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희경]외출</div> <div><br /></div> <div>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 이곳에 데리고 왔으면서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괘씸하다. 이곳 생활에 적응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 그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다리는 것은 오늘까지. 만약 저녁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곳 관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를 찾아가야겠다.</div> <div><br /></div> <div> 사내에게 물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물어보지 않았다면 이 섬을 온통 뒤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div> <div><br /></div> <div> 그는 저녁이 지날 때까지 보이지 않았고, 움직일 예정이다. 취침시간이 지나고,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불이 꺼졌다. 침대는 간단한 실루엣만 보이도록 만들었다. 관리자가 잠을 자는 사람을 깨우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div> <div><br /></div> <div> 몸을 숨기고 간단하게 빠져 나왔다. 문이 열리고 닫히자 관리자는 호기심이 생겼는지 문 앞까지 다가왔지만, 창문에서 확인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그들은 나를 찾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렸다.</div> <div><br /></div> <div> 그가 지내고 있다는 건물로 들어갔다.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까? 내부는 넓었고, 온 방을 다 확인했다가는 그를 만났을 때 분통을 참지 못하지 않을까?</div> <div><br /></div> <div> 고민은 금방 해결되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지낸다면, 이곳의 가장 높은 사람이라면, 건물에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곳에서 지내지 않을까?</div> <div><br /></div> <div> 예상대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곳에 가장 높은 사람이 지낼법한 문을 만났다. 안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가장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얼마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문 여는 소리 같은 건 들을 수가 없었다.</div> <div><br /></div> <div> 안으로 들어가니 속 편하게 자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울컥했지만 화를 삼키며 그가 자는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 잠을 깊게 자는 편이 아니라 뒤척이는 것이 보였다. 곧 강제로 일어날 테니 그 전에 잠자는 모습을 지켜봤다. 잘 자네. 울컥.</div> <div><br /></div> <div> "잠이 오나 보네?"</div> <div><br /></div> <div> 그의 깜짝 놀라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좀 귀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어떤 변명을 하려나?</div> <div><br /></div> <div> 양팔을 벌리더니 꼭 안아줬다. 밑도 끝도 없는 행동에 어이없었다.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봤다.</div> <div><br /></div> <div> "보고 싶었어."</div> <div> "보고 싶었다고? 그런데 얼굴 한 번을 안 보여서 찾아오게 만들어?"</div> <div><br /></div> <div> 어디 얼마나 대단한 말을 하나 지켜봤는데 보람도 느낄 수 없는 허탈감.</div> <div><br /></div> <div> "갈 수가 없었어. 변명 같겠지만. 네가 있는 그곳은 참회의 장소야. 나는 이곳을 총 관리하고 있는 처지고. 아직 참회의 과정이 끝나지 않은 너를 만나면 주변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널 보게 될 거야."</div> <div> "그럼 미리 말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무것도 모른 체로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수 있었잖아! 내가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div> <div> "미안해. 그때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흘러가서 미처 준비를 하지 못 했어."</div> <div> "나는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더 따지고 싶지는 않아."</div> <div> "정말 미안해. 네 생각 많이 했었어. 다시 만나게 되면 이번처럼 실수하지 않으려고 미리 준비해둔 게 있어. 어쩌면 이렇게 다시 만날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div> <div><br /></div> <div>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자신의 책상으로 갔어. 서랍에서 수첩을 꺼내며 보여줬다.</div> <div><br /></div> <div> "여기에 너에게 필요하다고 느낄 법한 내용을 적어놨어. 생각날 때마다 두서없이 적어놓아서 이해하기 힘들 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을 거야. 가능하다면 매주 나를 찾아와 줄 수 있겠어?"</div> <div> "어렵진 않아. 하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div> <div> "참회가 끝나면 너를 만나는 게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이곳 사정이 그래. 참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어. 관리자들은 그 점을 두려워하고 있어."</div> <div> "우선은 좋아. 시간이 늦었으니깐 메모 내용은 돌아가서 확인해 볼게."</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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