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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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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oda_939
    작성자 : 비설당주
    추천 : 14
    조회수 : 2282
    IP : 119.192.***.105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5/08/25 12:49:15
    http://todayhumor.com/?soda_939 모바일
    [약스압,약사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상한 애 이야기
    <div>할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는데 이러고 있으므로 어이 없음 음슴체</div> <div> </div> <div>고등학교 때 일임.</div> <div>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가끔 한 동네에서 다른 학군으로 배정되어 떼로 한강을 건너 있는 학교에 가는 사태가 발생했음.</div> <div>지금은 노선이 새로 생겨서 지하철로도 갈 수 있지만 그땐 버스 밖에 없었고, 그래서 아침 시간에 버스 타면 학교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하루 종일 쓸 기력을 다 쓴 상태라 그 핑계로 공부 안 함.</div> <div>이 꼴을 보다 못한 동네 학부형들이 작은 마이크로 버스를 섭외, 아침 시간에만 그 버스로 통학을 했음.</div> <div> </div> <div>그 버스에 타는 애 중에 삐리리(가명 맞음)라는 애가 있음.</div> <div>다른 애들이랑 수준이 안 맞는다며 (어디가?) 혼자 노는.. 자진해서 따가 되었던 아이임.</div> <div>그렇다고 그 아이가 외모가 수준급이라거나 성적이 썩 좋지도 않았음. 오히려 외모는 음.. 좀 그랬음.</div> <div>당시 우리반 반장은 그 동네 시장에서 쌀집하는 집 딸이었는데 참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뻤으나</div> <div>걔가 뭐라도 하면 꼭 혼자 구시렁구시렁, 하지만 주위엔 다 들리게  "쌀집 딸 주제에..."하며 무시하는 애였음.</div> <div>하지만 학교 애들이 거의 다 착해서 삐리리를 딱히 왕따를 시키거나 괴롭히거나 하지도 않음.</div> <div>그냥 '쟤는 좀... 자기만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애구나'하는 정도? 나 역시 그랬음. </div> <div> </div> <div>혼자 노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 걔가 날 만만하게 봤는지 가끔 나한테 들러붙어서 속닥속닥하며 이런저런 말을 걸었음. 심지어 같은 반 됨.</div> <div>나도 그냥 저냥 대꾸해줬더니 아침마다 오는 순서대로 자기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데 같은 버스로 오는 걔는 늘 내 옆에 앉으려고 함.</div> <div>나라도 걔랑 안 놀아주면 안 될 것 같은 불쌍한 생각이 들어 딱히 말리지는 않았음.</div> <div>그런데 나는 다른 반 친구도 자주 오고, 좀 떨어진 자리에 있는 애도 쉬는 시간에 자주 찾아오는데 (내가 움직이는 걸 싫어하다보이..)</div> <div>그때마다 좀 조용히 하라고 짜증냄. 자기 공부한다고... ㅠㅠ</div> <div>왜 걸어가면서도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도, 밥 먹을 때도 공부하는데 성적 안 나오는 애가 하나쯤은 있잖음?</div> <div>걔가 딱 그런 애였음.</div> <div>그래놓고서는 수업 시간엔 나한테 말 걸음ㅠㅠ 자기 아빠가 무슨 기업에서 부장이었다가 이사가 됐다는 둥. </div> <div>평소엔 '이따 얘기하자'고 딱 끊으면 쉬는 시간엔 또 공부한다고 말 안 거는데 그 날은 정말 기뻤는지 쉬는 시간에 물어봄.</div> <div> </div> <div>삐리리: 우리 아빠 이사됐다니까. 너 이사가 뭔지 알아?</div> <div>나: 응. 우리 아빠 전무거든.</div> <div>삐리리: 전무가 뭔데?</div> <div>나: 집에 가서 아빠한테 여쭤봐.</div> <div> </div> <div>(혹시나 해서 첨언하자면 조금 지나 울 아부지는 퇴사하시고, 사업하시다 우리집 망테크 탐. 쫄딱 망함. 이 기회를 빌어 자랑하는 거 아님)</div> <div> </div> <div>그날 이후 며칠을 말 걸지 않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옆에도 앉지 않음. 매우 편했음.</div> <div>그리고 '쌀집 딸 주제에..'같은 말도 내 옆에선 하지 않았음. </div> <div> </div> <div>그러던 중, 내가 입원을 하게 됨. 신장결석이었음. 평소에도 몸이 좀 약한 편이라 체육시간에도 잊을만 하면 쓰러지고 했었고</div> <div>입원할 당시엔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물만 마셔도 토하고 혼이 반쯤 빠져 있었는데 엄마가 학교에도 그렇게 얘길 했나봄.</div> <div>담임쌤이 '작성자가 매우 아프단다. 