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구름 한점 없고<br />풀쪼가리 하나 없는 그런 곳에 <br />집이 달랑 하나 있는거야</div> <div>낡고 오래된 집</div> <div>문 손잡이에는 먼지가 쌓여있고<br />창문에는 오래된 거미시체가 지 거미줄에 걸려선 말라있고<br />페인트는 벗겨져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말이지<br />바람도 안부는 그런 곳에<br />아주 오래된 집이 하나 있어<br />문을 열면,<br />소름끼치는 마찰음<br />오한이 들정도로 차가운 문 손잡이의 촉감<br />밖과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br />집 안은 어두웠어<br />벽에는 4개의 액자가 걸려있었고 말이야<br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데 <br />아무것도 안보이더라 <br />먼지 때문인지 거미줄 때문인지...<br />불도 안들어오는 그런 집이었지<br />한켠에는 옷장이, 좀 떨어진 곳에는 식탁이, 반대편 벽쪽에는 침대가 있었고<br />그 옆에는 책상이 보였어<br />그위에는 망가진 컴퓨터가 있었고</div> <div>옷장을 열어보려고 다가갔는데<br />바닥이 삐그덕대더라 <br />좀 거슬렸지만 개의치않고 걸어갔어<br />옷장 손잡이에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 거미새끼가 힘겹게 발버둥치고 있었고<br />거미줄에는 바퀴새끼가 팔다리가 없는채로 말라죽어있었지<br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둘러보다가 책상다리 아래에 빗자루가 있는게 눈에 보였지<br />저걸로 쳐내면 되겠다 싶어서 책상으로 다가갔는데<br />책상위는 더 가관이더라 오래된 코딱지가 붙어있는 얼룩진 키보드, 겉면의 색이 바랜 모니터에 줄이 빠진채 뒤집혀 있는 마우스...<br />본채는 옆으로 뉘어있었는데 공기가 들어가는 곳에 구멍이 뻥 뚤려있더라고<br />여튼 빗자루를 집어들고 다시 옷장으로 가서 거미줄이랑 거미 새끼, 바퀴벌레를 털어내고는 옷장을 여는데 한쪽 옷장 문이 박살나면서 빠지더라<br />엄청 놀랐지<br />옷장문을 대충 옆에 세워두고 다른 한쪽을 여는데 다른 한쪽도 성한 것은 아니었어 조심스레 여는데 윗쪽은 나사못이 빠져서 덜렁거리고 아래쪽은 간신히 옷장에 매달려서 끙끙대고 있더라<br />조심스레 나머지도 빼버리고 세워두었지<br />옷장안에는 별거 없었어 의자랑 여러 책들이 뒤섞여 있었지<br />책 표지는 벗겨냈는지 제목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알수 없는 글씨가 적혀 있었고 책이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책을 펼쳐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방법이 없었어<br />의자는 분해되어있었고 말이야<br />문을 다시 닫아야 하나 싶다가 그냥 두고 이번엔 식탁쪽에 가봤지 식탁위에는 예상외로 깔끔했어... 아니 정정 할게 먼지만 쌓여 있고 별다를게 없었어<br />혹시나 싶어서 몸을 숙인다음에 아래쪽을 살펴봤는데 역시 별거 없더라고<br />거미줄에 뒤엉킨 거미시체 뿐이었지<br />별거 없구나<br />라는 생각이 들었어<br />그러다가 침대쪽으로 가서 앉아보았지<br />오래되서 그런지 깊게 꺼지더라구<br />좀 기분이 안좋아져서 다시 일어섰어<br />식탁옆에 있던 의자들은 부러질것 같은 불안감에 앉을수가 없었고<br />침대위의 이불을 걷어내 보았어<br />먼지 때문에 콜록대면서 말이야<br />인상을 찌뿌리면서 한손은 이불을 집은채로 한손으로는 먼지를 몰아내보려고 휘둘러 대면서<br />뭔가 있나 살펴 보았지<br />별거 없었어<br />흑백사진 몇 장이 널부러져 있었지<br />비로소 집안에 있던 액자들을 살펴보았는데<br />죄다 낡은 흑백사진이더라<br />집 주인의 사진은 한장 뿐인데 그마저도 오래되어서 <br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어<br />나머지 3장은 모두 똑같은 사진이었지<br />구름한점 없는 하늘 사진이었어<br />침대위에서 발견한 사진은 풀쪼가리 없는 들판 사진이었고<br />더 볼게 없는 것 같아서 집 밖으로 나왔지<br />문을 닫기 전에 안을 좀 살펴보니까 엉망진창이었어<br />폐가인듯 보였지만 괜히 미안해지더라고<br />어쩔까 하다가 그냥 문을 닫았지<br />사진한장 찍을까 싶다가 그만두고 다시 걸어갔지</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