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누군가는 아홉수를 만으로 센다고도 하고, 스물아홉이 된 해에 이제 아홉수네 하고 빈정거리기도 한다.</div> <div>스물아홉해가 끝날때 쯤 만으로 스물아홉이니까 결국 아홉수는 통상 이년인건가? 징하다.</div> <div> </div> <div>스물아홉해가 된지 얼마 안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div> <div> </div> <div>언니는 내게 왜 니가 이별할때는 항상 누군가 죽는걸까. 하고 말했다.</div> <div>굳이 아홉수라고 하는 이유는, 이번엔 이별한사람도, 죽은사람도 둘다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div> <div>이정도로 재수가 없으려면 아홉수 핑계를 대지 않고서는 모든게 다 내탓만 같다. </div> <div> </div> <div>총 8분기의 아홉수중에 이제 겨우 1분기 지났을 뿐인데, 얼마나 더 재수없으려고 이렇게 임팩트있나 싶다.</div> <div> </div> <div>설을 앞둔 어느 눈이 많이 오던 날 할매가 떠났다. </div> <div> </div> <div>장례식장은 마치 다른세계에 와있는것 같았다. 목전에 영원한 이별이 있음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div> <div>나는 이제 그녀의, 비닐같이 버석거리는 손등을 만질 수 없다.<br>그녀의 초점잃은 눈동자를 바라볼 수 없다.부족한 의치 사이의 익살스런 표정을 따라 할 수 없다.<br>초콜렛을 한입 더 크게 넣어 줄 수 없다. 그녀는 잠수종에 갇힌 나비같았다.<br></div> <div>분명 꿈속에서 할매는 <br>뜨거운 국수를 후후 불어 후루룩 먹었으리라.<br>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크게 한입 베어 먹었으리라.<br>일본여행을 하며 지나간 청춘을 밤 새 이야기 했으리라.<br>그리고 매일저녁 아랫목에 갓지은 공깃밥을 넣어놓고<br>집에오는 그의 아들과 손녀를 위해 김치찌게를 한솥 지었으리라.</div> <div>언니와 나는 하염없이 겁이나 울었다.<br>얼마지나 옛이야기를 꺼내며 비 현실적인 상황속에서 배가고팠다.<br>주먹밥을 먹으며 꼴이 우스워 웃음을 자지러지게 지었다.<br>그리고 곧 다시 감당못할 슬픔이 다시한번 찾아왔다.</div> <div> </div> <div>나와 언니는 왕따였다. <br>어린 나에게는 그저 큰집언니들은 깍쟁이였지만, 만화를 실컷 볼 수 있는 곳이었다.<br>세살터울 언니는 철이 들어 새벽녘에 어른들의 빈정거림과 우리가 얼마나 애물단지인지에 대해 들어야했다고 한다.</div> <div>단순히 내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을 뿐이었는데, 우리는 왕따가 되었다.</div> <div>할매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찾았다고 했다. 고모를 나로 착각해 하염없이 이제왔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왕따였다.<br>친지들 사이에서 섞이지 못하고 경멸하는 눈초리의 대상이 되었다.</div> <div>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과 그의 자식들은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이 되었겠지.</div> <div><br>염을 끝낸 그녀의 몸은 너무 작은 소년의 체구였다. 허리가 굽었지만 풍채가 좋던 그시절의 할매는 이제 13살 소년의 체구같았다.<br>고개를 뻗어 베개를 베고 있는 할매의 모습은 마치 수의를 입힌 인형같았다.<br>가지런히 빗질해놓은 머리는 뒤로 넘겨져 있었고, 적은 숱의 눈썹은 그대로였다. 입술은 부르텄었고, 검버섯이 자리했다.<br>지난달 보았던 콧망울에는 상처가 자리했고, 할매의 복스러운 부처님귀는 뒤로 쳐져있었다. <br>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었던 영혼없는 얼굴. 그녀의 빈껍데기. 너무나도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녀의 껍데기.</div> <div>할매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얼음장보다 차갑지만 매끄러웠던 할매의 볼에 내 볼을 갖다대고 귀에 속삭였다.<br>늘 그랬던 것 처럼 입을 맞추면 눈을 뜰 것만 같아서. 늘 그랬듯 쳇 하고 웃을 것 만 같아서 <br>잘 들리지 않던 그녀의 귓볼에 사랑한다고 속삭이면 나도 하고 장난스럽게 말 할 것 만 같아서 나는.</div> <div><br>그녀의 차가운 껍데기마저도 너무나 사랑했기에.</div> <div>왕따였던 나를 끝까지 믿어주었던 나의 영원한 친구이자, 아가페</div> <div> </div> <div>늦어서 미안해 할매, 너무너무 미안해 자주 왔어야 했는데 너무너무 미안해 할매 </div> <div>할매가 죽을것만 같던 순간이있었다. 어느날은 심장이 너무나 두근거리고 자다가 울며 깬날 할메가 죽을 것 만 같아서 흔들어 깨우기도 했다.<br>이불 속에서 울면서 기도하기도 했다. 할매가 죽으면 나는 정말 혼자라고 생각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div> <div> </div> <div>할매 말버릇은 아이고 죽겠다 였는데 그때는 그말이 협박으로 들리기까지 했다.</div> <div>할매는 죽겠다고 하며 20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오늘 할머니는 정말로 죽겠었나보다.</div> <div> </div> <div>할매는 나를 네살때부터 22살까지 키웠다. 내인생의 대부분이 그녀였다. </div> <div>내가 일본으로 도망가며 할머니는 집에있을 이유가 없어졌는지 집을 떠났다.</div> <div><br>그리고 긴 고독의 여정이 시작되었고, 끝끝내 잠수종에 갇힌 나비가 되어 나타났다. </div> <div>다시 할매를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초래한 일이 나의 아가페에게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 알 수 있었다.</div> <div>아무도없는 로비에서 마음으로 말했다. 할매 나한테 와주라, 나좀지켜주라. 나정말 세상에 혼자인것같아.</div> <div>등을 토닥이며 오빠가 지나갔다. 불꺼진 방에는 큰집언니가 혼자 향을 지키고있었다.</div> <div>할매에게 나는, 나는 막내손녀이자, 딸이자, 숙적이자, 친구였다. 가장오랜시간 많은시간을 공유하고 싸운 전우였다.<br>그러나 잊고있었다. 큰집언니는 할매의 귀하디귀한 첫손녀였으며 그들이 떨어져 지내기 전까지 언제나 큰언니는 첫번째였다는 사실을.<br>나는 왕따에 애물단지였지만, 큰언니도 나도 똑같은 제 자식의 자식이였던 것이다.</div> <div> </div> <div>할매 내꿈에 나타나서 내머리좀 쓰다듬어주라<br>사랑한다고 말해주라 내꿈에 자주자주 와주라<br>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국수 후후 불어서 후루룩 먹자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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