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서 함정근무중인 수병입니다<br><br>원래 공갤 눈팅은 자주 했는데 마침 군대에서 선임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번 적어봅니다<br><br>제 선임은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차를 타고 이리저리 여행을 자주 다녔었습니다.<br><br>군 입대 전에 어쩌다 안동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br><br>원래 이분 여행 스타일이 남들이 다 말하는 유명장소만 가보지 말고, 자기가 직접 구석구석 찾아보자는 주의입니다.<br><br>이리 저리 둘러다니다보니 안동 외곽에 나와있었는데, 논밭 사이로 외길이 쭉 나 있고 그 끝단에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br><br>선임은 '밤도 다 되어가는데 이 마을에서 밥이나 얻어 먹고 잠도 해결하고 가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br><br>차를 끌고 마을 앞까지 가면 왠지 밥을 얻어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차는 외길 갓가 수풀 뒤에 세워두고 걸어서 마을로 갔습니다.<br><br>걸어서 마을까지 가 보니, 불 켜진 집이 몇 없었습니다. 불 켜진 집 중에 제일 가까운 집으로 갔습니다.<br><br>그 집에 가서 계십니까 하고 불러보니 한 아주머니가 집에 계시더랍니다. 아주머니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br><br>무전여행중인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혹시 식사라도 한끼 할 수 없겠냐 하고 여쭈어봤습니다.<br><br>그러자 아주머니는 어제 제사를 해가지고 제사음식이 많은데, 그거라도 먹으라며 식사를 대접해주었답니다.<br><br>밥을 먹고 난 다음, 잘 곳을 해결하기 위해 아주머니에게 마을 회관에서 혹시 하룻밤 묵고 갈 수 있겠냐고 여쭈어봤더니,<br><br>아주머니는 자기가 이 마을 부녀회장인데, 마을 입구에 안쓰는 창고 하나 있다고 열쇠 뭉치를 주며 그 안에서 자고 가라고 했습니다.<br><br>그래서 선임은 열쇠를 받아 마을 입구로 가보니,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굉장히 낡은 창고 같은게 하나 있더랍니다.<br><br>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보니 먼지도 굉장히 많고, 한동안 쓰지 않은 듯 했습니다.<br><br>굉장히 피곤했기에 대충 먼지를 훔쳐내고 거기서 누워 자고 있는데, 대략 새벽 1시 쯤에 갑자기 소름이 돋아서 잠에서 깼다고 합니다.<br><br>눈이 어둠에 서서히 적응 해 가니, 작은 유리 창문 너머로 사람의 실루엣 같은 것이 보였다고 합니다.<br><br>곧 그 실루엣은 사라지고, 갑자기 창고 문을 누군가가 마구 두드리며 "당신 뭐해! 누구야! 빨리 거기서 나와!" 하며 소리를 질렀답니다.<br><br>너무 무서웠지만, 사람이든 귀신이든 쫄면 지는거라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어보니 한 아저씨가 있었답니다.<br><br>그리고 아저씨가 "아니 젊은사람이 여기서 뭐하는거야? 여기서 잠을 왜 자! 문은 어떻게 열었어? 빨리 나와!" 라며 윽박지르는 겁니다.<br><br>그래서 선임이 "아니, 아저씨. 진정하고, 뭐때문에 그리 뭐라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니 아저씨는 그냥 빨리 나오라는 것입니다.<br><br>왠지 선임은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씀부터 해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라고 하니 아저씨는<br><br>"총각, 여기가 뭐 하는 곳인줄 알아? 사람 죽으면 염습하는데야! 산 사람이 이런 데서 잠 자는거 아니야!" 라며 화를 냈답니다.<br><br>그러자 선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니, 저기 저 위에 마을 부녀회장이 여기서 자면 된다면서 열쇠도 줬는데 무슨소립니까?" 라고 하니<br><br>아저씨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뭔소리야, 우리 마을에는 부녀회장 없어." 라는 겁니다.<br><br>자다 깨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이해도 안가고 무슨 일인가 싶어 선임은<br><br>"지금 뭐라는 건지 하나도 이해도 안가는데, 그러면 저 위에 그 부녀회장이라는 아주머니랑 같이 얘기를 좀 해봅시다, 아저씨." 라고 말했습니다.<br><br>그러니 아저씨는 "안속네?"라며 그냥 마을 쪽으로 걸어가더랍니다.<br><br>선임은 갑자기 느낌이 쌔한것이 너무 무서워서 그대로 뒤도 안보고 자기 차로 걸어갔습니다.<br><br>뛰면 뒤에서 아저씨가 쫒아오고 그럴 것 같아서 걸어서 차까지 간 다음, 열쇠로 차 문을 열고(스마트 키로 열면 불빛이 나와서 그랬답니다)<br><br>그 안에 숨어서 문을 꼭 잠그고 한숨 잤답니다. 해가 뜰 쯤에 잠에서 깨고, 차에 시동을 걸어 집으로 가려는데<br><br>차를 돌리려면 어쩔 수 없이 외길 끝까지 가야 했기에 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갔는데<br><br><br>어제 자신을 깨운 그 아저씨와 부녀회장이라던 아줌마가 같이 그 창고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차를 빤히 쳐다보더랍니다.<br><br>너무 무서워서 차를 돌린 뒤 그냥 앞만 바라보고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br><br><br>밤에 당직서다 직접 선임한테 들었을때는 엄청 무서웠는데, 글로 써보니 조금 느낌이 다르네요...<br><br>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