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도 너처럼 이번에 수능 넘어진 사람이야
웃고있지만 웃는게 아닌거지. 속은 꺼멓게 썩었어
아마 넌 너무 힘들거야. 아니 힘든게 맞아. 19년 살면서 이런 풍파는 처음이거든.
하늘은 스스로 노력한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더니, 나만 안 도와주는건지.
왜 주위 친구들에게 오는 추합소식이 나에게만 들리지 않는건지.
수능은 또 왜 이모양 이꼴이라서 정시도 맘편히 못쓰는건지.
아무데나 가긴싫은데 성적은 이렇고 부모님께 재수하고싶단 말은 안나오고.
매일매일을 속으로 울고 눈으로 울면서 보내고 있는 너 자신도 싫어질거야.
근데 있잖아. 사람은 살면서 한번씩 풍파를 겪게 되어있어.
넌 그게 빨리 온 거일 뿐이야. 내가 진짜 좋아하는 말이있어.
'신은 견딜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
와닿지 않아? 생각해봐. 너 지금 살면서 지금 이정도로 크나큰 고통 겪은적, 있어?
근데 지금 패배감에 젖어서 '그냥저냥 ' 살면 너무 아깝지 않아?
'난 이렇게 힘든시절이 있었다, 근데 이겨냈다. 이겨내고 나니 그 때 그 경험이
너무나 값진 경험이더라. 이제 여러분 차례다.' 라고 남들한테 떳떳히 말하면서
'저도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등.
듣고싶지않아?
아직 아침은 오지 않았어. 단지 악몽을 꾸고 있는 것 뿐이야. 공주님을 구하러 성에 가고있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용을 만난거지. 하지만 괜찮아. 이것만 견디면 아침도 올거고 공주님도 구하고
넌 행복하게 살게 될거야. 그 큰 용을 해치운 것을 되새기면서 자랑스럽게 너를 생각할거고.
내가 아까 한 말 기억해? 아무데나 가긴싫은데 성적은 이렇고 부모님께 재수하고싶단 말은 안나오고.
그건 널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무슨말인지 이해가 안가지?
좋은 대학을 가서 인정받고 칭찬을 받는 건 좋은일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뿌듯하지.
그런 기쁨을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은 바로 너야. 그리고 너의 부모님이지.
그런 기쁨을 안겨주고싶은데 막상 넘어지니까 너무 아파서 그 기쁨을 얻는 길이 힘들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어버린거야. 근데 그 기쁨을 너무 갖고싶고.
사랑하는 너와 너의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싶은데 현실이 너무 냉혹하니까.
어떤사람이 와서 '어머님,아버님. 지금 자녀분을 저에게 주시면 예수가 환생하고, 부처가 살아나고
경제가 좋아지며 대통령도 바뀔것입니다. 너무 살기 좋은 세상이 당신을 맞이할거에요. 저에게 자녀분을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해도 너를 내놓을 부모님은 단 한 분도 안계셔.
그렇게 소중한 너야.
어느누구에게도 주지 못할 너는 소중한 꿈을 가지고 있을거야. 너무나도 이루고 싶은 꿈만같은 그것.
하지만, 현실이 무서워서 '그냥 하지뭐. 안되면 말구.' 이러고 있거나 해도 안됐던 적이 많았을거야.
하지만 이젠 우리 일어나자. 마냥 주저 앉아있기에 우린 너무 아깝고 할일은 많아.
솔로도 탈출하고, 내 손으로 선거도 해보고, 술도 마셔보고, 힘든사람들도 도와줘야지.
너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우리 같이 일어나자. 물론 앞으로의 길이 쉽진않겠지.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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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저에게 하고싶은 말입니다.
쓰면서 많이 울기도 했네요. 마음에 커다란 족쇄를 차고 계신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같이 지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우리 나중에 웃으면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