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20분 버스를 타고 김해에서 출발하여 1시에 서울에 도착하여 참석한 11.12 민중총궐기!

정말 가슴뜨거운 현장이었습니다.

수많은 깃발이 나부끼고 시민들이 다 같이 구호를 외치고..
하늘을 메우는 함성 소리에 이 시국을 타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가슴 절절 울리게 하는 연설문에 기운을 북돋는 응원가(?)까지. 100만 대군이 출정할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고 나라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음에 감사하고 또 내가 그 일원으로 이 자리에 있다는 것에 제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가 현장에 흘러나올때는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구요. 정말 끝내주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하고 느끼면 안될 것 같지만,조금 아쉽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4시에 김제동씨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좀 방황하는 인원이 많아 보였습니다. 어디어디로 다서 다같이 참석하자는 멘트나 유도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더군요.

저는 행진할 때 경복궁역 앞 차벽부근까지 올라갔다가 상여가 들어가고 나서 조금 보다가 그걸 기점으로 시위현장을 빠져나갔는데..

차벽에 막혀서 행진을 못하니 시민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이고 그쯤부터 조금씩 돌아가시는분들도 눈에 띄구요. 돌아가시는분들 만큼 또 뒤에서 엄청난 시민들이 계속 몰려오시는것을 보았는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진 하러 들어가면서도 그랬고 나오면서도 보았는데 광화문 광장에서 엄청난 인원들이 공연을 보고 계시더라구요. 그 인원들이 청와대 포위 행진할 때는 다같이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욕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축제 주최쪽에서 청와대 행진 상황을 브리핑해주면서 '현실적으로 청와대로 행진하기 힘들다' 라는 말을 하시던데 좀 그렇더군요. 힘이 나뉘는거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시위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정말 착잡하더라구요.. 서울과는 인연이 없던 놈인데 오로지 시민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왔으면 끝까지 함께 소리쳐야만 할 것 같았지만 개인적인 몸 상태 문제로 9시에 마치고 나왔습니다.ㅜㅜ

씻고 어두컴컴한 방에 몸을 뉘이고 차분하게 오늘 시위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때, 이성적이고 싶지만, 100만명의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에게 과연 어떤 위협을 주긴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걸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 어떤 입장 발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국민의 뜻 엄중하게 느낀다며 개소리만 지껄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면
이 이후의 시위는 더욱 더 강력한 시위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서글퍼지더군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에게 염증도 느끼구요. 촛불시위가 평화시위였기 때문에 비로소 100만의 결집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당장 우리의 결집된 힘이 뭔가를 이루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니 저도 모르게 회의적으로 되는거 같습니다.

정말 어제의 궐기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결국 그 다음 시위에서도 ' 다음 시위를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 는 평가 밖에 반복할 수 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고

야권에서 정말 강력한 스탠스를 취하고 지금 이 열기가 가득할 때 속전속결로 몰아붙여야 뭐가 가능해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시위는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모습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너무 급한 것이겠지요..

정말 부디 위에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여기서 상황을 정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이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