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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종속영양생물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4-09-10
    방문 : 1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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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77906
    작성자 : 종속영양생물
    추천 : 3
    조회수 : 578
    IP : 61.102.***.10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1/01 20:24:05
    http://todayhumor.com/?pony_77906 모바일
    (팬픽) 피그말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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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포니는 예술적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정성껏 한 차례, 한 차례 조각도를 움직였다. 뿔의 푸른 빛, 유니콘의 마법이 상아로 이루어진 조각 표면에 내리쬐었다. 그는 조각의 부분적 윤곽을 더욱 확실하고 세밀하게 다듬어가는 한 편, 다른 얇은 조각도를 마법으로 휘둘러가며 조각의 전체에 걸쳐 수정을 가했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며칠이 지나고, 그의 심상은 점점 현실로 드러났다. 그는 내내 미소를 띄었다. 조금씩 조금씩 평범했던 덩어리는 그의 인내와 세심함에 힘입어 모습을 부여받아왔었다.
      그는 열 개 정도의 나이프로 작품을 베어내었다. 이번 작업은 그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작업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기간, 그는 모든 걸 잊고 상아빛의 조각에 심취했다. 그는 자주 혼자 중얼댔다.
     
      결국 그는 조각도를 전부 내팽개쳤다. 그 중 하나는 벽에 박혀버렸다. 한 순간에 긴장이 풀리고 그는 주저 앉아 멍하니 결과물을 올려다보았다.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향해 직접 조각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눈을 감고 그것과 처음 대면했을 때를 생각했다. 의뢰받은 재료, 자신의 키만한 용의 이빨. 그는 가까스로 울음을 참고 일어서 조각을 부둥켜 안고 한기를 느꼈다.
     
    스스로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무식하게 크기만한 덩어리가 포니, 그것도 미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는 멀리 떨어져 정면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상아빛의 포니가 멍하니, 묘한 미소를 띠고 서있었다. 누가봐도 그 창조물은 완벽한 암말이었다. 평범한 몸매지만 꽤나 긴 뿔, 탐스러운 갈기, 큰 눈, 눈썹, 꼬리... 그는 그것의 얼굴에 발굽을 대었다. 그것은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뿌듯함과 미묘한 낮뜨거움 와중에, 그는 한동안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상기하고 불편해졌다.
     
      용의 이빨로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어달라, 그것이 의뢰받은 내용이었다. 의뢰인이 가져온, 아니 운반해온 이빨은 포니 한 마리가 안에 굴을 파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누가 용의 이빨을 어떻게 뽑아올 생각을 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거액을 받은 그는 장식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지만 정자세로 서있는 포니따위 부잣집 장식으로는 수수했다. 적어도 '그녀'는 물병이라도 들고 있는 자세를 취해야했었던 것이다. 그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녀의 형태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더 큰 문제를 생각해냈다.
     
    정자세로 서있는 포니따위 부잣집 장식으로...
     
    장식으로...
     
    그것도 남의 집의...
     
      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의 애정은 돈벌이로서의 직업을 잊게 만들어주었으나, 이제는 애정이 그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되었고, 그는 잠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그 숫말은 조각상을 다시 흘겨보았다. 그는 부끄러워 이불을 뒤집어 썼다.
     
    ---------------------------------
     
      그가 외출을 했을 때 저 멀리서부터 다른 암말들이 자신을 보고 수근대는 걸 보았다.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관심 없었다. 그는 언제나 마시던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카페의 정중앙 테이블에 앉았다.
     
    "피그말리온이다."
     
    "어쩜! 포니빌에서 저렇게 잘생긴 숫말은 없을거야."
     
    "다리가 길어."
     
    "근데 시종일관 저렇다면 난 싫어."
     
    "하긴."
     
    "저 포니랑 같이 다니는 포니는 없네. 그럼 내가...?"
     
    "난 조각을 보는 눈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저 포니 작품은 꽤나 유명한 모양이야."
     
    "안경엔 항상 뭐가 묻어있더라."
     
    "대쉬, 사실 나 조금 반한 것 같아."
     
