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일단 글이 깁니다.</p> <p> </p> <p>이걸 세대의 차이로 생각해야할까요? 아니면 이 친구가 이상한 것일까요?</p> <p>제가 겪은 상황 중 몇가지만 적어봅니다.</p> <p> </p> <p>지난 여름....신입사원이 왔습니다. 25살.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친구입니다.</p> <p>겨울되면서 졸업을 했네요.</p> <p>저는 50대 중반 부장입니다.</p> <p> </p> <p> </p> <p>첫 번째 상황입니다.</p> <p>제가 있는 부서로 배치된 첫 날, 신입사원이 학생때 만든 명함을 건넵니다.</p> <p>'ㅁㅁ과 학생회장 ㅇㅇㅇ' 이라는 명함입니다.</p> <p>잉? 이걸 왜 나에게 주지? 의아합니다.</p> <p>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을 소개할 때 쓰던 명함이라 입사 후에도 선배들 만날 때마다 사용했다고 합니다.</p> <p>어색하지만 받아줬습니다. 직함이 중요한 친구구나....생각이 듭니다.</p> <p>자기 말로 자신은 '관종'이라고 소개합니다.</p> <p> </p> <p> </p> <p>두 번째 상황입니다.</p> <p>부서 직원(대리)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p> <p>저녁 결혼식인데 근무는 5시에 끝나는데 결혼식도 5시입니다. 예식장은 차로 1시간 거리구요.</p> <p>그래도 동료의 결혼식이니 불가피한 인원만 남고 알아서들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합니다.</p> <p>결혼식 전날, 누구차를 타고 몇시에 사무실을 나서자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는 중에</p> <p>이 신입사원이 조금 일찍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p> <p>이유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가야해서 랍니다.</p> <p>그래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출근하라고 했습니다.</p> <p>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 한이 있어도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한답니다.</p> <p>일하다 옷만 갈아입을 수 없다는 이 고집은 뭘까? 궁금합니다.</p> <p> </p> <p> </p> <p>세 번째 상황입니다.</p> <p>이 친구가 술을 좋아합니다. 많이 마십니다. 그게 자랑인 친구입니다.</p> <p>숙취가 없다네요. 부럽습니다. 저도 재작년까지는 술은 마시지만 숙취가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p> <p>회식자리에도, 소규모 술자리에도 늘 이 친구는 우리 중에 "술을 가장 잘 마시는 사람"으로 소개됩니다.</p> <p>저는 걱정입니다. 제 직속 후배인데 이미지가 술이랑만 연관되는게 이 친구에게도 좋지 않음을 압니다.</p> <p>진지하게 조언했습니다. 너를 술의 이미지로 기억되게 하지 마라. 도움되지 않는다.</p> <p>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지각을 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p> <p>그 때 주변에서 "너 어제 술마셨냐?"라고 묻는 것과</p> <p>"왜, 무슨 일 있어? 어쩌다 이런 실수(지각)을 해?"라고 걱정하는 건 참 많이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습니다.</p> <p> </p> <p>어느날 출근해야하는 시간이 됐는데 보이지 않습니다.</p> <p>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일을 시작하고 그 친구의 입사동기에게 물어봅니다.</p> <p>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락이 되지 않으니 대신 확인을 부탁한다고....</p> <p> </p> <p>한 시간이 지난 후에 문자가 옵니다. '지금 일어났습니다. 바로 출근하겠습니다.'</p> <p>사연은...회사 동료가 아닌 그 친구의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먹다가 일어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p> <p>두 시간 지각했습니다.</p> <p> </p> <p>그 뒤로 동일 사유로 지각이 한 번 더 있었습니다.</p> <p> </p> <p> </p> <p>네 번째 상황입니다.</p> <p>이상한 상황이 발견되서 업무지시를 명확하게 했습니다. 직접 OO을 확인해라.</p> <p>지시 사항은 줄자와 피타고라스 정리, 각도기만 있으면 확인이 되는 사항입니다.</p> <p>직접 몸을 써야하지만 그리 복잡하지 않는....</p> <p>여기에서 포인트는 "직접"입니다.</p> <p>업무지시 전에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p> <p>관련 업체에서 협조하지 않고 보내온 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니 "직접" 확인하라는 것이죠.</p> <p> </p> <p>업무지시를 받자마자 제 옆에서 그 해당 업체에 전화를 합니다.</p> <p>"XX님, OO을 알려주세요."</p> <p> </p> <p>손쉬운 길을 택한겁니다. 업체에서 제공한 그 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니 "직접"하라는 것인데 말이죠.</p> <p>살짝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한 것인지 물었습니다.</p> <p>대답을 안합니다.</p> <p> </p> <p> </p> <p>다섯 번째 상황입니다.</p> <p>이 친구는 저보다 일찍 나오는 경우가 없습니다.</p> <p>이런 건 문제되지 않습니다.</p> <p>저는 걱정이 많은 타입이고 사무실과 집이 멀어서 러쉬아워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p> <p>이 친구는 업무 시작 10분 전에 옵니다. 