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2004년 봄 초등학생이던 난 처음 만난 네가 너무 보송보송하고 작아서 인형인줄알았어. 동물은 안된다던 부모님이 기적적으로 데려온 널 <div>반려동물이라기보다 누군가에게 키운다고 자랑할 그런 아이로 생각했던것같아. 생명과 함께한다는 그 중요함을 몰랐지.</div> <div><br></div> <div>이갈이를 시작했을때 내 책이며 학용품, 집안 가구를 다 갉으며 다닐땐 네가 좀 미웠어. 강아지가 싫어한다는 레몬향 스프레이를 온갖곳에 뿌렸어.</div> <div><br></div> <div>너와 처음 잤을때 나는 내게 잠버릇이 있단걸 알게되었어. 그래서 너와 같이 자는 밤이면 자는사이 널 깔아버릴까 많이 걱정했어</div> <div>다행이 넌 엄마아빠 사이에 껴서 자는걸 좋아해 내 방에서 자진 않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살짝 서운했지.</div> <div><br></div> <div>다들 처음키우는 동물이라 훈육법이나 서열관리란걸 할 줄 몰랐지. 정신차렸을때 너는 우리집 독재자로 말썽도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웠어</div> <div>잔병한번 안앓고 정말 건강하다 싶은 우렁찬 목소리와 점프. 너처럼 매일 사람한테도 높은 침대를 올라가는 개는 또 없을거야</div> <div>다들 늙으면 개들이 관절이 나빠 재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데 넌 혼자 세월을 빗겨간 것 같았어</div> <div>목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다들 네 나이를 들으면 놀라워했지.</div> <div>털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 털인지 네가 가족 외의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다면 나는 늘 네 털을 자랑하며 다녔을거야</div> <div><br></div> <div>참, 너는 입맛이 참 우리 가족을 닮았었지. 우리 식구가 먹는 것이면 늘 먹고 먹지 않는건 싫어했어. 특히 닭고기를 좋아했지</div> <div>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줘도 닭이있을때면 늘 닭을 달라그랬어. 네가 오돌뼈를 뜯는척 뼈를 들고 도망갔을땐 온 가족이 기겁을 하고 잡았었지.</div> <div>식탐은 얼마나 많은지 쓰래기통에 담긴 육포 봉투에 방부제를 먹었다 토를 하고 무사히 살아남았을땐 다들 꾸중하면서도 안심했지</div> <div>누가 뺏을리도 없는데 개껌을 통채로 삼켜 토하질않나 그러는 주제에 사료는 저키랑 같이 주지 않으면 배가 무척 고플때까지 먹지 않아.</div> <div>그래 그런데다가 사료가 오래 꺼내지면 찌들어 맛이 없다고 골라내거나 코웃음 치며 갔지. 정말 우리가 상전을 돌보는구나 했어</div> <div><br></div> <div>사랑받는게 너무 당연해 쇼파아래 들어간 장난감 꺼내는 것 조차 우리한테 부탁하던 어리광쟁이.</div> <div>빗질도 귀청서도 너무 싫은주제에 간식하나 먹겠다고 꾹 참던 먹보</div> <div>그런주제에 아프면 아픈모습 보이기 싫다고 숨어있는 멍청이</div> <div>바람소리 천둥소리에도 겁먹고 하루를 벌벌떠는 겁쟁이</div> <div><br></div> <div>바로 한달 전에만해도 상태가 좋다던 네가 오늘 아침 무지개 다리를 건넜구나.</div> <div>그래도 다행이야 요즘 자꾸 감기에 들어 외출도 못하다 어제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인다고 마중나오느라 간만에 바깥공기도 쐬고.</div> <div>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온 가족을 만나고 갔으니. 하지만 조금만 더 오래있다 가지 그랬니. 적어도 마음이라도 정리할 시간을 주고가지그랬니.</div> <div>너무 갑자기 떠난 너를 보내고 돌아온 집이 너무 조용한게 허전하다. 시끄러워 그만 짖으라며 널 타박하던 그 때가 벌써 그리워진다.</div> <div>혼자있는걸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혼자 얼마나 기다리려고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침부터 우울한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죽은 아이 사진을 걸어두면 좋지 않단말에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사진을 바꾸려다 너무</div> <div>해맑게 웃는 아이 사진에 다시한번 울컥해져서 글로라도 하고픈 말을 쓰며 마음을 추스르고싶었습니다.</div> <div>아침에 갑작스래 강아지를 떠나보내자 비현실적인 느낌에 한참 눈물이 났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병원으로 갔다면 어떻게던 살았지 않을까</div> <div>후회되는 마음도있네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프지 않아요. 다만 떠나가던 순간 너무나 가벼웠던 그 무게가, 흐릿한 시선이 한동안</div> <div>잊혀지지 않을것같네요. 새벽부터 아이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다 제 방에 들어오려했다는게 정말 가기전에 다시한번 온 가족의 얼굴을 </div> <div>보고싶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아이가 떠나더라도 그 모습은 드라마같이 모두가 보는 앞, 혹은 조용히 잠들듯 떠나는</div> <div>그런 것일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역시 다른법이였습니다. 그래도 심하게 아프다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div> <div>하지만 한동안 아이 물품은 정리하지 못할것같아요.</div> <div><br></div> <div>길고 우울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