    "뭐... 뭐얏! 아... 아니, 잘 된 일이네. 샤이야. 저 녀석이라면 허락할 수 있어."
     
    '역시 난 농담 같은 건 하면 안 되는 건가...'
     
    "좋기는 무슨. 한 대만 쳐도 부숴질 것 같이 생겼구만."
     
    "장사꾼이라고? 아냐! 저 포니는 백 년에 한 번 (중략) 예술이라고!"
     
      그 포니, 피그말리온은 거의 얼음물과 다름 없는 주스를 끝까지 빨아 마셨다. 두통이 밀려왔다. 그는 빈 병을 들고 정중히 웨이터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총총히 걸어 카페를 나왔다. 스스로 빨리 나와야겠다고 다짐했기도 하였던 것이었다.
     
    ------------------------------------------------------
     
      마음에 드는 암말? 글쎄 누굴 보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 그는 스스로 정의 내렸다. 옆 집의 장밋빛 갈기의 암말도, 그 건너 집의 금발의 페가수스도, 옆 집에 사는 두 명의 암말도, 도서관의 트와일라잇 스파클도,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무지개 색의 갈기를 가진 페가수스도, 가장 성가신 핑카미나 다이엔 파이도, 모두가 그저 포니에 불과했다.
     
      피그말리온은 조용히 앉아 대리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구상했다. 생각 자체는 쉬웠다. 정말로 그를 쓰러지게 만드는 건 망치로 정을 후려치고 조각도로 돌을 긁어내는 과정에서 생각 속의 원형이 손상될까 노심초사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조각은 이례적이었어. 전신상을 조각하면서 그렇게나 집중 할 수 있었다니...
     
      그는 침대에 앉은 채로 이빨 조각을 주시했다. 당연히 미소를 띤 채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어젯 밤과 다를 바는 없었다. 이유야 당연했다. 아무리 살아있는 포니와 똑같이 만든 조각이라고 해도, 원료가 생물체의 일부분이었다고 해도, 조각상이 움직일 일은 없었다. 그 안에는 근육도, 피도, 영혼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지만."
    피그말리온은 일어섰다. 그리고 점점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나아갔다.
    "기적이라도 일어난다면 이게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그 목소리는 너무나 조용했다. 그의 집에 누군가가 한 명 더 있다고 해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아냐. 우리에겐 마법이 있어."

    "그렇지만 마법으로 돌에게 생명을 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죽은 자도 마법으로 살려낼 수 없는데 하물며 돌이야..."
     
    꽤나 허전함이 밀려왔다. 결국 자신은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걸까? 그것이 다른 포니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제목이라도 지어줄까?" 피그말리온은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자신의 볼을 조각의 볼에 맞추어보았다. 그 뒤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5월..."
    "네 제목은 '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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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도중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피그말리온은 곧바로 문을 열고 방문자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피그말리온은 그 암말을 맞이했다.
     
    "네에. 피그말리온 아저씨." 그녀는 우체부였다. 마을에서 그녀는 동네에 흔히 있는 바보 정도로 취급되는 모양이었지만 피그말리온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분주히 움직이는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
     
    "왠지 굉장히 큰 편진데, 봉투에 붙여진 봉인은... 금이고... 에... 또...." 그녀는 균형이 맞지 않는 눈알을 굴리며 횡성수설했다. 그 바람에 우체부의 금발이 피그말리온의 눈알을 스쳐지나갔다.
     
    "네. 그건 제 편지군요." 그는 우체부가 편지를 내밀기도 전에 그녀의 가방에서 돌출된 붉은 봉투를 염동력으로 빼냈다.
     
    "살펴 가세요." 피그말리온이 다정하게 말했다.

      우체부는 그 말을 듣지 못한 것 처럼, 앞으로 걸어가 문턱 근처까지 아슬아슬하게 다가가 집 내부에 주목했다. 그녀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이빨 조각이었다.
     
    "세상에! 드디어 여자친구가 생기셨군요!" 그녀의 말에 피그말리온의 가슴이 출렁거렸다.
    "아닙니다...! 조각상입니다..."  피그말리온의 말에 우체부는 실눈을 뜨고 더 자세히 안을 바라보았다. 5초 후 우체부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속았잖아요!"
    그녀는 깔깔 웃었다.
     
