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경기를 펼치기 24시간 전, 리버풀은 자신들의 홈에서 첼시와 준결승 2차전을 치렀다. 그날 밤, 우리가 모인 훈련장에는 운동 도구들 따위는 없었다. 대신 관중석이 설치됐다. 신화 속에나 등장할 정도로 열광적인 안필드의 콥들이 로소네리 세계의 한복판인 바레세 지방의 카르나고에 출현했다. 그들은 밀란의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고, 피에 목마른 30명의 팬들은 텔레비전 주변에 모여 쭈그려 앉았다. 자네들은 절대로 혼자 걷지 않는다네, 리버풀이여. 여기 우리 밀라니스타들이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너희 뒤에 있으니! 우리는 첼시를 상대로 고함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리버풀 모자와 장난감 나팔이 어느 순간 우리 손에 들려 있었다.  리버풀을 응원하는 합창이 뒤를 이었다. 맥주 몇 병과 시원한 트럼 소리만 있었다면 전혀 부족할 게 없는 응원이었다.

 경기는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리버풀이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채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미 이긴 거나 다름없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모두에게 말이다. 경기를 치를 필요도 없었다. 이미 우리 운명은 정해진 상태였으니까. 밀란 팬들은 우리가 완벽하게 펼쳤던 두번째 경기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중 하나가 리버풀과의 결승전이다. 사실 그들이 모르는게 있는데, 그 전날 이미 우리는 승리를 거둔 상태였다.

 아마 AC밀란으로써는 이 결승전에 또 패배했더라면 정말 힘들었겠네요. 얼마나 2년 전의 복수를 하고 싶었는지 절실히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