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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92492
    작성자 : Loverror
    추천 : 1
    조회수 : 360
    IP : 183.97.***.29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7/03/23 19:25:28
    http://todayhumor.com/?pony_92492 모바일
    [단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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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span style="background-color:#000000;"><font color="#ffffff">검다.</font></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background-color:#000000;"><font color="#ffffff">추운 바람이 분다.</font></span></div> <div><br></div> <div>희다.</div> <div><br></div> <div>나는 눈을 떴다.</div> <div><br></div>해는 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내 곁에 머무는 포니는 없다. 귀가 멍하다. 아까 폭탄이 터졌나? 당장 기억 나는 것은 없지만 아마 그런 것 같다. 눈이 부시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주위엔 온통 반짝이는 보석과 독버섯뿐이다. 어디선가 역한 쇠 내음이 난다. 기름이 끓어 난 증기가 피 향에 섞여 난다. 자세한 것이 궁금해서 살짝 들이 마시자 독을 마신 것처럼 목이 텁텁하고 기침이 나온다.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숨을 몰아쉰다. 진짜 아프다. 그러나 가만히 언덕에 기대어 쉴 시간은 없다. 나는 움직여야 한다. 더 빨리, 더 멀리. 마마를 구하러 가야 한다. 이럴 때 황실 직할 마탑에서 만든 탈 것이 내 앞에 놓이면 참 좋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이다. 얼른 앞발을 들어</span><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나침반을 보고</span><span style="font-size:9pt;"> 땅을 박차 뛰었다. 내달리다 보니 어느새 내 숨소리가 들린다.</span></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귀를 쫑긋 세우니 어디에선가 </span>갑자기 쇠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계인가? 나는 고개를 들어 등짐에 매달아 놓았던 총기를 물어 든다. 여긴 내가 맡은 구역이 아니다.</div></div> <div>쓴 맛이 난다. 투 뱉어서<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탁탁 치자 길고 얇은 포신이 울리며</span><span style="font-size:9pt;"> 탄알이 올라와 장전이 끝난다. </span><span style="font-size:9pt;">철컥. 접힌 개머리판을 펼친 나는 여러 곳을 둘러보았고 기계병을 발견했다. 아주 조금 먼 앞쪽에 보이는 피에 젖은 듯 붉은 빛. 나는 조준했다. 타당. 조용하기만 한 소리가 나며 깨끗히 닦인 개머리판이 흔들린다. 뿔과 눈알 사이가 꿰뚫린 적이 쓰러진다. 움직여야 한다. 총기가 무거우니 총알은 이미 충분할 것이다.</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얼마나 달렸는지는 모른다. 날씨가 맑게 개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보인다. 더 빨리 가야 한다. 발굽에 덧씌운 군화가 닳았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냇가가 얼어붙어 </span><span style="font-size:9pt;">미끌미끌한 돌이 밟혔다. 나는 그냥 짓이기고 뛰어넘는다. 멀디먼 산 윗편에 성이 보인다. 공주 마마! 곧 지켜드리겠습니다.</span></div> <div><br></div> <div>어느덧 산 밑을 기어 턱을 넘고 올랐다. 목이 마르다. 동굴에 들어가 흐르는 물을 마셨다. 바닥이 푹 파여 고인 곳에는 풀이끼를 갉아 먹는 물고기가 있었다. 나는 물고기를 때려 치우고 풀이끼를 모아 씻을 뒤 주둥이에 가져가 씹었다. 쓰다. 빨리 나가서 다시 산을 올라야 한다.<span style="font-size:9pt;"> 무엇 때문인지 </span><span style="font-size:9pt;">죽은</span><span style="font-size:9pt;"> 땅에 푸른 물기가 고였다. 녹색 점액이 그것을 휘어감아 덮는다. 희어멀건 가루가 퍼진다. 신경쓸 사이가 없다. 나는 스스롤 도닥이며 달린다. 쭉 뻗진 않더라도 구불구불 한 것도 아닌 길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황성의 경계탑이 보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숨을 내쉬었다. 보루가 까진 발굽에 닿았다. </span><span style="font-size:9pt;">하늘을 나는 것들이 보인다. 뭐지? 검고 빠르다. 거친 날개가 눈에 띄나 깃털이 없다. 새가 아니다.</span></div> <div><br></div> <div>불안해. 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들어갔다. 마마를 찾아야 한다. 