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늘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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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고의 형태를 보니 축구계의 두 재앙 헤이젤참사와 힐스버러 참사가 떠오르네요.
헤이젤참사는 1985. 5.29.에 벨기에 브뤼쉘 헤이젤의 보두앵경기장에서 일어난 참사입니다.
그날은 유러피언컵(현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리버풀FC와 유벤투스가 맞붙었습니다.
경기도중 갑자기 리버풀의 훌리건들이 유벤투스 응원단을 향해 돌진하며 돌, 각목, 쇠파이프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는 유벤투스가 PK로 1-0으로 이겼는데, 아직도 쉬쉬하지만 논란이 생길만한 PK였다고 합니다.
리버풀 훌리건들의 공격이 PK전인지 후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이것이 직접적인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댓글좀...
리버풀 훌리건의 행동은 잉글랜드 리그에서는 워낙 흔한일이였고 실제로 심각한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을 처음 당한 유벤투스 팬들이 출구쪽으로 급하게 도망하려고 하다가
너무 많은 인파가 갑자기 몰려 벽이 무너져 39명이 사망(대부분 이탈리아인)하고 454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훌리건 수십명이 구속되었고, 잉그랜드 클럽팀의 UEFA대회 5년간 출전금지, 리버풀은 7년간 출전금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고
이로 인해 인기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어 1992년 EPL출범전까지 극악의 리그침체가 이어졌었습니다.
힐스버러 참사는 1989. 4. 15. 영국 셰필드에 있는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일어난 참사입니다.
그날은 FA컵 준결승전으로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버풀FC(또!)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정보다 너무 많은 리버풀팬이 몰렸고 입장을 못하는 훌리건의 난동을 두려워한 나머지
입석관중석에 꾸역꾸역 리버풀팬을 입장시켰습니다.
결국 약1500명을 수용할수 있는 입석관중석에 3000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습니다.
그런데 헤이젤참사 이후로 잉글랜드의 경기장은 훌리건의 난동을 막기위해
훌리건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입석경기장은 사방을 철망으로 막아놨습니다.
경기가 시작하자 뒤에 있던 관중들이 좀더 앞에서 보기위해 앞으로 밀고 들어왔고 그로 인해 앞으로 점점 밀리면서
제일 앞 관중들은 철망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때 이미 압사로 사망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경기시작 5분만에 3000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앞 철망이 무너지며 3000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쏟아져내렸습니다.
이 사고로 96명이 사망하고 766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참고로 스티븐 제라드의 사촌이 이날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리버풀의 상징이된 제라드-_-;)
이로 인해 잉글랜드내 모든 경기장의 입석을 폐지하고, 경기장 철망을 치우고 지속적으로 일어나서 응원하면 강제퇴장을 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원래 올드트래포드의 경기장 수용인원은 최대 10만명이었으나, 44,000여석으로 쪼그라들었고,
지속적인 개보수를 통해 현재 76,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현재 EPL은 유럽에서 가장 사고가 안일어나는 관전문화와 시설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K리그의 경기장에는 철망이 많고 일어서서 응원하는 관중도 많습니다.
뭐 경기장이 텅텅비었고, 서포터즈들은 훌리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니 위 참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릅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관중이 가득 들어차는 야구장에서 간간히 사고가 일어나는것을 보면 개선이 되고 있지 않다는것을 알수 있죠.
(지금은 낫지만 80년대 야구계에는 진짜 훌리건들이 있었죠. 버스를 불태우고 관중끼리 싸우고 경기장 난입히고...)
K리그의 인기가 늘어나 관중들이 가득 들어찬다면 과연 저런 사고를 예방할 시설이나 인력, 방안이 있는가 심히 걱정됩니다.
오늘 일어난 사고도 세월호도 모두 안전불감증이 불러일으킨 대참사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도 전혀 개선이 안된다는게 우리의 현실이라는게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