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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ystery_4699
    작성자 : 한겨울생각
    추천 : 14
    조회수 : 4051
    IP : 121.173.***.202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4/07/24 00:44:06
    http://todayhumor.com/?mystery_4699 모바일
    감정없는 눈물이 흐를 때
    <div>사람이 살다 보면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div> <div> </div> <div>의미 없는 꿈을 꾸거나 의미 없는 풍경이 내 눈앞에 들어왔을 때 말이다. </div> <div> </div> <div>감정 없는 눈물 </div> <div> </div> <div>나는 그날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날은 2013년 6월 23일 </div> <div> </div> <div>집에서 맥주 한 캔을 따라 마시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div> <div> </div> <div>보통 12시에 잠이 드는 나였지만 마침 밀린 서류작업을 끝마친 후였기에 시간은 새벽 2시였다. </div> <div> </div> <div>일을 끝내고 난 뒤 맥주여서 그런지 흔하게 볼 수 있는 카스였지만 왠지 그날따라 맛이 썼고 또 시원했다.</div> <div> </div> <div>맥주를 다 마신 뒤 말보로 레드 한 까치를 태우려 책상에 널부러져 있는 보라색 라이터를 잡았다.</div> <div> </div> <div>차칵 차칵</div> <div> </div> <div>차칵차칵차칵차칵</div> <div> </div> <div>라이터 내용물을 보니 휘발유가 조금도 없었다.</div> <div> </div> <div>아마 오래전에 버린 라이터였던 모양였이다.</div> <div> </div> <div>나는 라이터를 무심하게 책상으로 던져버렸다.</div> <div> </div> <div>모양새가 빠졌지만 나는 부엌으로가 가스레인지 불을 붙이고 담배를 입에 문체 갖다 대었다.</div> <div> </div> <div>"후우"</div> <div> </div> <div>연기를 내보내려 창문을 열자 유난히 커다란 달이 보였다. </div> <div> </div> <div>단순한 내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컸다. </div> <div> </div> <div>'아, 오늘 슈퍼문이 뜨는 날이라고 했었나.' </div> <div><br>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div> <div> </div> <div>딱히 오늘따라 유난히 큰 달이 슬퍼 보인다거나</div> <div> </div> <div>시원한 맥주가 내 감성을 자극한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div> <div> </div> <div>그냥 눈물이 났다. </div> <div> </div> <div>마치 만화의 주인공이 슬픈 장면에서 말하듯 </div> <div> </div> <div>"어…. 어째서 눈물이 나고 있는 거야." </div> <div> </div> <div>라는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 입으로 내뱉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난 전혀 슬프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새벽이라서 거나 몸에 술이 들어간 것도 이유가 되진 않았다. </div> <div> </div> <div>말 그대로 그냥 눈물이 흘렀다. </div> <div> </div> <div>나는 이 공간에 나 혼자 있는 걸 감사했다. </div> <div> </div> <div>그렇지 않다면 내 의미 없는 눈물을 누군가는 보았을 태니깐 </div> <div> </div> <div>눈물이 나서였을까 조금 감성적이 된 나는 기타를 집어 들어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연주했다. </div> <div> </div> <div>더 눈물이 흘러내린다.</div> <div><br>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자 무언가 머리에 스치듯 지나간다.</div> <div> </div> <div>한 명의 여자 모습이 내 앞에 아른거린다. </div> <div> </div> <div>갑자기 더 눈물이 난다. </div> <div> </div> <div>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금 슬프다. </div> <div> </div> <div>아주 조금 </div> <div> </div> <div>그렇게 몇 분간 이유 모를 눈물을 쏟고 난 뒤 나는 나 자신을 진정시킨다. </div> <div> </div> <div>생각했다. </div> <div> </div> <div>나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div> <div> </div> <div>그리고 왜 슬퍼진 걸까 </div> <div> </div> <div>어떤 책에선 사람이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란 말이 생각난다. </div> <div> </div> <div>하지만 과연 슬픔도 그 범주에 해당할까? </div> <div> </div> <div>사람이 슬픈 이유는 눈물을 흘려서일까? </div> <div> </div> <div>나는 몇 번을 생각한 끝에 그것이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div> <div> </div> <div>죽을듯이 슬퍼도 눈물을 참는 경우는 많으니깐 </div> <div><br>'그러면 그 여자는 뭐지?' </div> <div> </div> <div>스치듯 지나가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아는 사람은 아녔다. </div> <div> </div> <div>평소 같으면 이러한 의문점에 대하여 더 흥미를 느꼈겠지만 </div> <div> </div> <div>시간이 2시 20분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난 씻고 자는 선택지를 택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아침 6시 반이 되자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려댔다.