계단을 뛰어 올라 집회실을 본다. 붉다. 피 냄새가 난다. 아닐거야. 빨리 걸음을 떼어 가까이 보이는 침실 문을 연다. 곰팡이 핀 흰 고치가 보인다. 난 <span style="font-size:9pt;">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은 창문에 가까이 붙는다. 창이 깨져나가며 난 물에 빠진다. 모르겠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밭에서 풀이, 숲에서 나무가 무럭무럭 커가 듯 자라난 고치가 물에 가라앉는다. 나는 빠져나와 불타는 숲 가까이 가 걸터 앉는다. 뼈가 부러졌는지 가슴이 욱신거린다. </span><span style="font-size:9pt;">토할 것 같아 빠진 이빨과 함께 피를 뱉는다. 땅에 스미는 피가 붉다. 공주 마마를 그린 금화가 안장에서 튀어나와 구르다 다가온 </span><span style="font-size:9pt;">불에</span><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녹는다. </span><span style="font-size:9pt;">삐꺽대는 문이 보인다. 왜인지는 몰라도 피가 불어나 내음이 짙다. 난 일어서 문을 연다. 그러자 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ackground-color:#7030a0;"><font color="#002060"><u><i><b>뿔이 빛을 거뒀다.</b></i></u></font></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시야에 들어온 건 낡아빠진 문이었고, 꺼진 불이었으며, 온기가 빠져나가고 핏기가 가셔 생명이 깃들었단 증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시체더미였다.</span></div> <div><br></div> <div>기억이 돌아온다. <span style="font-size:9pt;">내가 찾아낸 건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썩어가는 고기. 빛나지 않는 해. 밝던 불을 잃은 달. 깨진 안경알이 떨어졌다. 눈가에 물이 고여 흐른다.</span></div> <div><br></div> <div>나는 총을 짚어 짧게 자른 갈기 안에 꽂고 방아쇠를 누른다. <span style="font-size:9pt;">찰캉. 나는 죽지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탄알집을 빼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든 게 없다. 나는 아까 </span><span style="font-size:9pt;">공주 마마의 곁에 떨어트린 </span><span style="font-size:9pt;">탄을 주워들어 </span><span style="font-size:9pt;">쎄게</span><span style="font-size:9pt;"> 힘을 주어 끼워넣었다. 개머리판에 눌려 </span><span style="font-size:9pt;">주머니가 부</span><span style="font-size:9pt;">풀자</span><span style="font-size:9pt;"> 실밥이 끊기고 드러난 살갖에서 피가 배여나온다. 격한 통증을 느껴 </span><span style="font-size:9pt;">몸이 떨리자 </span><span style="font-size:9pt;">녹슨 갑옷이 쩌억 하고 갈라진다.</span><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금방이라도 무너질 공장처럼 금이 간 벽돌이 쌓인 창고의 빈 창가에 달이 보인다. 눈에 달이 비친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높이 뜬 달과 함께 내 눈에 빛이 녹아들듯이 두 </span><span style="font-size:9pt;">어머니께서 살아남아 우리를 이끄샤 일군 나라를 바라보고 기삐 지키시리라. 나는 방아쇠를 꾹 누른다. 금이 갈 만큼 </span><span style="font-size:9pt;">돌아간 </span><span style="font-size:9pt;">포신이 울리자 </span><span style="font-size:9pt;">총구에서 먼지가 쏟아진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내가 </span><span style="font-size:9pt;">나 스스로를 </span><span style="font-size:9pt;">속이며 살아가던 나날에 마지막으로 본 달은 다시 밝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ackground-color:#1f497d;"><font color="#7030a0">어머니, 미안합니다.</font></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ackground-color:#000000;"><font color="#ffffff">잠에 든 것과 같이 검다.</font></span></div>
    출처 보라색 털과 눈을 가진 작은 포니가 지니고 다녔던 목걸이에 화창한 햇살처럼 따스히 세겨진 글씨가 이제 더는 빛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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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23 21:01:38  39.7.***.120  능비  73338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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