물도 못 마신다'고 해서 애들은 내가 중병에 걸린 줄 알았다고 함. 학교 전체에 소문 퍼졌다고;;;</div> <div>친한 친구가 대표로 문병을 왔는데 반 아이들이 다 롤링페이퍼에 빨리 나아서 꼭 돌아와야한다고 ㅠㅠ 눈물의 메시지를 절절하게 씀.</div> <div>따로 보낸 편지와 책, 초콜릿, 사탕, 거울과 빗 세트 등등 작은 선물들도 많았음. 삐리리는 메시지도 안 적음.</div> <div>문병대표로 온 친구는 나름 멀쩡한 내 상태를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며 ㅋㅋ 좋아하면서 갔음.</div> <div>열흘 정도 입원했다가 퇴원을 했는데.. 아뿔싸. 학교 가자마자 기말고사였음-_-</div> <div>물론 선생님과 부모님이 모의하신 '시험은 봐야지'의 결과물이었고, 나는 짜증났지만 당황하진 않았음. </div> <div>평소에도 공부를 성실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 평소 시험을 맞는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 어차피 찍거나 벼락치거나.</div> <div><strike></strike> </div> <div> </div> <div>퇴원하자마자 시험 본 거고, 아직 후유증이 남아서 아침이면 마지막 라운드를 뛰고 있는 권투선수처럼 부은 얼굴로 나타나서 친구들이 많이 걱정함.</div> <div>시험이 끝나고 성적표가 나왔는데 평소처럼 나왔음. <strike>앞으로도 공부를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함. </strike></div> <div>그때 삐리리가 갑자기 내 성적표를 낚아채듯 뺏어감. 얜 평소에 지 성적표는 아예 화장실 가서 문 걸어잠그고 보는 애였는데.. 왜째서 내껀;</div> <div>"야!!" 소리 지르니 친구들이 다 쳐다봄. </div> <div>기가 막혀 하고 있는데 내 성적표를 보더니 "넌 왜 공부 안 했는데도 성적이 잘 나와?"하며 짜증내며 돌려줌. 딱히 잘 나온 것도 아닌데;; </div> <div>그때 삐리리는 인상적인 대사를 날렸음.</div> <div> </div> <div align="center">"뭐... 괜찮아. 너는 몸이 약해서 일찍 죽을 거니까"</div> <div> </div> <div> </div> <div>주위에 잠시 정적이 흘렀음. 나도 그랬음. 내가 뭘 잘못들었나 시공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했음.</div> <div> </div> <div>그 정적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친구가 "뭐? 이런 쓰앙녀니!"하며 삐리리의 머리끄덩이를 잡으면서 깨짐.</div> <div> </div> <div>평소 같으면 말렸을 다른 친구들도 "저게 미쳤나", "야!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니가 오늘 나한테 죽어봐라"고 막 욕함.</div> <div> </div> <div>하지만 그렇다고 집단구타를 하거나 한 건 아니고 모여들어 무섭게 째려보고 있는 게 전부.</div> <div>그런데 제일 열받은, 삐리리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있는 친구는 당장 밖으로 나오라며 일어서려 하고 있었음.</div> <div> </div> <div>"야.. 그냥 놔줘. 나 일찍 안 죽어. 억울해서 안 죽어. 그거랑 상대하지마."</div> <div> </div> <div>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게 전부였음. '그래.. 오늘은 삐리리를 묻기에 좋은 날이지. 소각장으로 가자'고 할 수는 없잖음. </div> <div>하지만 난 누가 날 위해 그렇게 화내고 편 들어주는 게 너무 고마웠음. </div> <div>그리고 1시간 뒤, 전 학년에 소문이 퍼져서 그 삐리리는 '사람도 아닌 것'이 되었음. </div> <div>뭐 그렇다고.. 딱히 삐리리를 괴롭히거나 할 애들도 아니었지만 걔는 졸업할 때까지 친구 없이 혼자 다른 사람들을 다 따돌리며 지냈음.</div> <div>하지만 아침엔 같은 버스를 탔으므로 걔의 구시렁대는 혼잣말은 계속 들을 수 있었음.</div> <div>"예술계 주제에..."</div> <div>"집도 못 사는 주제에..."</div> <div>"나보다도 공부 못 하는게..."</div> <div>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여대를 갔다는 소문과 살을 많이 빼서 쪼글쪼글 할머니가 되어 버스정거장에서 마주친 다른 친구에게 20키로 뺐다고 자랑하더란 얘기였는데 (안 친하던 애가 갑자기 붙잡고 자랑해서 당황했지만 되게 늙어보인다고 대답해줬다고ㅠㅠ) </div> <div> </div> <div> </div> <div>보고 있냐? 나 아직도 안 죽었다. 몸도 건강해져서 이젠 감기도 잘 안 걸린다. 너는 니 말대로 키 크고 잘 생긴 대기업 다니는 남자 만나서, 아침 저녁 밥 안 하고 딱 국만 끓여서 먹고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머리끄덩이 잡힐 일 하고 다니는 건 아닌지 싶지만 내 알 바 아니구나. 알아서 살아라.</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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