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퇴근을 하고 집에오니 집안 분위기가 쥐 죽은듯 조용했습니다.
평상시에는 딸의 피아노소리,TV소리,게임소리등으로 시끌벅적 했었는데
그날따라 적막함이 느껴질 정도의 고요함이 오히려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각자의 방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아들녀석과 딸.
쇼파에 앉아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아내.
"왜그래??뭔일 있어??"물었더니 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은체
"아냐.암것도..그..그냥,뭐..그냥"우물쭈물 넘기더군요. 상황을 짐작하여
"애들하고 한바탕 했어?허허. 왜그러는데?" 재차 물었더니,
"자기닮은 아들에게 물어보슈.당신닮은 아들에게!"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어허! 이녀석 뭘 잘못하긴 했나보군.날 닮았다고 하는걸 보니..
평소에 자식들이 무엇을 잘하면 아내는 자길 닮아서 잘한다하고 못하면 날 닮아서.......
아들녀석 방문을 열고보니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어 물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딸 방에가서 유일하게 나에게 일러(?)바치는 딸에게 물어 봤습니다.
"오빠한테 뭔일 있어?"
"아뇨.몰라요."하고 얼버무리길래 구술리고,또 꼬시고...
"오빠,엄마가 아빠한텐 말하지 말라고했는데..중간고사 시험 성적....."
아하! 아들녀석이 한달전에 있었던 중간고사 시험을 망쳤나 봅니다.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래서 날 닮았다고 했구나! 중학교 학기초엔 반 34명중 24등의 성적표를 받아왔는데
이번 중간고사 성적은 28등을 했다고 .......
날 닮긴 닮았습니다.왠지 웃음이나고,한편으론 속도 상하고 술생각도 나서 집을나와
단지내 통닭집에 들어가 혼자 술마시러 들어갔습니다.
통닭을 시켜 쓰디쓴 소주와함께 마시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느새 훌쩍 키가커서 나를 내려다보고 사춘기에,변성기에,수염까지 나는 아들녀석.
일찍 태권도를 배워 3품에 올라 지금도 수련중인 아들녀석.
성격이 무던해 걱정거리라곤 없는듯한 활발한 모습의 행동과모습!
그런 녀석이 중간고사 성적으로 엄마한테 혼나고 의기소침하고 있어 안쓰럽고 불쌍하고...
막 술에 취해갈쯤 아들녀석이 통닭집 문을열고 들어오더군요.
"아빠 죄송해요."말하며 고개를 숙이더군요.
"뭘?성적? 괜찮아. 이 통닭이나 같이 먹자.한참 배고플 나이인데..
근데 왜 자꾸 성적이 떨어질까,울 아들 주원이가?꺼억! 또 문제 끝까지 읽지않고
답 쓴거 아냐?꺼억!"
시험 볼때마다 문제를 끝까지 읽지않아 문제중 아닌것은?인데 맞는답을 써서 오답이
많아 많이 틀린 덜렁거리는 녀석이었습니다.그것까지 어쩜 날 닮았는지.
"예!그리고 어려웠고.."
"괜찮아 임마 힘내! 아빠도 공부 못했어.하위권에서 빙빙ㅎㅎ최고가 될생각은 말고
최선을 다해!네 능력에 대한 최선,꺼억! 그래도 네 밑으로 6명이나 있잖아.6명!
아마 그애들 속 많이 탈게다.그치?ㅎㅎ꺼억!"
어느새 다시 예전 성격으로 명랑해진 아들녀석. 웃으면서 맞아맞아!소리를 연발하며......
이녀석 속도 참 좋군.그것도 날 닮았네.
"너 경찰이 꿈이라고 했잖아.공부도 왠만큼 해야하는데..운동도 열심히하고..
아냐!건강해주고 최선을 다해라.최고가 아닌 최선!꺼억!"
술취한 저와 통닭 한마리를 사서 손에쥔 아들녀석둘이 엘레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주원아! 그래도 네 밑으로 10명은 둬야 하지 않을까???"
"넵!"대답은 청상유수지.
건강만 하거라.
-출처: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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