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 잠이 들던 차에 눈꺼풀이 번쩍이며 올라갔다. <div>잠과 밤의 경계에서 희미하게 들린 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자, 더위와 싸워가며 다독여논 잠이 도망쳐버리고 말았다.</div> <div>"댕댕댕"</div> <div>유리잔에 쇠붙이를 부딪히는 소리.</div> <div>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며 내는 그것, 술에 취한 이들이 무반주로 노래를 시작하는 신호가 정확히 집 안에서 들렸다.</div> <div>오싹했다. 바람이 낸 것일 수도 있다. 우연히 맞닿은 두 사물이 만들어낸 별 것아닌 소리일 확률이 더 컸다.</div> <div>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들어왔을리는 없고.</div> <div>확인하러 부엌까지 나가보는 일은 잠을 쫒는 꼴이 되버릴 것 같아 불쾌한 감상을 흩어버리곤 다시 잠에 들었다.</div> <div>얼마쯤 지났을까.</div> <div>"댕댕"</div> <div>같은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div> <div>그 순간 내 동공이 얼마나 확장되었을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온 신경이 어느 정도로 날카로워졌는지는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뭐야. 아 씨발 진짜 뭐야. 뭐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핸드폰을 켜니 새벽 3시였다.</span></div> <div>누군가 들어왔을리는 없다.</div> <div>사람일리가 없다.</div> <div>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div> <div>'처음에 들은 건 실제 소리일거야. 분리수거날 버리려고 세워둔 맥주병에 뭐가 부딪힌 거겟지. 분명한건 다시 깨기 전까지 잠이 들었단 거야. 예민해진 신경이 꿈 속에서 불쑥 떠오른 걸꺼야. 그래. 꿈이야. 귀신꿈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기분나쁜 꿈을 꾼거야.'</div> <div>잠에 들 수 없었다. 다시 자보려 했지만 이미 날카로운 쇠붙이처럼 곤두선 신경은 나른한 육신의 다독임마저 완강하게 거부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일 월요일인데. 씨발 다 잤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화가 났다. 그게 뭐라고 곧 서른 줄에 든 남자가 벌벌 떨고 있는 꼴이라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핸드폰을 켰다. 불을 키면 완전히 못 잘 것 같아서. 찝찝한 기분을 달래 줄만한 것이 필요했다. 자다 깨버려서 목이 마르지만 굳이 부엌에 갈 필요가 있을까. 아까 들은 그 소리가 뭐든 간에, 굳이 방에서 나갈 필요는 없었다. 잘 수 있을 것이다. 잠이 곧 들거야. 이것저것 보다보면 곧 다시 잘 수 있을거야. 예민해진 신경을 다른 것으로 돌리고나면... 댕댕댕댕댕댕댕 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가 낸 소리인지는 모르겠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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