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본디 이 몸은 기빨이 최강력해 귀신이 달라붙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음. </div> <div>강한 조상신이 붙어있다던지, 기가 드세 잡귀는 안꼬이겠다는 등의 말을 듣고 자람. </div> <div>그러나 본인은 모든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터라 (어쩌면 이런 점이 기가 드세다는 걸지도...) </div> <div>죽음= the end 이런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임. </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내가 딱 한번 사후 세계라는 것에 생각을 품은것이 있으니 그건 2012년 경에 모 웹소설가의 뻘글을 읽고 나서임. </span></div> <div>지하철 이야기가 베오베에 올라온 것을 보니 혹시 같은 경험이 있는 분이 있는지 한번 글 올려봄. </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07년 한여름. 반팔에 반바지였으니 8월 말로 기억이 됩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장마가 끝나고 굉장히 습한 날이였어요. </span></div> <div>이때 친구들과의 모임은 홍대에서 자주 가졌는데 이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습니다.</div> <div><br></div> <div>오랫만에 만난 녀석들하고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맥주 한잔 어떠냐고 하고 어묵집을 갔습니다.</div> <div>원래 술이 약하고 그날따라 위장상황이 좋지 않아 얼음 넣은 사이다로 시간을 떄웠습니다. </div> <div>홍대 모임은 멀리서 온 놈들이 집에가는 지하철시간 떄문에 보통 7시면 끝내는 편인데 </div> <div>이 날은 2호선 라인 놈들만 모여서 2호선 막차타임까지 계속됐습니다. </div> <div><br></div> <div>또 만나는 날짜를 잡고 지하철역으로 갔는데, 홍대는 주말엔 막차시간에도 역사에 사람이 바글거려요.</div> <div>만취한 사람들끼리 시비가 있는지 좀 혼란스러워서 친구들과 열차 마지막칸?또는 첫번째 칸? 이 정차하는 곳까지 가서 열차를 기다렸습니다.</div> <div>시간 때우느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열차가 도착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근데 도착한 열차가 문이 바로 열리지 않고 닫은 상태로 있더라구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서 뭔 일인가 싶어 운전칸을 봤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열차 마지막 칸은 문이 1칸짜리인데 거기에 달린 창문 사이로 운전자가 앞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span></div> <div>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였어요. 20중반3~30초 정도? 모자와 흰 장갑이 기억나요. </div> <div>옷은 감색인것 같은데 옆모습으로 보이니 정확히 뭘 입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순간 제가 보고 있던 창문에서 어떤 여성분 머리가 쏙하고 올라오더라구요.</div> <div>으스스하게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장난스럽게 뿅하고 올라왔습니다. </div> <div>말총머리에 밝은회색 맨투맨 티를 입은 것 같았어요. </div> <div>좁은 창문에 딱 맨투맨 깃이 보이는 정도까지 얼굴을 보였더군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창문 위치는 생각하면 열차 안에서 무릅을 굽히고 있는 그런 상태였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 그래서 열차운전자 총각이 여친을 몰래 운전칸에 태우고 데이트 중인가 싶었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막차니까, 그리고 얼굴만 보이는 여성분이 꽤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거든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가 킬킬 웃으며 옆에 있던 친구 옆구리를 치고 고개짓으로 열차창문을 바라보라고 했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순간 열차 문이 열렸어요. 사람들이 열차에 타기 시작했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앉아서 가고 싶어서 잽싸게 올라타는 순간 머리만 올렸던 여자분이 올라왔던 것처럼 쏙 하고 숨어버리더군요. </span></div> <div>잠깐의 순간이지만 여자분이 숨는것과 동시에 열차 운전자가 고개를 돌려서 창문쪽을 바라보더군요.</div> <div>남친이 뭔 말을 해서 여자분이 다시 숨었다고 생각했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 열차에 탔더니 제가 옆구리를 찔렀던 친구가 왜 찔렸냐고 물어봐서 제가 봤던 이야기를 했습니다.</div> <div>그랬더니 다른 놈이 뭔 소리냐고 자기도 차장을 보고 있었지만 혼자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는 겁니다.</div> <div>문이 열리는 순간 고개를 돌린것은 맞다고, 문열리고 사람들 오고가는거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더군요.</div> <div><br></div> <div>그래서 전 졸지에 사이다 먹고 취하는 놈으로 승격했습니다.</div> <div>후에 제가 이 친구를 만나서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차장만 있었다고 하더군요.</div> <div>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리 간이 커도 데이트 장소로는 좀 아니다 싶어서 저도 제가 잘못 봤겠거니.. 하는 생각이..</div> <div>들긴 개뿔, 여자분 인상과 머리 스타일 입은 티까지 기억나는데 대체 이게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div> <div><br></div> <div>그냥 이렇게 잊혀지는 하나의 소소한 일로 기억저장고에 넣고 몇년이 지난 어느날.</div> <div>아들 부자집안의 고명딸로 집안 막강한 아부지의 후광을 업고 있는 언리미티드빠와의 막내동생한테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어요.</div> <div>둘다 진실혹은 거짓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중이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동생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헐소리를 내면서 혹시 ** 라는 웹소설 아느냐고 하는거에요</div> <div>전혀 모른다고 하니까 동생은 아무 말없이 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뭔 글을 보여주더군요.</div> <div><br></div> <div>거기엔 제가 봤던 상황과 똑같은 상황을 봤다는 내용이 있었어요.</div> <div>이 분 역시 홍대막차, 젊은 차장과 맨투맨 카라티를 입은 여자의 머리, 그리고 바로 옆에 있었던 친구는 안보이고 자신만 봤다고 하더군요.</div> <div>저랑 다른 것은 밝은 회색이 아닌 흰색티, 그리고 머리가 풀어져 있다는 것이였어요. </div> <div>이 분 글은 12년에 올라왔더군요. 맥주 한잔 하신후 본거라 정확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ㅎㅎ</div> <div><br></div> <div>요점은 저는 07년에 본 것을 이 작가는 12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봤다는 겁니다. </div> <div>이 분은 여자분하고 눈이 마주치니까 그 여자머리가 웃어줬데요.;;;</div> <div><br></div> <div>... 그리고 저는 동생에게 bl소설을 읽는 오빠로 찍히고 말았어요. </div> <div>동생은 아직도 제 말을 믿지않고 저 작가 뻘글을 읽고 꾸며낸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후에 지하철 운전칸을 보고 머리가 아래에서 튀어나오고 아래로 숨겨진 점. 얼굴이 창문에 바싹 붙어 있던 점. 등을 생각해보니까.</div> <div>그건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div> <div><br></div> <div>이게 제 인생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괴담이에요.</div> <div>혹시 홍대역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지신 분 없으신가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