    페가수스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라 공중에서 그를 향해 발굽을 흔들었다. 그리곤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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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그말리온에게
    언제까지 의뢰를 떠맡고 있을 셈인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빨리 완성될 것을 바라는 바네.
    자네 조각이야 품질이 확실히 보장되고 나 역시 신뢰하고 있으니, 작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걸 기대하고 있다네.
    그럼 다음 주에 한 번 보도록 하겠으니 그런 줄 알고 있게나.
    골드 크러스트가
     
    -----------------------------------------------------------------
     
    "이 양반이... 어제랑 똑같은 내용이잖아." 답장할 의욕도 싹 사라졌고, 그는 이대로 일 주일 동안 끌어서 그 양반을 골탕이나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피그말리온은 한 숨을 쉬고 창가 근처 책상 한 편에 붉은 봉투의 편지를 밀어 넣었다. 그렇게 그는 골드 크러스트, 의뢰인에 대해서 싹 잊어버리고 결정했다.

      그는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점심을 조금 넘었다. 주방에는 냄비 안에 아침의 수프가 그대로 있을 것이고, 빵도 찬장에 몇 개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피그말리온은 점심거리를 가지고 창가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빵을 쪼개 반토막을 데워진 양배추 스프에 푹 눌러 찍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드러워진 빵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죽처럼 된 빵은 그대로 목구멍을 통과해 그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평범한 빵 세 개가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사라졌다. 별 일도 아닌 식사가 끝났다. 그가 접시를 띄어 주방으로 향하려던 찰나, 창가에 한 포니가 스쳐지나갔다.
     
      갈색의 갈기, 잘 빗어 넘겨진 앞갈기, 노란색 털가죽, 아마 운동을 의미하는 편자 3개 큐티마크. 피그말리온이 천천히 걸어가는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하필 그 포니도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피그말리온의 연두색 눈동자와 그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마을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는 어스포니였지만, 한 번도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었다. 피그말리온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떼었다. 아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스포니 역시 기피하는 기색으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피그말리온은 주방으로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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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피그말리온은 평범하게 몇 시간을 보냈다. 다음 조각에 쓸 소재는 무엇으로 할까? 요즈음 대리석은 상당히 비싸 부담을 감당해낼 자신은 없는데. 흙을 가지고 조각을 할까? 그런 거야 내가 못 다룰 것도 없지. 그나저나 내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소재야 너무 자주 반복된 형태가 아닌가? 상당히 귀찮아졌군.
     
      그는 잠시 외출을 하였고, 약간 쌀쌀해진 저녁의 바람을 맞이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원하게 느껴졌을텐데, 금세 몸을 뚫고 지나갈 듯 하였다. 그는 요즘 너무 춥게 지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불을 슬슬 두꺼운 것으로 바꿔야겠다고 며칠 전에 생각했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확실히, 그는 요즘 무신경해졌다. 반복되는 작업은 그를 정말 고요하게 만들어주었으나, 육체는 그에 따르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조각상이 그의 기력을 모두 빨아 먹은 것 처럼 말이다.
     
    '금방 끝내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내가 먼저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군.' 피그말리온의 생각이 거기까지에 다다랐을 때 그는 어쩌다 도서관까지 와버렸다. 피그말리온은 천천히 왼 발굽을 도서관 문 앞까지 가져가 노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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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자기 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책 한권을 빼내기 위해 염동력을 사용했다. 고대 이퀘스트리아의 행정체계에 관한 식상한 책이었지만, 자신의 연구에 누락된 부분을 채워줄 것이었다. 그녀가 책을 책상에 올려놓는 동시에 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트와일라잇은 "들어오세요." 한 마디로 입장을 허락하고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그녀는 한 유니콘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아! 잘 오셨어요. 피그말리온 씨." 그는 좋은 고객이었다. 모든 책의 대여료는 무료였지만.