</div> <div> </div> <div>습관적으로 알람을 끄고 부재중 통화가 왔는지, 새로운 문자가 왔는지 확인했다.</div> <div> </div> <div>"……. 누구야 얘네"</div> <div> </div> <div>부재중 통화와 새로운 문자가 상당히 많이 왔었는데 그중 반은 모르는 사람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분명히 이런 이름을 휴대폰에 저장한 기억이 없는데도 말이다.</div> <div> </div> <div>문자는 대부분이 나에게 괜찮냐며 걱정을 해주는 내용이었다.</div> <div> </div> <div>분명 내 이름까지 쓴 거 보면 잘못 보낸 것도 아닌데…." </div> <div> </div> <div>나는 의식적으로 내 방을 둘러보았다.</div> <div> </div> <div>이상했다.</div> <div> </div> <div>분명 내방이었지만 내방이 아녔다.</div> <div> </div> <div>내가 쓰던 물건이 있고 가구도 있었지만, 배치가 약간씩 달랐다.</div> <div> </div> <div>그리고 무엇보다 말로 표현 못할 이질감이 나를 덮쳤다.</div> <div> </div> <div>나는 급히 일어서서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파트 위치가 달라졌다.</div> <div> </div> <div>이곳에 몇 년 동안 살았던 나이기에 미세한 변화도 모를 리가 없었다.</div> <div> </div> <div>나는 직감적으로 이곳이 내가 살던 곳이 아니란 걸 느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내게 온 문자의 내용으로 추리해 볼 때 나는 어젯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div> <div> </div> <div>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세계에 나였던 내가 어젯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div> <div> </div> <div>그리고 시련의 아픔으로 인해 집에서 오늘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셨고 잠들었다.</div> <div> </div> <div>'번뜩이던 여자는 여자친구였나'</div> <div> </div> <div>나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가지 가설을 세웠다.</div> <div> </div> <div>지금의 나와 원래 이곳 세계에 있던 내가 같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같은 행동을 연속적으로 했고, 그로 인해 서로의 세계가 뒤엉켰다.</div> <div> </div> <div>나는 세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 새벽에 나와 술을 마신 친구로 추정되는 자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 </div> <div>뚜루루루 딸칵</div> <div> </div> <div>"...여보세요..?"</div> <div> </div> <div>전화를 받은 자는 숙취에 찌든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div> <div> </div> <div>"ooo아, 미안한데 어제 나 몇 시에 잤는지 기억하니?"</div> <div> </div> <div>나는 다짜고짜 내가 궁금한 것부터 물어봤다.</div> <div>.</div> <div>"음.... 너 술 마시다가 담배 피우고 온다 해놓고 기타치다 그대로 자 버렸잖아... 그때가 2시 조금 넘어서였나? 야 근데 너 그렇게 어제 마ㅅ.."</div> <div> </div> <div>나는 친구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div> <div> </div> <div>막막했다.</div> <div> </div> <div>나는 생각해야 했다.</div> <div> </div> <div>이곳에서 살 수는 없었다.</div> <div> </div> <div>물론 살 수는 있겠지만 난 돌아가고 싶었다.</div> <div> </div> <div>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한 시간 가까이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div> <div> </div> <div>나는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빗겨치며 벌떡 일어섰다.</div> <div> </div> <div>"그래 이 세계에 있던 나도 분명히 이 쪽으로 돌아오고 싶어할거야."</div> <div> </div> <div>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었다.</div> <div> </div> <div>이쪽 세계에 있던 나도 분명 나니깐 기본적으로 생각은 같을 것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어제와 똑같이 행동하기로 했다.</div> <div> </div> <div>2시경,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달을 보다 잠드는 것이다.</div> <div> </div> <div>나는 어제와 같은 세팅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div> <div> </div> <div>'어제 눈물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공유 된 건가'</div> <div> </div> <div>'전혀 슬프지 않을 꿈을 꾸고 이상하게 슬플 때도 이와 같은 거였나"</div> <div> </div> <div>'슬픔 말고 다른 감정도 공유가 되는 건가'</div> <div> </div> <div>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관두기로 했다.</div> <div> </div> <div>그런 생각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나서 해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새벽 2시가 되자 나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div> <div> </div> <div>맥주 한 캔을 마신 뒤 담배를 피우며 달을 보았다.