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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284132
    작성자 : Hammock
    추천 : 0
    조회수 : 245
    IP : 211.37.***.221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08/02/04 20:30:06
    http://todayhumor.com/?freeboard_284132 모바일
    본격 왕자와 거지가 나오는 소설
    소설 업------------------------------------------------------------------------------------------

    거지와 왕자 이야기.

     

      "아아─이건 고문이야! 가혹행위라고! 젠장 감히 왕족인 나를 감금해? 다 죽여버릴까?"
      리차드 왕자님은 언제나 성안에만 갇혀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지겹게 느껴졌어요.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낄대로 느낀 리차드 왕자는 간단한 쪽지를 남기고 성을 탈출했어요. 단순히 시커먼 로브를 걸치고 나왔을 뿐인데 병사들은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았어요. 왕자는 너무나도 허술한 궁성방위 체제에 어이없음을 느끼면서 궁성을 벗어났습니다.
      왕자는 여행에 앞서 자신의 스펙을 정비했어요. 리차드가 가진 것은 몇푼 안되는 금화와, 로브, 나이프, 왕가의 상징인 반지, 화약술이 발달한 동양에서 사 온 권총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여행이 얼마나 길어질 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이따위밖에 챙겨오질 않은 것을 보면, 리차드는 역시 어쩔 수 없는 철부지 도련님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차드는 그딴 것에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냥 잠시동안의 자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걱정을 덮어누르고 있었으니까요.
      리차드는 먼저 시내를 유유자적하게 걸어갔어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만큼 백성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앞으로 인기관리 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다가, 자신이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왕자는 뭔가 사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민들이 먹는 음식따위는 리차드에게는 개먹이로서의 가치도 갖지 못했어요. 정말 쓰레기 같아 보였으니까요. 그래도 일단은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근처의 빵가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어요.
      빵가게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에 리차드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딴 서민들이 내가 가진 금화를 거슬러 줄 수 있을까?' 금화 한두푼 던져준다고 파산할 왕자는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은 가진 금화가 몇개 없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고는 곧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로브를 입고 있으니까 얼굴도 안 보이겠지? 일단은 자유를 즐기기 위해 온 거니까...도둑질이나 한번 해봐야겠다.' 유추가 끝나는 순간, 리차드는 손을 뻗어 크로와상을 양손에 쥐고 미친듯이 달려갔습니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듯한 기척과 욕소리가 들렸으나 리차드는 뒤도 안돌아보고 계속해서 달렸어요. 물론 일직선 거리로 달리지는 않았습니다. 좁은 골목길 몇개와 대로를 왕복해서 가게주인을 따돌리고, 안전해보이는 골목 안으로 숨어들었어요. 도중에 로브가 벗겨져서 얼굴이 발가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서 그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크로와상을 먹으려고 그 빵의 상태를 살펴보니, 뭉개진 꼬라지가 리차드의 마음에 몹시 들지 않았어요. 커피와 함께 우아하게 먹던 그 크로와상이 음식물쓰레기와 비슷한 꼬라지로 변모했기 때문이었죠.
      왕자는 가벼운 짜증을 느꼈지만 '자유, 자유.'라는 단어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크로와상을 억지로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볼품없는 모양의 그 크로와상은 맛도 형편없었습니다. 왕자는 마음속으로 '자유, 자유, 자유자ㅠ자유자유자유자ㅠ아자유!'를 천번쯤 되뇌이고는 억지로 한개를 다 먹어 치웠어요.
      하지만 남은 하나는 도저히 먹을 자신이 서지 않았어요. 리차드는 태어나서 이딴 쓰레기같은 음식은 처음 먹어봤기 때문이죠. 남은 한 개의 크로와상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굴러갔습니다. 그것만으로 분노가 삭지 않은 왕자는 그 크로와상을 밟으려고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웬 커다란 걸레덩어리가 리차드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뭐, 뭐야?!"
      리차드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그 넝마주이에게 외쳤어요.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도저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 저거 안 먹을 거면. 제,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하아?"
      그 걸레덩어리는 리차드가 말로만 들어오던 거지라는 것의 실체였어요. 거지라는 것을 처음 본 왕자는 약간의 신기함을 느끼며 거지에게 좀 더 시선을 집중했어요.
      그리고 그때, 신기한 것을 발견했죠.
      "어...라?"
      마치 리차드의 앞에 거울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의 앞에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앉아 있는 거 아니었겠어요?
      "엥?! 너 뭐냐?! 어? 에?"
      거지도 왕자를 보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서로 너무나도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죠. 당사자들은 모르겠지만 그 둘은 목소리 마저도 똑같았답니다.
      "그건 제가 더 묻고 싶은데요..."
      서로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옷한 채로 마주보고 있다가, 왕자는 불현듯 재밌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으음...너, 이름이 뭐지?"
      리차드의 말투는 싸가지없는 그대로 였지만 어감은 굉장히 부드러워져 있었어요. 뭔가 꿍꿍이 속이 있다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이었지요. 약간의 불안함을 느낀 거지는 먼저 그 이유를 물어봤어요.
      "무슨...일이십니까?"
      "아니~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말이지...그래서 이름을 물어본 건데 불만이라도 있나?"
      딱히 틀린말도 아닌 것 같기에 거지는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어요.
      "찰스..라고 합니다. 나으리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아, 내 이름은 리차드 바스티안. 보다시피─"
      왕자는 거만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로브를 확 벗어제꼈어요.
      "왕족이다."
      어지간해서는 뜬금없는 왕족발언에 어이없어 하겠지만, 리차드의 화려한 복장을 보고나서는 그 말을 납득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금색찬란한 장식들이 반짝거리는 그 옷에는 확실히 왕가의 문장이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이죠.
      거지는 황급히 자리에 엎드리며 왕자에게 절을 했어요.
      "모, 못 알아뵈서 죄송합니다! 부디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딱히 무례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찰스는 갑작스런 왕족과의 조우에 너무나도 당황해서 자신이 뭘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기에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어요. 리차드는 자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찰스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뭘 그렇게까지 엎드리고 그러냐? 일단 일어나."
      "예, 예!"
      찰스는 주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리차드는 그런 찰스를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죠.
      "이봐, 찰스. 내가 재밌는게 하나 생각났는데 말이지, 협조 좀 할 수 있겠어?"
      "예, 예. 말씀만 하십쇼."
      "우선은─여기서는 발각될 위험이 있으니까 최대한 사람들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으로 인도 해 주도록."
     