    그는 트와일라잇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책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피그말리온을 주시했다. 여러 가지 방면에서 이야기가 통하는, 포니빌의 얼마 안 되는 학구적인 유니콘이었지만,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 놓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만 깊이 쳐들어가면, 심각한 이야기가 우수수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숫말과 이야기가 깊어진다는 말은 어쩐지 그녀에게 어색한 감정을 불러왔다. 트와일라잇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가, 혹시나 그가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책으로 눈을 돌렸다.
     
    이 책의 저자는 하드 워크, 하드 워크.... 하.... 됐다.
     
      트와일라잇은 그가 검은 하드 커버의 두꺼운 책을 한참 들여다보는 걸 확인하고 다시 본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보통 그는 조각가답게 미술 서적 쪽에서 발굽 붙이고 서서 책을 읽는 게 보통이었지만, 오늘은 무언가 달라보였다. 트와일라잇은 세 칸 짜리 작은 서재의 이름을 보았다.
     
    '저 서재는 전문 마법 서적 종류일텐데, 마법에 관심이라도 가진 건가? 저런 포니가 마법도 잘 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기대 되는데! 그의 직업 특성 상 정말로 재미있어할 마법이 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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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그말리온은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루나 공주의 시간, 오늘은 달이 태양을 쫓아 떠오르며 둥글고 풍성한 크기를 자랑하는 밤이었다. 그의 창문에선 달빛인지, 가로등인지 모를 불빛이 꽤 들어와 캄캄한 마룻바닥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의 집 안에 낮선 포니가 들어와있다... 아니, 그것은 이빨 조각이었다. 피그말리온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얼굴에 피가 모이는 걸 느꼈다.
      달빛은 조각상을 비추었다. 그가 섬세하게 조각한 갈기는 세세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상아빛으로 채워진 눈동자는 심하게 반짝였다. 순백의 포니가 그 곳에 서 있었다.
     
    "나는 대체 뭘 만든 거야?"
     
      피그말리온은 발굽으로 머리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애초에 그는 모자를 쓰고 나가지 않았었다. 그는 조금 어지로운 방 안을 정리하고 잠에 들기로 했다. 그는 비뚤어진 자재 박스들을 더욱 가지런히 정돈하고 방 안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그가 거실 어디에 있든, 거실의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조각상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피그말리온은 조각도가 박혀 패여버린 벽을 만져보았다.
     
    정신 나간 게 분명해.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가서 책상으로 갔다. 여전히 그 곳엔 연필과 종이, 붉은 봉투의 편지가 있었다.
     
    결국 피그말리온은 조각을 잠시 창고에 넣기로 결정했다. 여름이 아니니 곰팡이가 필 염려도 없었고, 벌레가 파먹을 일도 없었다.
     
    그저, 다치지 않게... 조심... 조심...
     
      초록빛의 기운이 공중에서 생겨나더니 조각상을 안개처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조각상이 위로 떠오른 다음, 그가 뿔을 휘두르는대로 움직이는 걸 상상했다. 조각상은 한 번 움찔하더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움직일 권한이 없는 조각상에게 있어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법으로 그 포니를 들어올린다는 건 무리였다. 피그말리온은 뿔에 통증을 느끼고 그녀에게 걸었던 마법을 풀었다.
     
    "꽤 무거운걸..." 피그말리온은 다시 한 번 조각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만일 얘가 살아있었다면 나에게 먼저 따귀를 날렸겠지. 그렇다면 막 옮겨서 창고에 넣기엔 조각상인 편이 더 편하겠구나..."
     
    "아니, 내가 무슨 소리를." 그는 혼자서, 허탈해서 웃었다.
     
    ----------------------------------------------------------
     
      그는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이불? 그거야 내일 다시 깔면 그만이야. 오늘은 더 움직이고 싶지 않아. 그는 안경을 머리맡에 접어서 두었다. 그렇지만, 오늘 따라 잠자리가 쌀쌀했다.
     
    감기에 걸리진 않겠지.
     
    그는 편안히 눈을 감았고, 내일엔 좋은 영감이 떠오르길 바랬다.
     
    별 일이 없다면, 내일은 조금 뜨거운 음료를 시켜 먹을 생각이었다.
     