</div> <div> </div> <div>몇 가지 기억이 스쳐 갔다.</div> <div> </div> <div>원래 나의 기억이었다.</div> <div> </div> <div>'좋아, 분명 저쪽의 나도 시도하고 있다.'</div> <div> </div> <div>그 뒤 나는 뜨거운감자의 '고백'을 끝까지 연주했다.</div> <div> </div> <div>이제 잠들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재빨리 누워 잠을 청했다.</div> <div> </div> <div>아침이 되어 일어나자 난 재빨리 방을 확인했다.</div> <div> </div> <div>어제 먹은 맥주캔과 피다만 담배꽁초가 보였다.</div> <div> </div> <div>기타도 널브러져 있었다.</div> <div> </div> <div>실패했다.</div> <div> </div> <div>어제와 같은 세계 그대로였다.</div> <div> </div> <div>'이유가 뭐야... 분명 똑같았는데...'</div> <div> </div> <div>나는 다시 하면 될 거라 믿으며 매일 똑같이 시도했다.</div> <div> </div> <div>그러나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매번 실패하긴 마찬가지였다.</div> <div> </div> <div>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석 달이 되자 나는 포기했다.</div> <div> </div> <div>순간적인 감정의 공유는 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div> <div> </div> <div>'저쪽의 나도 포기했을 거야, 내가 포기했으니깐'</div> <div> </div> <div>나는 이렇게 합리화시키며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이 세계에서 산 지 1년이 지나갔다.</div> <div> </div> <div> </div> <div>어쩌면 그건 정말 우연이었다.</div> <div> </div> <div>정말 우연히, 소파에 앉아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을 때였다.</div> <div> </div> <div>2014년 8월 10일 슈퍼문이 뜬다는 뉴스가 방송된 것이다.</div> <div> </div> <div>"저거다. 저거였어!"</div> <div> </div> <div>나는 박수를 치며 천장에 머리가 박을 듯이 뛰어올랐다.</div> <div> </div> <div>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div> <div> </div> <div>'이걸 저쪽의 내가 모르면 어떡하지'</div> <div> </div> <div>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div> <div> </div> <div>내가 기억 공유를 통해 알려주는 방법도 있었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div> <div> </div> <div>이미 기억공유는커녕 감정공유도 안된 지 반년이 넘어갔기 때문이었다.</div> <div> </div> <div>그저 저쪽의 내가 알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대망의 8월 10일이 다가오자 나는 계획을 수행했다.</div> <div> </div> <div>그건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div> <div> </div> <div>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더 방도는 없었다.</div> <div> </div> <div>술을 마신 뒤 유난히 밝은 달을 보며 나는 빌었다.</div> <div> </div> <div>"제발..... 제발....."</div> <div> </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div> <div> </div> <div>나는 그렇게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고백을 열창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잠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6시 반의 알람 소리에 맞춰 나는 잠에서 깼다.</div> <div> </div> <div>일어나자 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div> <div> </div> <div>그 세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div> <div> </div> <div>나는 한동안 정말 미친 듯이 방을 뛰어다녔다.</div> <div> </div> <div>소리를 지르며 웃어댔다.</div> <div> </div> <div>휴대폰을 확인하자 시간은 2013년 6월 23일이었다.</div> <div> </div> <div>'원래 떠났던 시간으로 돌아왔어'</div> <div> </div> <div>마치 내가 겪었던 일이 꿈처럼 되었지만, 분명히 꿈이 아녔다.</div> <div> </div> <div>분명히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기억까지 생생하다.</div> <div> </div> <div>졸지에 나는 차원이동에 시간이동까지 한샘이다.</div> <div> </div> <div>나는 조금 진정이 되자 말보로 레드 한 개비를 입에 문다.</div> <div> </div> <div>차칵</div> <div> </div> <div>그리고 책상에 아무렇게 널브러진 보라색 라이터를 집어 담배에 불을 붙인다.</div> <div> </div> <div>그리고는 창가로 가서 태양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 순간의 온몸을 덮는 그 오싹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div>
    한겨울생각의 꼬릿말입니다





    예쁜 보라색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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