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경 기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문종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2014.2.20/뉴스1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제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칭을 '새민련'으로 부르며 도발에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새민련'으로 지칭하는 데 대해 한차례 반발한 바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새민련'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로 회동을 제안했다"며 "이는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를 다시 선거이슈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명에 들어있는 '새정치'의 긍정적인 어감을 굳이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은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말로만 새정치를 내세우면서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최 원내대표가 '새민련' 호칭으로 부르자 회의에서 발언에 나선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도 일제히 새정치연합을 '새민련'으로 부르며 안철수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행보를 비판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안철수 새민련 대표가 미생의 고사를 인용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지만 이는 약속을 안지킨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며 "안 대표가 미생지신의 1/100이라도 보여줬다면 지지율이 이렇게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일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안철수 새민련 대표가 당초 새누리당이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방안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기초연금법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돌렸다.
이 밖에도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새정치연합에 관한 발언마다 '새민련'이란 약칭을 사용했다.
앞서 전날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도 '새민련'으로 이름을 바꿔 출발하는 만큼 당파적 이익을 내려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새민련' 논란을 불렀다. 지난 28일 최경환 원내대표 또한 상임전국위원회 인사말에서 "야당은 지방선거용 급조 정당인 새민련을 만들었다"면서 '새민련'이라는 약칭을 사용했다.
박광온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즉각 반박 브리핑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정식 당명을 쓰고, 필요할 경우 '새정치연합'으로 약칭해 달라. 세글자로 줄여야 한다면 '새정치'라고 쓰는 것은 무방하다"고 공식 요구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일부 언론과 정당이 당명과 약칭을 임의로 사용하는 데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름은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 임의로 부르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거부하는 것이며 예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민국'이라고하거나, 대통령을 '대통' 혹은 '대령'으로 부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을 '새누당', '새리당', '새당' 이라고 줄이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약칭 논란은 2003년 열린우리당 출범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열우당'이라고 불렀으며, 열린우리당은 '우리당'이라고 호칭해 줄 것을 요구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우리당'을 영어식으로 '워리당'이라고 말해 열린우리당측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