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요즘 찬바람이 들다보니 문득 군생활할 때가 생각이 납니다. </div> <div> </div> <div>강원도 중동부전선에서 땅개로 지냈는데 그때 계셨던 연대장님이 정말 대단하신 분 </div> <div> </div> <div>이라 형편없는 글재주로나마 썰을 풀게 되네요. </div> <div> </div> <div>저는 2008년 보신각 종이 울리자마자 102보충대로 입대했습니다. 보충대 막날 </div> <div> </div> <div>랜덤 부대가기 방송 1차에서 이기자부대가 나와 게거품을 물었고, 이건 연습이었다는 </div> <div> </div> <div>신상분류장교님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가 최종 분류에서 칠성부대가 떠버려 </div> <div> </div> <div>거의 실성한 채로 화천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게 되었습니다. 그땐 76사단이 있어서 신병교육을</div> <div> </div> <div>7사단에 위탁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빠지진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도 개뿔, 팔자에도 없는 </div> <div> </div> <div> GOP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험난한 GOP생활에 지쳐갈 무렵, 새로 오시는 연대장님이</div> <div> </div> <div>육사 차석입학 수석졸업이다, 수석입학 차석졸업이다, 수석입학 수석졸업이다 라는 들을때마다 다른 </div> <div> </div> <div>스펙을 가진 분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확실한 건 무조건 1차 진급에 통과한 엘리트라는 것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이등병의 입장에서 당장 새로올 연대장님 보단 바로 아랫 침대에서 쿨쿨 자는 분대 쓰리고가 더 무서웠기</div> <div> </div> <div>때문에 일단은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연대장님께 보내는 편지를 쓸 때 고립된 GOP생활에서 지식을 쌓을</div> <div> </div> <div>수 있는 책이 많이 있으면 위안이 되겠다라는 취지의 글을 썼고, 2주도 안되어 통차에 가득실린 책 무더기를 </div> <div> </div> <div>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땐 멍청했는지 책을 운반하느라 먼지투성이가 된 포반장 앞에서 "와 편지썼는데 연대장님이 </div> <div> </div> <div>소원들어 주셨습니다." 라고 외쳤고 쌍욕을 얻어먹었습니다. </div> <div> </div> <div>연대장님이 오신지 몇 달도 안되어 부대의 분위기가 많이 바꼈습니다. </div> <div> </div> <div> FEBA 대대장님이 미움을 받아 군장을 쌌다던지, 병사들이 경례를 똑바로 안한다며 영창을 보냈다던지, 연대본부 간부님들이</div> <div> </div> <div> 매일 얼차려를 받고 주임원사님도 예외는 아니었다라는 믿을 수 없는 소문에다가 다른 중대에 가신 연대장님 가라사대 </div> <div> </div> <div>"이놈의 관물대를 열어라"하시니 거짓말같이 애니콜핸드폰이 모셔져있었다더라는 신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div> <div> </div> <div>GOP에서도 연대장님이 순찰을 오실때마다 박살이 나는지라 연대 1호차가 소초를 통과하면 산천초목이 두려움에 떨고 심지어 </div> <div> </div> <div>매일같이 귀곡성을 질러대던 고라니마저 잠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대장님 덕분에 많은 책을 받았기 때문에 언젠가 감사의 </div> <div> </div> <div>말씀을 드려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연대장님이 우리 소초에 오신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div> <div> </div> <div>그때 저와 부사수는 대공초소를 잡고 있었고 가장 중요한 초소이기에 연대장님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div> <div> </div> <div>부사수는 연대장님이 곧 오신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1분 1초가 다르게 얼굴이 백짓장처럼 탈색이 되어버렸고, 이 녀석에겐 수화를 </div> <div> </div> <div>맡길 수 없어 제가 밖에 나가 수화를 준비했습니다. 말은 덤덤하게 내가 맡으마라고 해놓고 나갔음에도 저도 손이 덜덜 떨리고 </div> <div> </div> <div>영하 18도에서도 식은땀이 줄줄흘렀습니다. 감사하다고 꼭 전해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은 이미 떠나간 정신줄에 묶여 함께 날라가버린</div> <div> </div> <div>후 였습니다. 드디어 섹터계단을 타고 있는 연대장님과 중대장님이 보였고 세상에서 더 없이 멋진 목소리로 정지 정지 손들어 </div> <div> </div> <div>움직이면 쏜다 ! 건빵 ! 을 외쳤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멋졌습니다.이제 암구호 답만 받으면 되는거였습니다.</div> <div> </div> <div> 3초가 흘렀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심상찮은 기운이 괄약근을 타고 척추까지 가서 대뇌에 경종을 울려대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5초가 흘렀습니다. 연대장님이 중대장님을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저도 중대장님을 쳐다보고 제발 입술 때주십쇼 제발!을 맘속으로 </div> <div> </div> <div>외쳤습니다. </div> <div> </div> <div>한번 더 외쳤습니다. 건빵 ! </div> <div> </div> <div>거기서도 5초가 흘렀습니다. GOP수칙으로는 3회 이상 불응시에 빵야빵야!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한 번만 더 외쳐서 답이 안나</div> <div> </div> <div>오면 저는 큰일 나는 것이었습니다. </div> <div> </div> <div>마지막으로 외쳤습니다. 건빵 ! </div> <div> </div> <div>이제 생애에서 가장 큰 결단을 내려야했습니다. 되든 안되든 사격자세로 연대장님과 중대장님을 겨누는 시늉을 해서 중대 미친놈 소리를</div> <div> </div> <div>들으며 나락으로 빠지던 , 유도리(?)있게 통과 시키고 왜 암구호를 대지 않은 거수자를 통과시켰냐는 질책을 받음과 동시에 영창을 가던지를 </div> <div> </div> <div>선택해야 했습니다. </div> <div> </div> <div>그러다 저의 생명을 구해주는 천상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div> <div> </div> <div>"맛 - 스타아아아아!" 연대장님이셨습니다. </div> <div> </div> <div>제가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는 사이, 한계단 씩 올라오는 중대장님의 표정은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힌 피해자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div> <div> </div> <div>아무 말도 없이 초소로 올라오신 연대장님은 중대장님을 쳐다보며 "정신 나간 놈 !"이라고 일갈하시고 저와 부사수에게 </div> <div> </div> <div>"정말 수고한다. 너네는 아무 잘못도 없어. 잘못된 건 이놈이다!"라고 하시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오히려 중대장님의 위기가 </div> <div> </div> <div>병사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연대장님과 중대장님은 떠나갔고 그 떠나는 길엔 우렁찬 </div> <div> </div> <div>갈굼소리와 "어 -억!"하는 비명이 함께 했습니다. 그 이후 연대장님이 우리 소초를 더 자주 방문하게 된 것은 자명한 일이었죠. </div> <div> </div> <div>제대한지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가끔씩 생각이 납니다.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위기지만 제 평생 그렇게 공포스러운 적은 </div> <div> </div> <div>없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