대고 있습니다.
저의 긴장된 목요일 썰을 잠깐 풀어볼까 해요.
제가 시험본 해는 2012년. 수능한파가 없다고 한 해였어요.
수능 일주일전에 뭐했냐고 묻는 질문에 야자를 쨌다고 말합니다.
수능 3일전에 뭐했냐고 묻는 질문에 친구랑 피자시켜먹었다고 말합니다.
수능 전날에 뭐했냐고 묻는 질문에 수험생카페에 들어가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찡찡거렸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지금 공부 안되지 않나요? 막 수능이라 하니까 실감 안나죠?
이거 당일날까지 그래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모의고사 푸는 기분이에요
좀 다른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거. 앞과 뒤에 있는 선생님은 처음보는 낯선 사람. 내 사방에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라이벌.
어쩌다가라도 친구의 친구 라던지 같은학교 출신의 아는 사람을 보면 엄청 반가울꺼에요.
점심도 어쩌면 처음으로 혼자 먹게될지도 몰라요.
(여담으로 수능 전날밤에 악몽을 꿨는데 당시에 엄마가 맨날 콩밥만 지어주신게 불만이었거든요. 수능당일에도 도시락에 엄마가 평소 먹던거 먹어야 한다고 콩밥 싸주신거에 혼자 울컥해서 세시에 깨서 울었어요. 그리고 저는 다음날 몰래 참치캔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고 5시가 되어 수험장에서 빠져나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찌질했던게
아침에 아빠도 일찍 출근하시고 엄마는 주무셔서 혼자 나왔거든요.
수험장 밖으로 나왔는데 부모님들이 장사진을 치고있더라구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엄마를 찾아봤어요.
안계시더라구요.
... 다른애들은 시험 망했다 어쨌다 하면서 엄마품에서 우는데
저는 그럴 슬퍼할 틈도 없이 그냥 걸어서 집에 왔어요.
뭔가 가슴이 휑한데 아무도 달래주지 않아서 질질 짜면서 걸었어요.(수험장에서 집까지 같은 구역이지만, 버스로 약 20정거장정도 거리였어요)
으아 오글거려서 무튼 이 말을 지금 왜 하느냐
수능 끝나고 난 망했어 하면서 좌절하지 마세요.
11년동안 하루를 위해서 준비한 여러분은 충분히 열심히달리셨습니다.
박수받을 일이에요. 목요일 하루를 위해서 지금까지 학원 몇 개를 다니고 과외 몇 개를 받고 몇십명의 선생님의 손을 거쳐서 지금 여기에 있는거에요.
제발. 절대로. 네버(네이버?). 당일날 한 과목을 망쳤다고 해서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은 하지 말아주세요.
수능은 이제 첫 발일 뿐이에요.
마비노기에 비유를 해봅시다.
g1 최종보스 글기를 잡으러 갔어요. 그런데 혼자에요. 한큐에 죽었어요.
캐삭할거 아니잖아요? 그쵸?
나영석을 쓸 수도 있는거고, 마을에 가서 도움을 받고 다시 갈 수도 있고.
그리고 마침내 글기를 잡겠죠. 잡으면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느냐는 본인의 준비정도에 비례할 뿐이에요.
글기 그거 하나 잡을라고 이리저리 싸돌아댕기고 손시려운데 밀레시안한테 눈사람 치라고 하질않나 책 얻어오라고 뺑뺑이를 돌리질 않나...
눈사람 치고 뺑뺑이 돌았던걸 지난 11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긴 시간동안 인내해오신 밀레시안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목요일 저녁에 웃는얼굴로 약탈자나 후드리챱챱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