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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3763
    작성자 : 쭈니요
    추천 : 15
    조회수 : 1602
    IP : 211.114.***.21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10/21 09:56:38
    http://todayhumor.com/?panic_73763 모바일
    단편) 꽃
    "이것참 뭐라고 해야될지.." 
    하며 남자가 말문을 떼자 여자는 탐탁치 않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환불해 주세요."
    "아니 이보세요. 다 시든 꽃을 보상해 달라니 이 무슨 헛소리요!"
    남자가 당황해 하다가 화가난듯 버럭 소리쳤다.

    얼마전 꽃배달 주문이 들어와 이 여자의 집으로 배달을 간적이 있었다. 
    그때가 벌써 2주 전이니 남자는 황당했다.
    남자는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상식적으로 말해서 꽃이란게 시간이 지나면 시드는게 당연한건데 그걸 당일도 아니고 2주나 지난뒤에 환불해달라는 사람이 어딨냐 이말이요!"

    그러자 여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안해주신다는 거죠?"
    "상식적으로 생각하쇼. 상식적으로."
    "알겠어요. 수고하세요."
    하고 여자는 꽃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뭐가 불만스러운건지 계속 궁시렁 거리며 밀린 배달 주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주일뒤 낮익은 주소로 주문이 들어왔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문한 백합을 가지고 그 집으로 올라갔다.
    "아, 여기 그 미친년이 사는집 아냐. 에이 어떤놈인지 고생좀 하겠구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벨을 눌르려 했다.

    끼익..
    문이 먼저열렸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움츠렸다.
    "어서오세요. 밖에서 소리가 나서 먼저열었어요."
    "아, 네. 여기 있습니다. 꽃 선물을 자주 받으시네요. 역시 이번에도 환불은 안되십니다."
    "네. 알겠어요."
    하고 꽃을 건내주고 사인을 받고 문이 닫히려는데 무심코 집을 봤다. 온통 붉은 계통의 벽지가 눈에 띄였다.

    "별 미친년을 다보겠군. 쎄빨간 집에서 뭐 신이라도 모시고 사나?"
    하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무심코 위를 쳐다봤는데 그 여자 베란다에 불이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꽃을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귀신은 뭐하나 저 미친년좀 데리고 가지"
    하며 남자는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아파트를 빠져 나왔다.

    그렇게 몇주에 한번씩 그녀의 집으로 꽃배달이 들어왔고, 난 욕짓거리를 하며 그녀의 집으로 배달을 갔다. 항상 베란다에 나와 손을 흔드는 여자를 볼때마다 남자는 욕을 했다.

    그렇게 또 주문이 왔다. 그녀의 집앞에서 벨을 눌렀다. 잠에서 덜깼는지 몸에 달라붙는 하얀 실크 슬립을 걸친 여자가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남자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빨개지는걸 느꼈다.
    여자가 속옷을 안입고 그냥 그대로 나왔기 때문에 남자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여기 싸인좀 해주세요."
    "아 잠시만요. 내가 펜을 어디다 뒀드라.. 아, 현관에 서있지 마시고 잠깐 들어오세요. 집이 좀 지저분해서.. 펜을 찾는데 좀 시간이 걸릴꺼 같은데.."
    "아 괜찮습니다. 밖에서 기다려도 되요."
    "제가 죄송해서 그래요. 매번 오시는데 음료라도 드려야 할탠데.. 집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그럼 잠깐 실례좀 하겠습니다."

    남자는 다른 것을 상상했으나 그건 망상일 뿐이였다.
    "식탁에 잠깐 앉아 계세요. 쥬스 괜찮으세요?"
    "아, 뭐든 잘 먹습니다. 하하"
    수십번 미친년이라고 욕했던 남자지만 여자의 실루엣 앞에서는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아, 찾았다. 어디다 사인하면 되죠?"
    "여기에 해주세요."
    사인을 받고 남자가 일어섰다. 여자도 따라 일어섰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하고 남자가 일어서며 집을 둘러봤다. 오늘은 낮이라 그런지 불을 안켜도 집이 환했다. 남자는 무심결에 물어봤다.
    "꽃이 안보이네요? 하긴 많이 받으시니 시들면 다 버리시나 보죠?"
    "아, 화분 방은 따로 있어요. 제 방에 모아뒀거든요. 저번처럼 시들까봐 화분에 꽃아뒀어요. 잠깐 보실래요?"
    남자는 뭔가에 홀린듯 여자의 실루엣에 감탄하며 여자가열어준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모를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 미친년"
    푹. 남자의 옆구리가 뜨거워 졌다.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내 화분이 맘에 들어? 나도 너가 마음에 들어.. 있잖아.. 너가 화낼때 너무 섹시해.. 화가나서 얼굴이 빨개지는게 좋아.. 네 꽃은 무슨색이 될까..? 너무 궁금해서 못참겠어."

    푹, 푹. 남자의 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남자는 그 여자를 쳐다봤다.
    점점 의식이 흐려져갔다. 남자는 옆을 쳐다봤다.
    그곳엔 빨간 꽃을 머리에 말그대로 꽂은 머리통들이 있었다.
    '아.. 맞아 백합.. 그날.. 시든 백합이 붉은색 이엿어.' 
    "조금만 기다려줘. 너도 예쁜 색으로 물들어 줘야돼?"

    남자는 그말을 끝으로 더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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