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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l_151985
    작성자 : 깃펜
    추천 : 15
    조회수 : 589
    IP : 27.100.***.23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2/04 15:02:23
    http://todayhumor.com/?animal_151985 모바일
    오늘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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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봄 초등학생이던 난 처음 만난 네가 너무 보송보송하고 작아서 인형인줄알았어. 동물은 안된다던 부모님이 기적적으로 데려온 널
    반려동물이라기보다 누군가에게 키운다고 자랑할 그런 아이로 생각했던것같아. 생명과 함께한다는 그 중요함을 몰랐지.

    이갈이를 시작했을때 내 책이며 학용품, 집안 가구를 다 갉으며 다닐땐 네가 좀 미웠어. 강아지가 싫어한다는 레몬향 스프레이를 온갖곳에 뿌렸어.

    너와 처음 잤을때 나는 내게 잠버릇이 있단걸 알게되었어. 그래서 너와 같이 자는 밤이면 자는사이 널 깔아버릴까 많이 걱정했어
    다행이 넌 엄마아빠 사이에 껴서 자는걸 좋아해 내 방에서 자진 않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살짝 서운했지.

    다들 처음키우는 동물이라 훈육법이나 서열관리란걸 할 줄 몰랐지. 정신차렸을때 너는 우리집 독재자로 말썽도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웠어
    잔병한번 안앓고 정말 건강하다 싶은 우렁찬 목소리와 점프. 너처럼 매일 사람한테도 높은 침대를 올라가는 개는 또 없을거야
    다들 늙으면 개들이 관절이 나빠 재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데 넌 혼자 세월을 빗겨간 것 같았어
    목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다들 네 나이를 들으면 놀라워했지.
    털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 털인지 네가 가족 외의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다면 나는 늘 네 털을 자랑하며 다녔을거야

    참, 너는 입맛이 참 우리 가족을 닮았었지. 우리 식구가 먹는 것이면 늘 먹고 먹지 않는건 싫어했어. 특히 닭고기를 좋아했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줘도 닭이있을때면 늘 닭을 달라그랬어. 네가 오돌뼈를 뜯는척 뼈를 들고 도망갔을땐 온 가족이 기겁을 하고 잡았었지.
    식탐은 얼마나 많은지 쓰래기통에 담긴 육포 봉투에 방부제를 먹었다 토를 하고 무사히 살아남았을땐 다들 꾸중하면서도 안심했지
    누가 뺏을리도 없는데 개껌을 통채로 삼켜 토하질않나 그러는 주제에 사료는 저키랑 같이 주지 않으면 배가 무척 고플때까지 먹지 않아.
    그래 그런데다가 사료가 오래 꺼내지면 찌들어 맛이 없다고 골라내거나 코웃음 치며 갔지. 정말 우리가 상전을 돌보는구나 했어

    사랑받는게 너무 당연해 쇼파아래 들어간 장난감 꺼내는 것 조차 우리한테 부탁하던 어리광쟁이.
    빗질도 귀청서도 너무 싫은주제에 간식하나 먹겠다고 꾹 참던 먹보
    그런주제에 아프면 아픈모습 보이기 싫다고 숨어있는 멍청이
    바람소리 천둥소리에도 겁먹고 하루를 벌벌떠는 겁쟁이

    바로 한달 전에만해도 상태가 좋다던 네가 오늘 아침 무지개 다리를 건넜구나.
    그래도 다행이야 요즘 자꾸 감기에 들어 외출도 못하다 어제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인다고 마중나오느라 간만에 바깥공기도 쐬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온 가족을 만나고 갔으니. 하지만 조금만 더 오래있다 가지 그랬니. 적어도 마음이라도 정리할 시간을 주고가지그랬니.
    너무 갑자기 떠난 너를 보내고 돌아온 집이 너무 조용한게 허전하다. 시끄러워 그만 짖으라며 널 타박하던 그 때가 벌써 그리워진다.
    혼자있는걸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혼자 얼마나 기다리려고 



    아침부터 우울한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죽은 아이 사진을 걸어두면 좋지 않단말에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사진을 바꾸려다 너무
    해맑게 웃는 아이 사진에 다시한번 울컥해져서 글로라도 하고픈 말을 쓰며 마음을 추스르고싶었습니다.
    아침에 갑작스래 강아지를 떠나보내자 비현실적인 느낌에 한참 눈물이 났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병원으로 갔다면 어떻게던 살았지 않을까
    후회되는 마음도있네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프지 않아요. 다만 떠나가던 순간 너무나 가벼웠던 그 무게가, 흐릿한 시선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것같네요. 새벽부터 아이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다 제 방에 들어오려했다는게 정말 가기전에 다시한번 온 가족의 얼굴을 
    보고싶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아이가 떠나더라도 그 모습은 드라마같이 모두가 보는 앞, 혹은 조용히 잠들듯 떠나는
    그런 것일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역시 다른법이였습니다. 그래도 심하게 아프다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한동안 아이 물품은 정리하지 못할것같아요.

    길고 우울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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