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가벼운 꿈은 깨고나서 금방 까먹잖아요. 저만 그런가요?
제가 정말 정말 어렸을 적에 꾼 꿈이 있는데요. 유치원도 다니기 전에 꾼 꿈인데 서른인 지금까지 생생한 꿈이 있어요.
어렸을 적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부모님이랑 정말 좁은 단칸방에 살았었는데,
비키니 옷장이라고 아시나.. 지금도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한칸짜리 비키니 옷장과
옆엔 옷이 걸려있는 2단 행거만 있는 천장이 낮은 단칸방에 살았던게 생각나요.
꿈에서 저는 그 방에서 혼자 있었는데,
저~ 멀리서부터 징이랑 꽹가리 소리같은 사물놀이 소리와 함께 점점 사람들이 근처로 오는 소리가 느껴졌어요.
근데 가까이 오면 올 수록 사물놀이 소리가 아니라 무당들이 굿 할때 나는 소리 같은 느낌으로 변했어요.(어렸을 땐 방울소리 쿵쿵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면 할 수록 굿소리 같더라고요)
무언가가 막 쿵쿵 뛰면서 점점 우리 방으로 다가오는데 뭔가 너무 너무 무서워서 옷이 잔뜩 걸려있던 행거 뒤로 숨었습니다.
사람들이 막 뛰면서 방에 들어와서는 방에서 저를 찾는 느낌에 옷 사이로 쳐다봤는데
양반탈, 각시탈 같은 전통 탈을 쓴 사람들이 손에 한삼을 하고 쿵쿵 뛰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거예요.
너무너무 무서운데 소리도 안나와서 그냥 숨어있는데
방에서 방울소리랑 꽹가리소리, 쿵쿵 뛰는 소리는 계속 나고..
그런 와중에
그 정체 불명의 탈을 쓴 사람들이 옷 사이 사이로 탈을 쓴 얼굴을 막 들이밀었어요.
덩기덕 쿵덕 할 때 마다 리듬에 맞춰서 여러가지 탈들이 옷 사이사이로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제 쪽에 얼굴을 들이미는데..
정말 정말 무서워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네요.
유치원 가기도 전에 꿨던 꿈이라 그때는 그냥 너무너무 무서운 꿈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잊혀지지 않는 꿈이다보니 아 그때 그 방울 소리는 굿할때 나는 소리구나 그때 내가 본 탈은 각시탈이구나 하고 점점 더 선명해져요...
아! 그리고, 꿈에서 같은 곳이 계속 나온적이 있어요.
전체적으로 밤+안개가 잔뜩 낀 곳인데
가운데에 어두운 회색 건물이 하나 있고 건물을 사이에 끼고 양 갈래로 나눠진 길이 있어요.
저는 항상 그 가운데에 서있고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 고민하다가 나눠진 길 어느쪽으로 가지 않고 그냥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요.
(그러니까 이 장소에서 길은 총 4갈래 길인거죠)
그 길로 가다보면 담벼락이 나오고 더 가면 까만 강이 나오는데 저는 그 강을 건너본적은 없어요.
십대~ 이십대에 이 장소에서 항상 고민하다가 오른쪽으로 가는 꿈을 되게 자주 꿨는데, 요즘은 꿔본적이 없네요.ㅋㅋ
뭐 꿈에서 같은 장소가 나오는 경우는 흔하겠지만, 위에 꿈 이야기 쓰면서 조각으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