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경험과 지혜로 이룩되는 것이지만 때로는 간단한 과학, 특히 심리학, 뇌과학적 지식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트라우마 치료법, EMDR입니다.<br><br>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은 본래 안구를 좌우로 움직이며 렘수면시 기억을 처리하는 눈의 움직임을 따라함으로써 기억 처리를 촉진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도서 '트라우마,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할 때'(아마존 심리학분야 베스트셀러)에서는 그 재처리라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안구 운동은 부수적인 요소라는 것. 그러나 아직 EMDR이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고 안구 운동을 핵심적으로 보는 치료법도 있긴 합니다.<br><br>원리는 간단합니다.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뇌는 여기서 도움이 되는 정보(예를 들어, 앞으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겠다)만을 뽑아 기억에 저장하지 못하고 그 충격적 경험이 그대로 저장되어 버립니다.(이후에 본 모 다큐에서는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에 기억이 갇힌다고 표현하더군요. 아버지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다룬 다큐였는데) 날것 그대로의 기억은 부정적인 감정과 감각까지 포함합니다. 이것이 곧 트라우마가 되는 것입니다.<br><br>뇌가 경험을 가공해 유용한 정보만을 추출하는 것을 '처리'라고 하는데, 트라우마는 처리되지 못한 기억입니다. 또 이것은 치료되지 않으면 그것을 연상시키는 현재의 사건들로 인해 자꾸만 무의식에서 의식의 수면 언저리로 떠오르며 당시의 고통을 '재생'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재처리Reprocessing'입니다.<br><br>그렇다면 트라우마 치료법의 핵심 키워드 재처리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심리치료법엔 다양한 방식이 공존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사용하면 되지만, 이런 원리를 이용할 때 핵심 흐름은, 집중해서 과거의 트라우마 기억을 의식으로 다시 꺼내온 다음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으며 적절히 재처리하는 것입니다. 마치 뒤죽박죽이던 창고 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처럼요.<br><br>지금 오유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기억에 집중한 다음 '그땐 걔네도 잘못이 있었지, 넌 잘못이 없어. 그녀석 참 나빴는걸. 근데 이 기억은 앞으로 ~~하게 하자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고 생각하니 잠시후 그 생각들이 사라진 후엔 평소에 만성적으로 가슴이 답답하던 것이 사라지더군요. 인생에서 충격적이었던 몇 개의 기억들을 처리하고 나니 이 가슴 통증이 거의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며 이 심리치료법을 전파하는 이유죠.<br><br>이때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집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 기억때문에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고 눈물이 나고 대성통곡을 하고 몸이 아려올 정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혼자 시도하다가 자칫하면 그 기억에 다시금 압도되어버려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 가능한 한 전문가와 같이 행하라는 것입니다.<br><br>어쨌든 이러한 트라우마 치료 기법은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키워드인 용서와 화해에 없어서는 안 될 치유의 도구이며, 호모포비아, 인종차별주의자처럼 비합리적인 인간 혐오를 일삼는 자들에게도 타인의 피해와 더불어 스스로의 파멸을 막기 위해 치료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제 주관이지만 트라우마의 집대성은 역시 '꼰대'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얻는 상처들이 누적되어 왜곡된 세계관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br><br>이 글은 위에서 언급한 도서를 읽고 거기에 많이 의지해 작성했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갉아먹는 내부의 적인 트라우마를 치료해봅시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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