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전통적으로 민주계열의 텃밭이었습니다
왜 과거형이냐면, 더이상은 아니거든요

호남은 민주계열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계기는 버스파업때였죠
호남의 지배층은 민주계열의 인사들로 가득차 있었는데(당연히 투표자가 호남민이었으니)
그들이 파업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습니다
다른지역에선 서민의 친구, 노동자의 친구라 자처하던 이들이, 정작 호남에선 그들에게 등을 돌렸거든요
('등을 돌리다'는건 아주 온건한 표현입니다. 정확히는 유혈사태?)

그때부터 호남의 심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놈이 그놈이다'
'너무 잘 대해주니 호남을 호구로 안다'
'더 이상 정치에 무슨 기대를 거냐'
이런 말이 오갔습니다

민주계열정당에 보낸 그 엄청난 지지에도 불구하고 돌아온건 대화가 아니라 폭력이었으니 호남의 민주계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그이상으로 문제인건 호남에 정치불신과 좌절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일어난 일이 호남에 한나라계열이 당선된 일입니다

...그때 반응은 참 가관이었죠
이변이다, 드디어 지역감정이 무너진다,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
전 그런 반응을 비웃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정치에 대한 염증과 불신, 무엇보다 배신에 대한 공포로 선택권을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한 결과거든요

지치고, 좌절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자포자기가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는 희망이라고?
그딴게 희망이면 앞으로 나라꼴 잘돌아겠네



진짜 전 되묻고 싶은데, 왜 호남이 홀대론을 주장하면서 국당을 찍어준 거냐고 물어보시죠?
그런데 왜 그보다 본질적인 질문. 왜 호남에서 한나라계열이 당선된 것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나요?
설마 호남 사람들이 성인군자이고, 그리 먼 과거도 아닌 유혈사태를 깨끗이 잊거나 용서해서, 지역주의를 타파하잔 열망으로 투표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지속적인 배신으로 좌절해 정치에 대한 선택권을 포기하고 남용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걸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호남홀대론과 국당당선 이전에 뭔가 중요한걸 놓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비하면 오히려 국당건은 애교에 불과한 수준이죠
차라리 국당건은 간단하게 볼 수 있어요
호남은 인물 이전에 정당을 보았고, 민주당은 그들을 실망시켰죠
그래서 민주계열을 쳐다도 안보고 국당을 찍은 겁니다
국당의 누가 누군지 솔직히 관심도 없었을 거에요
한나라계열도 당선시켜줄만큼 정치에 대한 좌절과 염증이 퍼졌는데 국당에 누가 있는지가 대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