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h3 class="tit_subject"><a target="_blank"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68105" target="_blank">조직과 화합 못한 '포퓰리스트'<br>안철수 탈당은 예견돼 있었다</a></h3><br><br><br><br>저는 지난 2년간 포퓰리즘 연구에 빠져 있었습니다. 포퓰리스트란 대의민주주의의 주요 제도인 정당이나 의회에 대한 불신을 리더 개인에 대한 신뢰로 대체하면서 정치적 불만을 동원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사람을 말합니다.<br><br>전 세계 포퓰리스트는 좌파, 우파, 중도 모두 존재하므로 이념적 공통점도 없고 국가적으로는 남미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과거엔 캐나다, 최근엔 유럽, 미국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스트를 감별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전 세계의 포퓰리스트는 수사학과 리더십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br><br>1) 포퓰리스트는 입만 열면 국민을 내세우는데,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갖는 국민이 자연스러운데 비해 포퓰리스트들은 하나의 생각이나 뜻을 갖는 국민을 상정합니다.<br><br>2) 의회, 정당, 관료 등 기존제도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노출하면서 이에 대한 불신을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로 대체합니다.<br><br>3) 대체로 포퓰리스트들은 성공적인 업적을 이룬 비정치인이 갑자기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등장하는데 국민의 소명을 받고 정치를 시작하기 때문에 권력의지가 모호한 게 특징입니다. 자신은 원치 않는데 국민이 불러내서 할 수 없이 정치를 한다고 했다가는 강한 권력욕을 보이기도 합니다.<br><br>4) 입으로는 국민을 외치지만 리더십은 권위적이며 공조직이 아닌 측근으로 이루어진 폐쇄적인 사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며 민주적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합니다.<br><br>5) 포퓰리스트는 자기는 단일한 국민의 의지를 대변할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남과 융합되지 않고 분란을 일으키며 그가 속한 정당은 분열로 끝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생명도 실패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br><br>이 런 포퓰리스트들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곳은 대통령제를 택한 남미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 하에서는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비정치영역에서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갑자기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일부는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렇게 당선된 포퓰리스트들이 전혀 준비 없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오히려 무능하고 실패로 막을 내렸다며 포퓰리스트의 등장에 매우 비판적입니다.<br><br>캐나다의 포퓰리스트는 오래 전 일이라 건너 뛰겠습니다. 미국의 포퓰리스트는 1992년 대선에 등장한 억만장자 로스 페로를 들 수 있습니다. 페로의 도전도 결국은 실패로 끝났는데 페로야말로 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최근 유럽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는 극우 정치인들이 EU의 등장과 이민, 국제화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불만을 동원하여 EU반대운동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br><br>극우세력이 의미 있는 의석을 얻기도 하지만 집권세력이 되는 건 불가능할만큼 선진국에서는 포퓰리스트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포퓰리스트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단 하나의 국가가 있다면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오래 전 유명한 포퓰리스트를 경험했지요. 바로 히틀러입니다. 히틀러도 위의 특징에 그대로 부합하는 인물입니다. 독일은 방송이나 시민교육을 통해 히틀러와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기에 포퓰리스트가 발 붙일 틈이 없다고 합니다.<br><br>미국에서는 페로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트럼프의 등장을 보아도 포퓰리즘의 발흥이 좀 심각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언론의 무한경쟁으로 인한 상업주의가 심각하고 금권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미국 학자들은 제3후보였던 페로가 언론을 돈으로 산 덕분에 최근 미국 역사에서는 전무후무하게 19%의 유효투표를 획득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페로는 돈으로 언론을 산 것 외에도 언론이 자발적으로 엄청난 보도를 했기 때문에 인기를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랬을까요?<br><br>페로는 정치불신자를 동원한 게 아니라 보통 사람을 정치불신자로 만들었고 또한 정치를 외면하던 정치냉소주의자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계명된 시민의 존재를 가정합니다. 따라서 정치냉소주의자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냉소주의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면 모두 싫어하는데 페로와 같이 성공한 갑부가 정치인이 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br><br>포퓰리스트의 등장으로 언론은 새로운 정치시장을 개척하게 된 것이니 새로운 독자층을 위해 페로 기사를 쏟아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언론의 상업주의가 페로와 같은 포퓰리스트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는 말입니다.<br><br><strong>안철수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strong><br><br>이 글을 읽으면서 왜 자꾸 안철수 의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고요? 안철수 의원은 페로와 너무도 흡사합니다.<br><br><table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 align="center" style="margin:0px auto;" class="photoCenter"><tbody><tr><td colspan="2"><img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5/1213/IE001903193_STD.jpg" class="photo_boder" style="width:600px;" alt="기사 관련 사진"></td></tr><tr><td align="left" colspan="2" style="font-size:12px;width:600px;color:#9ea2a7;padding-bottom:10px;padding-top:5px;line-height:15px;" class="cssDesc"><b>▲ 안철수 탈당 선언 "지금 야당엔 답 없다"</b> 새 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선언을 한 안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td></tr><tr><td align="left" style="font-size:11px;color:#9ea2a7;" class="box_man">ⓒ 남소연</td> <td align="right" class="atc_btn"> <p class="btn_area01"><a target="_blank"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1903193" class="btn_all">관련사진보기</a></p></td></tr></tbody></table><br>1) 안 의원은 늘 하는 이야기가 "국민에게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그의 출마선언문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겠습니다"와 유사한 표현이 세 번이나 등장할만큼 국민이 단일한 의사를 갖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br><br>2) 중앙당을 없애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줄이자,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그의 제안은 학자로부터 이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자신의 '진심'을 강조함으로써 정치를 제도보다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로 환원시켰습니다.