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
오늘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그 동안의 집회참여에 무력감과 회의감을 느꼈던 지라 많은 고민을 했었다.
부채의식이란 그 놈은 끝까지 내 발목을 놓지 않는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나는 광화문행 지하철을 탔다.
비오는 날인지라 차내 공기가 탁해 중간에 종각에 내려 시위대에 합류했다.
얼마안가 경찰 폴리스라인이 보였고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있었다.
폴리스라인 근처까지 갔다.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였다.
경찰버스로 이미 광화문일대는 폐쇄되어 있었고, 가까이서 보니 물대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내가 알던 투명한 색과는 달랐다. 다량의 최루액을 섞어 완전히 하얀색이였다.
시간이 지나 하늘이 어두어지자 경찰의 폭력진압은 더욱 더 심해졌다.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하고 경찰버스 안의 경찰들은 최루액을 분사했다.
최루탄을 터뜨려 최루가스가 자욱했고 주변 시민들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연신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내 앞에 한 학생이 물대포에 맞아 팔이 부러졌다. 곧 엠뷸런스가 왔고 그 학생을 싣고 출발하려는 엠뷸런스를 향해 경찰은 물대포를 난사했다.
그 후에도 몇차례나 엠뷸런스가 오갔으나 경찰의 폭력진압은 그칠 줄을 몰랐다.
화가 난 일부 시위자들은 쇠파이프와 각목등으로 경찰차를 두들기고 유리창을 부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을 막고있는 경찰차에 밧줄을 묶어 당기기 시작했으나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며 그 큰 경찰버스를 움직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물대포를 맞은 사람들은 쓰러지고 고꾸라졌고 얼굴에 흘러내리는 최루액때문에 눈도 못뜬 채 고통스러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그들의 얼굴에 반쯤 마시다 만 생수를 부어 최루액을 씻겨내려주는 것 뿐이었다.
물대포가 한 곳으로 향한다.
한 시민이 물대포를 맞고 아스팔트 바닥에 널부졌다. 그럼에도 물대포는 멈출줄을 모르고 계속 직사로 퍼부었다.
그는 몇몇 시민들에게 양어깨를 들린 채 한 쪽 보도블럭으로 질질 끌려나왔다.
그의 몸은 힘없이 축쳐졌고 눈은 반쯤 뜬채로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렀다.
현재 그는 수술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단다.
여기는 지옥이다. 지옥이라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 후 나는 시위대를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집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지친 몸을 이끌고 출구를 빠져나왔다. 번잡한 거리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좀 전의 지옥과 같았던 곳과 같은 서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 하늘 빛이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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