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이란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 기준에 미달한 사람, 즉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평균 이하의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 중 하나이다. 본래부터 "병신"은 본인 스스로를 지칭하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붙여진 호칭인 경우가 많다. 즉, 누군가에 의해 병신이라 불림이 보편적인 경우인 것이다. <br /> 그러나 현대의 우리에게는 이러한 속어에 관한 한 가지 아이러니가 하나 있는데, 이는 도덕적으로는 속어를 지양하지만, 그 사용은 그 어느때보다도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는 지양성과 보편성이라는 두 영역을 통합하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이어온 "병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그것을 "나"에 한정하여 사용함을 고려해 보았다. <br /> 이 글을 이어가는 데에는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한 데, 그것들은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를 자주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첫째로 나는 책게에 글을 올리고 있는 이상 그 도구 중 하나로 한 권의 책을 선정하였다. 그것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책이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해도 좋을 것이다. 내가 주제로 잡는 이 책의 논점은 세계의 인구를 100명으로 보았을 때, 현재 생산되는 모든 에너지, 식량, 식수 등이 고르게 분배된다면 모두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br /> 둘째로는 가치관에 관한 것으로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기독교인으로서 병신 취급 받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보다는 이웃을 돌보라는 예수의 명령과 이를 실천함의 관계 사이에서 오는 공간적인 격차를 두번째 도구로 삼는다.<br /> 이제부터 내가 자주적으로 병신인가에 대한 고찰을 간단한 희곡 형식으로 서술해본다. 이는 자아 재판, 양심에 의한 재판 혹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재판 등으로 불릴 수 있지만, 간단히 병신 재판이라고 부르기로 하자.<br /> <br /> 2014년 1월 22일 ○○시, 피고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br /> <br />재판관 : 피고는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놓고 보았을 때, 11명에 드는 부유층이다. 또한 자연재해의 위험에서 벗어난 25명 안에 들며,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의 49%를 사용하는 18명 안에 든다. 위에 기재한 내용이 사실인가? <br />피고 : 위에 기재한 내용은 사실이다.<br />재판관 : 뿐만 아니라, 피고는 집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8명에 속하는 가장 부유한 계층이며, 컴퓨터를 가진 2명임과 동시에 대학 교육을 받은 2명 중 한사람이다. 위에 기재한 내용이 사실이 맞는가?<br />피고 : 위에 기재한 내용은 사실이다.<br />재판관 : 피고에게 묻는다. 피고는 위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가진 부유층인 동시에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 칭한다. 이 사실이 맞는가?<br />피고 : 두 가지 모두 사실이다.<br />재판관 : 너에게 말한다. 지구의 자원이란 한정되어 있는 동시에 연계되어 있다. 즉, 모든 사람이 1인분의 자원만을 사용한다면 낭비되는 자원은 없을 것이며, 환경오염도 없을 것이다. 네가 정당한 노력도 없이 한정된 자원을 낭비할 수 있는 까닭은 너를 대신해 그것의 사용을 제한받고, 네가 낭비하는 만큼 착취당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하고 있다. 너는 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더 큰 부자들 밖에는 보지 않는다. 너는 그들을 비난한다. 그러한 그리스도인들을 욕한다. 아니, 그들이 그리스도인일 수 있는지부터 의심한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묻는다. 네가 스스로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가? 신이 주신 자원을 낭비하고 누군가의 것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네가, 타인을 욕할 수 있는가? 스스로를 군중이라 생각하며 위안하고 있지만 너는 세계의 11명안에 드는 부유층이다. 너는 군중일 수 없다. 군중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았고, 그들과 같이 되려는 시도조차 없는 너는 결코 군중이 될 수 없다. 네가 지금 어떤 상황 가운데 있든 간에 너는 부유하며 가난이 무엇인지 모른다. 너는 착취자이다.<br />대답하라. 누가 고된 노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가?<br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 <br />재판관 : 누가 자원을 낭비하는 동시에 그 자원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하는가?<br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br />재판관 : 누가 아이들을 노역장으로 내몰고 여인들을 매춘굴로 이끄는가?<br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br />재판관 : 누가 그들의 땀과 피와 생명을 착취하는가?<br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br /> <br />재판관 : 이에 피고는 유죄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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