<br><br>3) "저는 제 역량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국가의 리더라는 자리는 절대 한 개인이 영광으로 탐할 자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라는 출마선언문은 다른 포퓰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소명의식으로 정치에 투신했음을 보여줍니다.<br><br>4) 새정치민주당이 탄생하는 과정이나 대표로서의 그의 리더십, 지난 대선 캠프에서의 의사결정과정이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사조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미 많은 분들이 목격했습니다.<br><br>5) 새정연 분열과 안철수의 탈당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전세계 포퓰리스트 누구도 조직 내에서 화합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br><br>저 는 지난 몇 년간 안철수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결국은 포퓰리즘 연구로 귀착하게 되었습니다. 안철수캠프의 박선숙은 안철수가 지지를 받는 건 양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경험적 연구결과 정당불신자들은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민주당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했었습니다. 박근혜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겠지요.<br><br>오히려 무당파층 중에서 안철수 지지자들은 페로 지지자와 유사하게 정치냉소주의자들이 유의미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안철수의 가장 큰 공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국민을 정치에 관심 갖게 만든 것이라고요? 그게 바로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즘은 대의정치를 부정하고 정당을 망치기에 민주주의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모든 정치학자들의 일관된 생각입니다.<br><br>안철수현상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후진국현상이며 금권정치, 언론의 상업주의가 판치는 곳에서나 발견되는 비정상적인 반정치 현상입니다. 정치는 기업경영보다 더 복잡하고 전문성을 요합니다. 아무나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안철수현상을 만들어냈고 내분에 휩싸여 아무 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야당을 만들었습니다. <br><br>정치발전이란 사람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제도화와 동의어입니다. 안철수현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언론인들은 이제부터라도 차분히 과거를 복기하고 성찰함으로써 독일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으면 좋겠습니다.<br><br>국 민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 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안정되고 견고한 지지도는 박정희신화, 정당의 제도화, 씽크탱크로서의 여의도연구소와 유능한 스텝, 규칙에 승복하는 문화 등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br><br>틈만 나면 김대중, 노무현을 신자유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두 분 대통령의 신화를 깨고, 포퓰리스트를 띄움으로써 야당을 분열하고 무능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진보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 야당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초기 오판을 감추기 위해 끝까지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면 진보언론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br><br><strong>시민의식이 안철수현상 이겼다</strong><br><br><table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 align="center" style="margin:0px auto;" class="photoCenter"><tbody><tr><td colspan="2"><img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5/1213/IE001903106_STD.jpg" class="photo_boder" style="width:600px;" alt="기사 관련 사진"></td></tr><tr><td align="left" colspan="2" style="font-size:12px;width:600px;color:#9ea2a7;padding-bottom:10px;padding-top:5px;line-height:15px;" class="cssDesc"><b>▲ </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 결행'을 막고자 13일 새벽 노원구 안 전 대표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td></tr><tr><td align="left" style="font-size:11px;color:#9ea2a7;" class="box_man">ⓒ 연합뉴스</td> <td align="right" class="atc_btn"> <p class="btn_area01"><a target="_blank"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1903106" class="btn_all">관련사진보기</a></p></td></tr></tbody></table><br>안 철수의원이 지난 대선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고 지지도 추락으로 사퇴했고 자신이 만든 정당을 탈당함으로써 포퓰리스트 특징의 정점을 찍게 된 것은 그나마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남미보다는 높기 때문 아닐까요. 안철수의원이 다른 나라의 포퓰리스트와 다른 게 딱 하나 있습니다.<br><br>포퓰리스트는 원래 기득권층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데 안철수 의원은 대기업 말고는 일체의 기득권에 대해 적대감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문재인만을 상대로 싸웠던 게 시민들의 냉대를 받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br><br>진 보언론이 그토록 안철수현상을 주도했고 지금도 여전히 응원하는 이가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시민의식의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진보언론이 아직까지 안철수현상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서 반기문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