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이 28일 일제히 입을 열어 급격한 태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은 최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잠적과 침묵을 이어가고 있었다. <br><br>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변호사(67·연수원4기)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씨가)수사당국이 소환을 하면 출석할 생각"이라며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출석을 거부한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는데 좀 잘못전달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최씨가 신경쇠약과 심장병 등을 언급하며 건강이 악화됐다는 취지로 말한 지 하루여만의 일이다.<br><br>아울러 대국민 사과에도 나섰다. 그는 "최씨는 자신의 큰 잘못으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하고 있다"며 "다만 자신의 행동으로 20세밖에 안된 딸이 세상에서 모진 매질을 받게 된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으며 딸에 대해서만은 관용을 베풀어주길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br><br>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조인근 청와대 전 연설기록비서관(현 한국증권금융 감사)도 잠적 닷새 만에 모습을 드러내 연설문 수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동안 지인들에게 자신이 작성한 연설문 수정 가능성 등을 시사하면서 고심하던 모습이 180도 바뀐 셈이다.<br><br>조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증권금융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선실세 최씨는 물론 연설문 유출 사실 및 과정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br><br>올초 지인들에게 "연설문 초안이 수정돼서 돌아온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정확히 보니 이상해져서 돌아왔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br><br>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할 때 이를 주도한 이승철 부회장(57)도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검찰 수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br><br>그러나 '두 재단 모금 과정을 아직도 자발적이라고 주장하시냐', '요구를 받았다는 기업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최순실씨와는 무슨 관계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주로 연락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br><br>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밝히는 사실상 '키맨' 역할을 해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고영태 더 블루K 이사(40)의 태도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 사무총장과 고 이사는 각각 이날 오후 2시와 전날 오후 9시30분 검찰에 출석했는데, 고강도 조사에서 부담을 느껴 진술 일부를 번복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br><br>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과 미르재단 설립·운영 경위를 잘 알고 있는 재단 설립 멤버가 동시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들이 어떤 증언을 털어놓을지에 따라 수사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br><br>한편 대대적인 최순실 게이트 관계자들의 등장에 정치권도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야당은 특히 "뭔가 거대한 회로가 돌아가는 듯 하다"는 말로 청와대 차원의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br><br>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 말미 마무리발언을 통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보면 뭔가 거대한 회로가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뭔가 뒤에서 큰 손이 작동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r><br>국회에서는 검찰과 최씨 측이 접촉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현미 위원장이 김현웅 법무장관에게 "최순실 쪽에 출두하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는 거냐"고 묻자 김 장관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