    -----------------------------------------------------------
     
     
    "좋은 아침!"
     
     
    꿈 속의 누군가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일어섰다. 그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자신의 집은 그대로 있었다. 확실히 방금 것은 꿈이었다. 그는 등가에서 축축하게 땀이 흐르는 감각을 느끼고, 빨리 몸을 씻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는 침대 건너편 창문에서 햇살이 상쾌하게 내리쬐는 걸 보았다. 다행히 오늘 날씨는 맑았다.

    피그말리온은 창문을 바라보다, 어젯 밤 조각상에 정신이 팔려 커튼을 치지 않은채 잠에 들었었다.  바보 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확실히 침대에서 일어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이빨 조각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ㅁ...뭐!" 그는 급하게 침대에서 뛰어내리다시피 벗어났다.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조각상이 쓰러져있는 것이었다.
     
     
    딱딱해야 할 그것의 갈기는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보통 갈기처럼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고, 팔과 다리에 이어, 척추, 목은 보통의 관절과 뼈 처럼 휘어져, 조각상이 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는 모양을 만들어냈다.
     
    ------------------------------------------------------------------
     
    부숴져 버린 건가? 아.. 안 돼! 얼마나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그리고 의뢰품인데!
     
    확실히 그건 아니었다. 정자세로, 네 발을 땅에 딛고 서있던 조각상의 형태가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바뀌어버린.... 그는 숨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암말 마냥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내는 건 막지 못했다.
     
    조각상은 등 뒤로 태양빛을 받고 있었다.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가슴팍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그것은 호흡을 연상케했다. 피그말리온은 크게, 정말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정말로 천천히 조각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실수로 그는 조각상의 상아빛 갈기와 함께, 뿔을 밝고 말았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길고 긴, 상아색 털로 뒤덮힌 뿔이었다.
     
    피그말리온은 질색을 하며 주저 앉았다.
     
    대체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는 빠른 속도로 조각상과 대면했다...
     
      부드러운 털가죽은 아침의 햇살을 받고, 빛의 봉우리를 그녀의 전신에 휘감았다. 그녀의 얼굴은 굉장히 평온해보였다. 피그말리온은 침을 삼켰다. 이렇게 암말의 얼굴을 자세히, 가까이서 본 일은 아마도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 이후로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숨을 쉬고 있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살아있는 포니다.
     
    ------------------------------------------------------------------
     
    그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첫 번째, 꿈 속의 상황이다. 그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즉, 현재 상황이 꿈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두 번째, 조각상 도둑이 내 조각상을 훔쳐갔고, 그 일당 중 한 명은 어쩌다 내 집에서 잠에 든 것이다. 현실에 일어날 법한 일이었지만, 과연 정말로 그게 일어나기 쉬울까? 억지다.
     
    세 번째, 기적이 일어나 조각상이 생명을 얻었다. 신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일까?
     
      그는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이럴 때 다른 포니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전혀 답을 찾을 수 그 포니는 몸을 뒤척였다. 피그말리온은 뒤로 자빠졌다. 그 바람에 등뼈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천장을 보고 누운 그 포니, 아니 조각상은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부드러운 갈기가 너풀거리면서 피그말리온의 코를 자극했다. 뒤늦게 피그말리온은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잽싸게 뒤를 돌아보았다. 용의 이빨로 되어있어야할 그것의 눈은 포니와 다를 것 없는 눈이었다. 검은 동공, 노란 눈동자, 하얀 눈알.
     
    "누구야?" 그것이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피그말리온의 심장이 출렁댔다.
    "너야말로... 로."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피그말리온은 그녀의 얼굴 근육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걸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음..."
    그녀는 눈을 꽈악 감았다.
     
    "그러게. 난 누구지?"
     
    -----------------------------------
     
     
    꺄아아아아아아아
    몇 달 전에 써 놓고 봉인해두고 있던 건데 다시 꺼내서 읽은 김에 올려봅니다. 더 쓸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근데 오글거리는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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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1 20:27:24  112.145.***.124  어제오늘하제  429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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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1/02 05:48:30  210.106.***.97  윽쏠린다  538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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