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ruma -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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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생님~
- 집에 잘 들어갔어요? 많이 마신 거 같던데..
- 네에~
- 그럼 쉬어요.
- 이선생님 너무해요!
- 예?
- 섭섭해요.. 데려다 주지도 않고..
- 아.. 박선생이 더 많이 취해서 바래다 주느라고..
- 얄미워요.. 다 알면서 만날 모른척하고..
- 예? 여보세요?
- 얄미워 죽겠다구요!
아아~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봐~
- 하 참.. 서선생 많이 취했네.. 얼른 자요..
- 싫어요..
- 싫! 어! 요!
- 어! 귀청 떨어지겠네!
- 이선생님..
- 이. 민. 용. 선. 생. 님.
- 왜요..
-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그렇게 꽝이에요?
- 매력 많아요. 누가 꽝이래.
- 근데 왜 그럴까?
신지한테 애인이 생겼는데도..
왜.. 나한테.. 관심이 없을까.. 에휴..
- 아 속쓰려.. 나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 12시 가까이 됐나..
- 아.. 하나도 기억이 안나..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어..
- 야 너 요새 왜 그러냐?
- 내가 뭘?
- 너 요새 무슨 방황하는 청소년 같아.
- 무슨 선생이 나보다 더 음주가무가 잦고..
마셨다하면 인사불성에..
집에선 넋 나간 애 마냥 멍해 가지고..
- 내가?
- 범생이가 바람나면 무섭다더니..
임용고시 준비하느라고 못 논거 한풀이 하는거냐?
- 뭐.. 나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데..
- 달라진 게 없긴!
- 여보세요?
- 선생님 저 범이인데요.
오늘 방송제 홍보 영상 찍는날인거 아시죠?
- 어.. 그거 몇 시라고 그랬지? 8시?
그래.. 될 수 있으면 갈게.
- 뭐? 코스프레?
- 야 선생님은 좀 빼주라. 그냥 옷 입고 갈게.
- 에이 빠지시면 안 돼죠~
- 선생님 방송반 담당 교사시잖아요.
- 흠.. 그럼.. 교무실에 갖다 놔줄래?
선생님 이따가 학교 가봐야 되거든.
- 네. 그럴게요.
- 야 뭐 남았어? 선생님 뭐 입히지?
- 이건가?
- 어 왠일이지? 히..
- 여보세요? 이선생님?
- 어디에요?
- 학교에 잠깐 왔어요.
- 아 그럼 지금 학교 앞으로 갈테니까 나랑 저녁이나 먹을래요?
- 네? 정말요? 좋아요!
- 근데 갑자기 무슨 일로?
- 그냥 뭐.. 할 말도 있고..
- 할 말이요? 무슨 얘긴데요?
- 네.. 그럼 오시면 이야기 해요. 네.
- 어 무슨 일이지? 히..
- 헉.. 이게 뭐야..
- 뭐야.. 예쁜 토끼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입으라고..
- 하아.. 진짜 이상하다.. 딴 거 없나..?
- 에이.. 설마..
- 설마.. 꿈일거야.. 아닐거야..
- 어머.. 난 몰라 난 몰라..
- 아아! 왜 그랬어 왜!
- 분명히 어제 일 때문에 보자고 하는 거 같은데..
얼굴 어떻게 보지.. 아.. 안 볼수도 없고..
기억 안 나는척 해야 되나?
- 아휴!
- 어? 이거 왜 이래?
- 이건 또 왜 이래!
- 어이구 선생님. 휴일날 왠일이세요?
- 아 예 볼일이 좀 있어서요.
- 서선생..?
- 누구야! 뭐야!
- 서선생? 서선생 맞죠?
- 서선생!
- 서선생. 왜 숨어요?
- 거기 있어요?
- 오지 마세요! 제발 오지 마세요!
- 왜요? 할 말 있는데 좀 나와봐요..
- 그냥 거기서 하세요..
- 왜요..
-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제발 그냥 거기서 하세요..
- 혹시 어젯밤에 전화 한 거 때문에 그래요?
- 아.. 그거..
술 마시고 푼수짓 한 거 죄송해요..
- 제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릴 했죠?
신지 생각해서라도 정말 제가 그럼 안 되는건데..
정말 미쳤었나봐요.. 술김이라..
헛소리니까 그냥 잊어주..
- 서선생.
- 내 태도가 애매모호해서 마음에 안 들죠?
- 그런데..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는 게 내 입장이에요..
이해해줘요..
- 신지한테 남았던 미련은 버렸지만..
그렇다고 당장 누구랑 만나서
진지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안 드네요..
- 그리고.. 서선생은..
너무 착하고.. 순수하고.. 좋은 여자잖아요..
- 좀 적당히 다른 여자면..
가책없이 만나면서 외로움 달랠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서선생한테는 안될 것 같네요..
-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나랑 엮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에요..
-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 내 말 믿어요.. 틀림없이 그래요..
-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 내 할 말은 여기까지에요..
- 이선생님! 잠깐만요!
- 헉!
- 아니.. 왠 토끼..
- 저 되게 웃기죠? 알아요.. 아는데..
오늘 말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후회할 것 같아서요..
- 그냥.. 너무 어렵게 따지고 그러지 않으면 안돼요? 네?
- 저 정말 상관 없거든요?
신지 때문에 그러시는 것만 아니면..
저.. 이선생님이 생각 하는 것처럼
그렇게 착한 여자 아니에요. 하나도 안 순수해요.
- 저 닳을만큼 닳은여자라구요!
가책 느끼실 필요 없어요!
- 서선생.. 그건..
- 저 정말 괜찮다니까요!
제가 괜찮다는데 왜 그러세요 진짜!
- 아..아니 왜 그래요?
- 어..어떡해 나 어떡해..
- 아니.. 저게 뭐야!
- 참.. 옆에 동물 태우고 운전하는 건 또 생전 처음이네.
- 아니 근데 이거 안 벗겨져서 어떡해요?
행사 끝나고 가위로 자르던가 해야 되겠네.
- 그런데 이쁜 토끼도 많을텐데 하필 이런 걸..
산토끼야 뭐야..
- 야.. 여기선 그렇게 튀는 복장이 아니네?
- 저.. 바래다 줘서 고마워요..
- 저기 토끼씨!
- 오늘은 너무 늦었고..
내일 같이 밥 먹고 영화 볼래요?
- 네?
- 네! 좋아요!
- 아.. 아무래도 이거..
나중에 내 머리 쥐어 뜯으면서 원망할 것 같은데..
- 제가 왜 원망을 해요! 제가 말했잖아요!
저 되게 닳고 닳은 여자에요!
- 그럼 홍보물 잘 찍어요.
- 토끼 화이팅!
- 선생님! 여기요!
- 와 진짜 입고 오셨네요!
- 얘들아!
- 얘들아 니들 너무 멋있다!
- 선생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으세요?
설마 토끼가 마음에 드시는 건..
- 마음에 들어! 너~무 마음에 들어! 최고의 토끼야!
영원히 잊지 못 할거야! 히히히히.
- 민정아. 나 나가.
- 어.. 데이트 잘 해..
- 너도 어디 가?
- 어? 어.. 약..속이 있어..
- 엄청 멋냈는데? 혹시.. 데이트?
- 어.. 그..그게..
- 오늘은 술 먹지 말고~ 이따 보자!
- 어.. 그래..
- 여보세요? 예.. 지금 나가려구요..
- 서선생!
- 제가 그리로 건너 갈게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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