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향한 어르신들의 향수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br><br> 이딴 식으로 나라를 말아드시는 데도,<br>문제는 있지만 그분의 딸이기에 용서해야 한다는<br>할매들의 아집이 올가미처럼 나를 죄였었다.<br><br>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br>그 분들에게 박정희는 장장 18년간 이 나라의 왕이었다.<br>더군다나 찢어질듯한 가난을 물리쳐준 성군이셨다.<br>여전히 가난하지만 굶어죽을 걱정을 안하게 된 건 나라를 올곧이 이끌어준 박정희 덕이었다.<br><br>이리 생각하니 저럴 수도 있겠다 싶다.<br><br>해방 70년이 넘은 지금도 일제의 잔재가 사방에 숨쉬고 있고, 일본에 빌붙은 기회주의자들의 기득권은 여전히 공고하다. 우리가 식민지의 굴레를 온전히 벗어나는데 앞으로 30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극복하는데 100년이 걸리는 셈이다.<br><br>그렇다면, 일제의 딱 절반만큼 우리를 지배했던 박정희를 지워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50년이라는 셈이 된다. 그가 부하의 총성에 사라진 게 38년쯤 됐으니 12년 남은 거다. <br><br>무슨 말장난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장난을 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잠들 수가 없어서 이러는거다.<br><br>따지고보면 유럽이 200년이 넘도록 찾아 헤멘 부와 자유를, 우리는 반세기만에 얻어냈다. 그리 빨리 커댔으니 속이 덜 찼던 게고, 그래서 지금 짓무르는 걸 꺼다.<br><br>파쇼에 가까운 독주에도 박정희의 딸은 지지율이 공고하고, 반면 여전히 야권은 지리멸렬하다. 기댈 곳이 없다. 희망이 없어 보인다. <br> <br>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다 이룬 것 처럼 보였던 민주주의가 지나보니 한낱 신기루였던 건, 우리들의 성찰과 내공이 없어서였다는 걸 곱씹어야겠다. <br><br> 깊은 밤이지만, 딸아이의 조국을 버릴 순 없다.<br>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새벽녘에야 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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