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계획으로 가장 득을 본 것은 연합군의
탱커였던 소련이었다.
아 미국님 힐좀 이 덕에 소련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원을 받아서 결국 독일에게 반격할 수 있었다.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소련이 독일의 공세를 막아내는건 가능하겠지만 반격을 가할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다만 공세를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1942년 이전에는 무기대여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잘못된 주장이다. 어쨌든 소련이 생산 라인을 모조리 무기에 몰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무기대여법 덕이었다. 여기에 직접 병기 및 관련 군수품도 지원받았다.
소련
공군은 경합금 관련 기술이 부족해
방부 처리가 안된 나무로
전투기를 만드는 안습한 상황에서 벗어나서 미국이 지원한 경합금으로 생산한 항공기에 미제 엔진을 달고, 미국이 지원해준 항공유로 띄워 미국이 준 무전기로 통신하면서, 미국에서 보내준 고폭약으로 만든 항공폭탄으로 독일군을
개발살냈다. 게다가 직접 영국제와 미국제 비행기 18,303대를 지원받았는데 이는 소련 공군이 보유한 모든 항공기의 15%를 차지했다.
미국이 준 약
15,000,000 켤레 군화는 소련 육군 병사들이 신고 남았고, 함께 온
혹한기 대비용 털장화는 소련 병사들의 꿈이라고 불릴 정도로 질이 좋았다. 소련군 병사들은 미국이 준
스팸 통조림을 먹고 다녔다. 심지어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중반에 소련군이
막장 상황에 빠져서 식량 배급이 극도로 부실할 때 병사들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나눠 준 게
허쉬 초콜릿이었다고 할 정도. 게다가 기호품도 공급했기 때문에 미국이 준
콜라를 마실 수 있어서
게오르기 주코프 같이 콜라를 입에 달고 다닌 사람도 많았다.
군과 민간인의 생활을 동시에 지탱해준 수송 분야는 완전히 미국제가 꽉 잡았다. 당장 소련군은 미국이 준 409,526대의
트럭과
지프를 타고 다녔는데, 이는 나치 독일이 2차대전 중 생산한 모든 트럭 수를 능가한다. 게다가 미국이 준 철도레일과 1,860량의 기관차와 11,181량의 화차와 객차로 병력과 물자를 실어날랐으며, 이 때문에 전쟁기간 내내 소련제 기관차, 화차, 철도 관련 시설에 대한 생산은 거의 없었으며, 기존에 있던 차량과 시설을 보수할 목적으로 가뭄에 콩나듯 조금 생산한 것이 전부였다. 덤으로
석유도 2,599,000톤을 지급해서 모처럼 받은 수송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막았다.
식량 분야도 엄청난 지원을 받았다. 일단 소련은 자급자족이 가능했긴 했지만 개전 초의 대패배로 주요 곡창지역이 독일군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제대로 된 농기계도 없이 인력부족인 상황에서 남은 농경지만으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미국에서 트랙터나
콤바인을 지원해주고
비료까지 투입한 덕분에 간신히 기초적인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통조림 같은 저장물자나
전투식량은 미국제의 비중이 엄청나게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식량 지원은 4,281,910톤으로 소련이 필요한 식량의 25%를 담당했다.
즉 무기대여법은 식량과 기초적인 원자재, 통신과 철도, 지프 등으로 대표되는 수송장비를 소련에 대량공급해 줌으로
독소전 초반에 공업력의 3/4, 식량 생산량의 반 이상을 잃어버린 소련이 독일의 공격에 버티고 나아가 공세를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주요 공업지를 거의 다 잃어버리고 남은 것을 쥐어짜내 독일보다 더 많은 전차와 항공기를 찍어내던 소련군의 전설적인 근성은 사실 미국의
쇼미더머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기대여법으로 지원된 물자 중
"아 뭐 수량도 많지않고 성능도 그닥이었음."라고 가장 저평가를 받는 병기도 의외로 호평인 경우가 많았다.
즉 츤데레 일단 전차를 비롯한 기갑차량은 12,161대로 소련의 보유량 중 15%를 차지했으며, 야포 및
박격포의 경우에도 96,000문으로 소련의 보유량 중 2%를 차지할 정도로 수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외에도
기관총 131,600정,
포탄 325,784톤, 야전용 전화기 422,000개를 지급해서 전투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미국이 준
전차의 경우 공식 입장은 미국과 영국이 보내준 전차들은
T-34 등의 소련제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지며 별 도움이 안되었다고 깠지만, 실제론 소련 전차병들은 대부분의 미/영제 전차를 좋아했다고 한다. 우선 소련제보다 기계적 신뢰성이 높아 고장이 잘 안 났고, 일부 구성품이나 컨셉은 소련이 그대로 베껴서 자기네들 전차에 적용하기도 했다.
M4 셔먼 전차도 소련군은 '장갑 괜찮고 속도도 나름 빨라 추격전에 좋고 고장도 잘 안 나고 화력도 좋다'고 극찬을 했다. 유일하게 셔먼 전차의 흠이라고 잡은게 너무 높아 넓은 평지에서 적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지만, 당시 소련 기갑부대 중 정예부대들에게 셔먼을 몰아줄 정도로 애용했다고 한다. 서부전선의 미군은 셔먼 전차로 독일군의
티거와
판터에도 맞서야 했
다가 학살당했으니 장갑과 화력이 약하다고 징징거렸지만, 동부전선의 소련군은 티거와 판터 등에 맞설 전차로 자국산의
IS-2 같은 전차들이 있었기에 셔먼의 장갑과 화력에 대해 만족해했다. 참고로 걸작이라는 T-34 전차도 성능은 뛰어나지만 실제 운용시 승무원에 대한 배려라든가 기계적 신뢰성 같은게 매우 떨어졌다고 한다. 오죽하면 미/영제 전차를 타게 된 소련 전차병들 일부는 '무고장 전차'라고 부르며 좋아했다고…. 이는 러시아 자연환경의 험악함과 1920년 국제왕따가 된 2류 공업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적 군사적적 압박에 저항하기 위해선 '전인민을 빠르게 무장시켜야 한다.'라는 요구를 따르다 보니 그저그런 성능에, 엄청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만든 단순한 구조, 단순한 구조에서 오는 높은 내구성, 사용자의 편의성 따위는 엿 바꿔먹은 인체공학적 설계가 된 탓이 크다.
공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서
P-39 에어라코브라가 정예부대 소속이었으며, 전과도 엄청난 경우가 많았다.
말 그대로 소련은 무기대여법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정작 미국과 소련이 2차대전 전에는 간접적으로
전쟁했었고 전쟁이 끝나고 몇년 뒤부터
몇 십년간 서로 노려 본 사이임을 생각하면 참 웃긴 셈.
얼마나 나치가 싫었으면….이 공급량을 보면 히틀러를 지하벙커 속에서 자살하게 만들고 나치 독일을 무너트린건 소련 병사와 인민들의 피, 그리고 미국 노동자들의 땀과 정부의 달러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