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매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한번 적어봅니다.</p> <p>음슴체 이런거 모르므로 그냥 대충 쓸게요. </p> <p>군대에서의 기억이라고 하면 다들 여러 장르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보편적인게 유격과 혹한기가 아닐까 싶네요. </p> <p>전 포병이라서 행군이 압도적으로 적어서 유격때 걷는게 군생을 통틀어 가장 오래, 멀게 걸어본거 같아요. </p> <p>뭐 어쨌든..</p> <p>일병때 일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울 부대에 다이아 하나 박고와서 감히 병장님들과 어깨동무하고 말을 트려고 하는 아주 맹랑한 측지장교 한명이 왔더랬죠. 편의상 측지라고 하겠습니다.</p> <p>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유격훈련을 가게 됐는데....아 그런데...</p> <p>이 측지놈이 약을 먹었는지, 혹은 측지장교라고 다른 장교들은 껴주지도 않고, 짬없다고 부사관들도 무시하고, 병사들도 모른척하고 지내던 시간들이 억울 했는지..교관모자를 척~쓰고 난 뒤로는 무슨 영화에 나오는 교관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있더라구요.</p> <p>"올빼미들아 다들 모였나! 나는 올빼미의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다!"</p> <p>'보통 뱀파이어는 사람피 먹지 않나?'라고 속으로 궁시렁대며 쭈그리고 앉아있었죠.. </p> <p>그 유격장에 통나무를 희한한 자세로 타고 물을 건너는 코스가 있었는데 얼핏 봐도 그 물은 닿으면 최소 썩는다..싶을 정도로, 근처에선 악취때문에 코를 못들고 있을 정도의 똥물이 넘실댔구요..</p> <p>하필 측지가 거기 교관을 맡았더라구요. </p> <p>우리들은 오와 열을 지어서 갓 입학한 초등학생마냥 쪼그리고 앉아있고 측지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히죽거리고 있다가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p> <p>조교의 시범이 있고 나서 뜬금없는 퀴즈를 내더군요. </p> <p>"내 별명을 맞추는 사람은 이 훈련을 열외 시켜준다!"</p> <p>웅성웅성</p> <p>옆에 동기와 저는 '거봐 저새끼 약먹은거 맞다니까..', 뒷자리에선 '근데 쟤 누구야?', 옆에선 '점마 저거 또라이라매?' 등등..</p> <p>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여러군데서 손을 들고 정답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p> <p>"XXX측지장교 십니다!"</p> <p>"땡"</p> <p>"측지입니다~"</p> <p>"땡"</p> <p>오답행진이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문득 예전에 간부식당에서 취사병들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p> <p>어느날 측지가 라면을 끓여달래서 먹고 있다가 예전에 별명에 대해서 이야길 해준 적이 있다고...</p> <p>지 입으로 자기가 미친개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p> <p>솔직히 훈련열외라는 달콤한 과실이 눈앞에 있는데 그걸 덥썩 물려니 왠지 모를 찜찜함이 있더군요. </p> <p>(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훌륭한 촉을 주셔서..)</p> <p>손을 들려니 '그래도 간부인데..미친개라고 하면 좀 그럴라나..'</p> <p>그래서 전 옆에 동기에게 작은 말로 '예전에 지입으로 미친개라고 했다던데..'라고 고급정보를 흘렸습니다.</p> <p>동기는 미끼를 덥썩 물더군요. </p> <p>손을 번쩍 들고</p> <p>"정답! 미친개입니다~~~"</p> <p>순간 장내는 웅성임에서 키득거림으로 바뀌고...</p> <p>측지는 제 동기녀석을 한참 쳐다보더니 </p> <p>"XXX번 올빼미 나와"</p> <p>그때만 하더라도 '아 씨..그냥 내가 말할걸 그랬나..'싶었죠.</p> <p>동기는 손으로 v를 그리며 희희낙낙 앞으로 나갔죠.</p> <p>"대가리 박아"</p> <p>.......</p> <p>미안...</p> <p><br></p> <p>읽으시는 여러분께도 미안...</p> <p>어떻게 결론을 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p> <p>음..다들 자기 전에 이 잘 닦고 자요~</p> <p>후다닥</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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