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div><br></div> <div>공부를 딱히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출나게 운동을 잘 하는 녀석도 아닙니다.</div> <div><br></div> <div>다만 자랑할 거라고는 성격이 참 착하고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라 두루두루 친구들을 잘 사귀는 점이지요.</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날은 이녀석이 친구네 집에서 놀다 오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요.</div> <div><br></div> <div>그런데 갑자기 제 노트북을 가지고 가겠다는 겁니다. 친구와 같이 가지고 놀겠다고요. </div> <div><br></div> <div>이 때부터 조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아들녀석 주변 친구들 집에는 기본적으로 어지간한 게임기나 컴퓨터 따위가 없는 집은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div> <div><br></div> <div>뭐 제가 휴대용 게임기를 사 준적이 없으니(집에 있는 Wii아래 위위 아래가 아들 게임기의 전부) 들고 가라고 했고</div> <div><br></div> <div>묘한 기분 때문에 아들녀석에게 물어 친구 집의 위치를 알아 두었습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돌아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이녀석이 컴백홈을 안하네요.</div> <div><br></div> <div>연락용으로 사준 핸드폰은 집에 놓고 간 것 같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는 수 없이 알려준 그 집으로 아들을 찾으러 갔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데 알려준 집이라는 곳이 좀 이상하더군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 동네에 이런 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낡고 허름한 단독주택의 반지하 방이었는데</span></div> <div><br></div> <div>작은 철문은 낡아 군데 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벗겨진 페인트 사이로 드러난 곳은 모두 녹이 슬어 있더군요.</div> <div><br></div> <div>철문을 밀고 반지하방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서는데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div> <div><br></div> <div>계단을 내려서자 유리에 금이 간 현관문 너머로 아들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div> <div><br></div> <div>톤이 높은 유쾌한 목소리인지라 대번에 아들녀석이라는 것을 알았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엿들어보니 다행히 별 일은 없는 듯 했고 친구랑 킬킬거리면서 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div> <div><br></div> <div>그런데 어째 안에 어른들 기척도 없고 해서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겨 있지도 않더군요.</div> <div><br></div> <div>어른들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신발 벗는 곳에서 아들을 불렀습니다. </div> <div><br></div> <div>"범아~ 범아~ 집에 가야지!"</div> <div><br></div> <div>제 목소리를 듣고 아들이 친구와 함께 방에서 뛰어 나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깜짝 놀란게 아들 친구의 외모가 참 왜소하더라구요. </div> <div><br></div> <div>키는 제 아들보다 한 뼘은 작아 보이고 살집이 하나도 없이 비쩍 말랐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영양부족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집에 어른이 안계시냐고 물었는데 아들 친구가 방 한쪽을 가리키더군요. 안으로 들어서서 아이가 가리킨 쪽을 보니</div> <div><br></div> <div>치매에 걸린 할머니 한 분이 벽에 기대 멍하니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인사를 드렸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는 상태였고 대소변 냄새가 좀 나고 있었죠.</div> <div><br></div> <div>아이 할머니가 침을 흘리가 그 아이는 금새 수건을 가지고 와서 할머니 침을 닦아줍니다.</div> <div><br></div> <div>할머니 수발까지 그 아이가 하는 듯 싶었습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뭔가 기분이 계속 안 좋아서 그 집안을 좀 둘러보았습니다. </div> <div><br></div> <div>낡은 냉장고를 열어보니 쉬어터진 김치 냄새가 진동을 하고 먹을 만한 음식이 없네요. </div> <div><br></div> <div>있는거라고는 단팥빵이 몇 개 있더군요.</div> <div><br></div> <div>주방 같지도 않은 주방이었지만 그래도 밥솥 비슷한게 있어서 혹시나 하고 밥솥을 열어 봤습니다만 </div> <div><br></div> <div>역시나입니다. 말라 비틀어진 밥풀떼기가 밥솥에 두어개 붙어있을 뿐 텅 비어있네요.</div> <div><br></div> <div>뭔가 집안 사정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화가 좀 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다시 아들 친구를 찬찬히 훑어 봤는데 영양실조가 확실합니다. 얼마나 영양이 부족한지 머리털이 푸석거리고 숱도 별로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안되겠다 싶어서 뭘 좀 먹이려고 아들과 그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 찰나였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현관문 너머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술취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div> <div><br></div> <div>순간 그 아이의 눈동자가 떨리는게 보이고 몸이 굳어가는게 보입니다. </div> <div><br></div> <div>느낌이 매우 안 좋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콰당' </div> <div><br></div> <div>낡은 철문이 열리고 술 냄새를 풍기는 아이 아버지인 듯한 주정뱅이가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div> <div><br></div> <div>아들을 제 뒤로 숨기고 그 사람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div> <div><br></div> <div>그 사람은 인사를 하는 나를 위 아래로 슥 훑어보고는 대답도 없이 자기 아이를 부르더군요.</div> <div><br></div> <div>"이 새끼야 아부지가 왔으면 인사를 해야지!"</div> <div><br></div> <div>아이가 쭈뼛쭈뼛 그 인간 곁으로 다가서자 그 인간이 아이의 머리통을 갑자기 후려칩니다.</div> <div><br></div> <div>얼마나 세게 쳤는지 그나마 없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뭉텅 뽑힙고 그 아이는 내동댕이 쳐집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순간 제 머리속에서 뭐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성이 끊어졌나 봅니다.</div> <div><br></div> <div>저도 모르게 주먹질을 시작했고 개패듯이 그 인간을 팹니다. </div> <div><br></div> <div>입에서는 온갖 욕설이 튀어나갑니다. </div> <div><br></div> <div>이런 인간은 애를 키울 자격이 없습니다. </div> <div><br></div> <div>이걸 내가 이 자리에서 패 죽이고 저 불쌍한 애 내가 키우고 맙니다. 씨발.</div> <div><br></div> <div><br></div> <div>한참을 주먹질을 하고 있는데 마구 눈물이 나네요.</div> <div><br></div> <div><br></div> <div>눈은 아직 감고 있는데 마구 마구 눈물이 납니다. </div> <div><br></div> <div>입은 계속 욕을 하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누군가 눈감고 주먹질을 하는 저를 흔듭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입은 계속 욕을 하고 있는데 울던 눈이 뜨이네요.</div> <div><br></div> <div>아내가 보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눈물을 닦고 아들녀석 방으로 가봤습니다. 잘 자고 있네요.</div> <div><br></div> <div>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밖으로 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담배를 한 대 물고 생각해보니</div> <div><br></div> <div>그 반지하방, 제가 지금 제 아들 나이 때에 살던 그 집이네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