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고마웠던 분이 생각났어요. 독백체, 긴 글 주의.</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br></div> <div><font face="Arial Black">제가 벌써 마비노기라는 게임을 시작하게 된 지 8개월 남짓의 시간이 지나고 있네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퇴근하면 마비노기에 접속해서 오늘의 미션을 해치우고, 수련을 조금 하다가 지인 분들과 수다를 떨고.</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것이 익숙한 하나의 일상처럼 자리잡았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처음 마비노기를 접했을 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데다 아는 분도 없어서 퀘스트 하나를 붙잡고 3-4시간씩 골머리를 썩기도 했었는데,</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지금은 던광에 서 있다가 도움을 요청하는 거뿔이 보이면 재빨리 쪽지를 보내곤 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몇 달 전, 만돌린에서 하프로 이사를 했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거의 빈털털이 상태에서 만돌린에서 넘어온 저는 같이 게임을 할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혼자 노는 유저였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친구가 하프에 있어 하프로 오긴 했지만 그 친구 역시 접속이 뜸해지면서 던바튼 광장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죠.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 때 제 유일한 취미라고는 던바튼을 벗어나서 풍경이 예쁜 곳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였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이웨카가 뜨면 켈라 항구 해변에 앉아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레우스 강 근처에서 눈이 오길 기다리면서 만돌린을 연주한다던가,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마저도 지치면 던바튼으로 돌아와서 피아노 연주를 하시는 분을 찾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둑처럼 몰래 듣고는 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게임에 들어와서 종료할 때까지 제가 치는 말이라고는 가방! 소환! 같은 명령어들 뿐이었고, 점점 게임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어딘가에 글을 적어본 적도 있었지만 초보가 달인작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일텐데, 라는 걱정만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포기했던 기억이 나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당시에 저는 달인작만큼은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현실과 일에 치여 게임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플레이마저 일처럼 하고 싶지 않았는데다가, 무엇보다 혼자 하는 수련은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러던 어느 날, 너무 힘든 일이 있었어요. 솔직히 지쳐있었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이대로 문제는 없는 건지 같은 고민들이 새벽 늦게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혔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출근을 위해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은 오지 않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만 가득해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나름 늘 무언가를 하면서 바지런히 여기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허무함.</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탄탄하다고 생각했던 인생의 발판들이 모조리 덜컥거리는 느낌.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걱정끼치기는 싫었거든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리고 걱정어린 말 뒤에 따라오는 철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울고 싶은데 눈물마저 말라버린 것 같은, 그런 아득한 새벽이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잠이 오지 않으니 예쁜 풍경이라도 볼까, 하면서 로그인을 하는 순간까지도 스스로가 한심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도피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에게로 향한 질문의 답을 내리지도 못한 채, 에린이라는 판타지 속으로 도망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울 것 같은 마음에 접속한 그 곳에서도 저를 맞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던바튼 광장에 홀로 오도카니 선 캐릭터가 꼭 저 같아서 눈물이 났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마음을 추스리고 던바튼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던바튼 관청 앞에서 피아노를 치고 계신 분이 있었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곡명은 몰랐지만 선율이 좋아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뭇거리다 결국 용기를 내서 그 옆에 가 앉았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낯선 이가 갑자기 다가와서 옆에 앉는데도 묵묵히 연주만 하시던 남캐분.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길지 않은 곡이 끝나고 저는 곡목을 물어볼까 망설이고 있었죠.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런데 곧 다른 곡을 연주하셔서 저는 그렇게 묵묵히 그 분의 피아노 연주 몇 곡을 더 들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익숙한 곡도 있었고, 아닌 곡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잔잔한 뉴에이지 곡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렇게 다섯 곡 정도 연주하시던 분은 일어나서 제게 말씀을 거셨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 별 거 아닌 말이 이상하게 감사했어요. 그래서 저는 피아노 소리가 참 좋다느니, 저도 열심히 해서 피아노를 사고 싶다느니 이야기를 드렸죠.</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변변한 무기도 없이, 만돌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뉴비의 이야기를 그 분은 끝까지 들어주셨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우울했는데 연주 정말 잘 들었다고, 감사했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자리를 뜨려는데 </font><span style="font-family:'Arial Black';font-size:9pt;line-height:1.5;">그 분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고는 은행으로 달려가셨어요. </span></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러더니 제게 리라를 하나 주셨죠. 만돌린도 좋지만 리라 소리가 참 곱다고요. 그리고 한 마디 덧붙여주셨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힘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을 거예요. 쉬운 말이었을지도 몰라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런데 저는 그 날, 그 새벽에 그 말이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비록 얼굴도 모르고, 그저 캐릭터와 캐릭터의 만남이지만 그 말이 참으로 감사했어요. 괜찮다고,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아마 마비노기 유저분들은 상냥하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친구 추가를 해도 괜찮냐고 물어보지 못해서 그냥 돌아섰던 게 지금 가장 큰 후회라면 후회네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오늘 접속을 해서 광장을 돌아다니다가 그 때 그 분이 연주하셨던 곡이 들려왔어요. 지금은 곡목도 잘 알고 있지만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래서 문득 그 분이 생각났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지금은 접으셨는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피아노 연주를 계속 하시는지, 또 저 같은 뉴비들에게 도움을 주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 때 제게 리라와 함께 힘내란 한 마디 해주셨던 남캐분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시간이 빨라 벌써 봄이 가고, 여름이 끝물이네요. 하늘이 많이 높아졌어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그 때 그 뉴비는 달인작을 끝냈고, 누렙을 차곡차곡 쌓았고, 아는 분들도 많아졌어요.</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다시 뵐 수 있으면 이제 같이 사냥가자고 말할 수 있을텐데. 피아노도 샀으니 합주도 하자고 말씀드릴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font></div> <div><br></div> <div><font face="Arial Black">전해지지는 않더라도 추석, 잘 보내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일게요.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읽어주신 분들도 감사해요. 뭔가 막 적고 싶었어요. 충동이. </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분명 오유님들의 나눔 및 도움에 저처럼 감동해서 마비를 맴도는 뉴비가 있을지도 몰라요. :3</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 <div><font face="Arial Black"><br></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