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가 죽었다<br>자연사 라고 한다 늙어서 죽었단다<br>내가 이걸 들은 시각은 오후 2시 반 이었다<br><br>오늘은 학교가 쉬는 날이라 오후 2시 까지 늦잠을 잤다<br>왠지 집안이 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리에 앵겨드는 녀석이 없어서 였던 것 같다<br><br>물을 한잔 마시고 컴퓨터를 켜 롤을 했다 오랜만에 하니 재밌었다<br>30분쯤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br>어버이날인데 선물은 없냐는둥의 일상적인 대화였는데<br>갑자기, 누리가 죽어서 밭에 묻었다는 말을 했다<br><br>그 말을 들었을때, 갑자기 슬프거나.. 하진 않았다<br>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br>전화를 끊어버리고 녀석의 집 안을 봤다<br>텅 비어 있었다<br><br>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한시간 정도 있었을까<br>순간 일년 전쯤 내 다리에 앵겨들어 생채기를 내는 녀석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던게 기억났다<br>폰을 주워들고 미친듣이 폰 갤러리를 뒤졌다<br>마침내 사진을 찾았을때 그제서야 눈물이 나왔다<br><br>길에서 주워온 녀석이라 더 애틋했던 것 같다<br>엄마가 지은 누리라는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았다 촌스러워서<br>나중엔 어차피 촌인데 이름이 촌스러운게 뭐 어떠냐 싶었지만..<br>처음 몇주간은 나를 많이 경계했었다<br>이제는 가족중에 나를 제일 좋아하지만<br>학교에 갔다오면 꼬리를 치면서 뱅뱅 도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다<br><br>한참 울다가, 잠결에 들었던 엄마 아빠의 말소리가 기억났다<br>우리 개가 와이라노 아픈거 아이가<br>그때 일어났어야 했는데<br><br>언젠가 죽을때가 되면 그 모습을 꼭 지켜봐주고 싶었다<br>그때 일어났으면 마지막 가는 순간을 함께 해줄 수 있었을텐데<br>후회된다 또 미안하다<br><br>손을 놔 버렸던 롤 그판은 이겨있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