와서 바로 하는 일이 선배들 자리에 찾아가서 인사하는 겁니다.</p> <p>저희가 하는 일은 업무시작과 동시에 실외에서 일을 봐야합니다.</p> <p>고참 부장들은 조금 늦을 때도 있는데 외부업무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그 고참의 자리로 가서 인사를 합다고 합니다.</p> <p>인사에 집착하는 듯이 보여 물어봤습니다. </p> <p>"네가 고참이 됐을 때도 직급이랑 상관없이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할 생각이냐?"</p> <p>"고참들이 인사드리니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합니다."</p> <p>질문과 답이 맞지 않아 답답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p> <p> </p> <p>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친구인가 봅니다.</p> <p>본인의 말대로 '관종'일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p> <p>두 번째 상황인 결혼식 상황이 머리를 스칩니다.</p> <p>아, 자기 모습을 단장하고 결혼식에 가야했던 거구나....축하보다 중요한...</p> <p> </p> <p> </p> <p>여섯 번째 상황입니다.</p> <p>몇 가지 실수가 겹치고 나서 한마디 해야겠어서 일단 불렀습니다.</p> <p>"너와 난 생각하는 바가 다른데 솔직하게 너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모르겠다.</p> <p>너는 어떤 사람이니? 네가 어떤 상황이든 돋보여야하고 주목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p> <p>그렇게 노력하는 줄은 알겠다만 난 이해하지 못하겠다.</p> <p>그리고 이번 건은 어제 퇴근 전까지 네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았다.</p> <p>아무말도 없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p> <p> </p> <p>"저는 주목받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냥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p> <p>그리고 일이 많아 압박이 심해서 어제 그냥 지나갔습니다."</p> <p> </p> <p>"지금이 우리에겐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좀 더 진행되면 정말 바빠지는데</p> <p>이 정도를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아라."</p> <p> </p> <p>"저는 신입사원의 압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p> <p> </p> <p>아....저는 '신입사원의 압박'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습니다.</p> <p>그렇지, 그럴 수도 있지. 신입인데 잘 보이고 싶고 잘하고 싶고 그럴 수 있지.</p> <p>그런데도 "죄송합니다." 한 마디면 끝날 일을 '신입사원의 압박'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는 이 친구가....더 어려워졌습니다.</p> <p> </p> <p> </p> <p>일곱 번째 상황입니다.</p> <p>제가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확진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가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p> <p>그러고 출근했더니 동료들의 인사가 한결같습니다. 이제는 괜찮냐, 고생했다....이 친구만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p> <p> <br></p> <p>물론 안부인사가 의무는 아닙니다만, 뭔가 인지상정같은 걸 기대하면 안되는 상대인가 싶습니다.</p> <p> </p> <p> </p> <p> </p> <p> </p> <p>저는 50대 엔지니어입니다.</p> <p>졸업하고 한 회사에 입사해서 24년쯤 됐네요.</p> <p> </p> <p>신입은 귀하고 경력직은 계약직으로 프로젝트 끝나면 가버리고...</p> <p>이런 세월이 20여년입니다.</p> <p> </p> <p>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p> <p>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젊은 직원들에게 </p> <p>제가 사원/대리 때 겪은 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보다는 더 나은 엔지니어가 되라는 마음에</p> <p>제가 경험한 것들과 지식들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알려주었더랬습니다.</p> <p>잘 들어주고 초롱초롱 눈빛으로 질문하는 것이 예뻐보이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p> <p>사소한 질문에도 왜 이런 규정이 나왔고 이걸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하는가를 제가 아는 최대한 알려줍니다.</p> <p> </p> <p>오래간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작년 여름에 신입사원이 들어와서</p> <p>제가 일하는 곳에 배치되었습니다.</p> <p>역시나 이런 저런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주었습니다.</p> <p> </p> <p>의무도 아닌 호의였는데 </p> <p>이 친구와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왜 이렇게 마음상해가면서 사서고생을 하나 싶습니다.</p> <p>이제는 사무적으로만 이 신입사원을 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p> <p>친절한 설명도 포기할까 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