       리차드는 다시 로브를 걸쳐입고 찰스의 뒤를 따라 더러운 뒷골목들을 헤치고 나아갔어요. 그리고 곧 어느 허름한 헛간에 당도했죠. 그 헛간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판자들은 썩을대로 썩어서 손대면 토옥하고 터질것만 같았어요.
      "...안전한 거냐. 이거..."
      "예, 아마도."
      "뭐, 빨리 볼일만 끝내고 나가면 되겠지."
      그렇게 말을 끝낸 리차드는 다시 로브를 벗고 상의 또한 벗기 시작했어요. 상의를 다 벗고 나서 바지에도 손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찰스의 표정이 몹시 심난해 보였어요.
      "엉? 뭐냐?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개?"
      "저, 저 왕자님 저는 좀, 그러네요. 저는 아직 이쪽 세계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좀, 있달까. 그게..."
      리차드는 어이가 없었어요.
      "하. 하하. 하하하하하...너 지금 뭔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예?"
      "나도 남자한테 취미없거든?!! 지금 옷 바꿔입으려는 거니까 당장 옷이나 벗어!!"
      심각한 오해를 했던 찰스는 대단히 민망함을 느끼며 잽싸게 옷을 벗었어요.
      "속옷은 벗을 필요 없잖아?!!"
      리차드의 호통에 또다시 찰스는 민망함을 느끼며 왕자의 옷을 주워입었어요. 다 입고나서야 찰스는 왜 옷을 바꿔입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기 왕자님, 이제와서 여쭈어 보는 것도 이상하지만 왜 옷을 바꿔입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지옷을 주워입은 왕자는 그 옷에서 느껴지는 찝찝함과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습니다.
      "아아, 그게 말이지. 선심 쓰는 거야. 너도 좀 땅에 떨어진 쓰레기 말고 좋은 거 먹을 때가 되지 않았어? 한번 쯤은 호화로운 디너를 즐겨보라는 의도에서~ 네가 나의 대타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건데. 맘에 안 들어? 그럼 뭐 없던걸로─"
      "아, 아닙니다! 왕자님께서 그렇게 선심 써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찰스는 얼굴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몇번이고 리차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어요. 리차드는 애초의 목적이었던 자유를 손에 넣어서 좋았고, 찰스는 호화로운 생활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좋았지요.
      "그리고 말이야."
      "예!"
      "기간은 보름. 정확히 15일 뒤에 여기서 보자구. 내가 언제까지고 거지로 있을 순 없잖아. 안 그래?"
      "아, 예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각각의 이득을 손에 넣은 두 남자는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어요. 찰스는 왕궁으로, 리차드는 씻을 물이 있는 개울을 향해서 말이죠.
      개울에 도착한 리차드는 제일 먼저 옷을 빨기 시작했어요. 그 불결함을 도저히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옷을 빨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돌멩이가 날아왔어요.
      "어이~찰스! 오늘은 뭐 한 건 하신거 없나? 있으면 빨랑빨랑 형님한테 입금을 해야할 거 아냐~? 앙?"
      비록 돌멩이에 맞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돌을 던졌다는 사실이 리차드에게는 몹시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었답니다. 그는 덜마른 옷을 걸쳐입고 돌을 던진 사내를 향해 시선을 던졌지요.
      "아프잖아 이 개새끼야!!"
      그런 그의 행동을 본 상대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리차드를 나무랐어요.
      "너 돌았냐? 하, 참 어이가 없..."
      다고 말하려는 그의 안면에 리차드의 주먹이 꽂히는 바람에, 그는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리차드가 그의 안면을 몇번이고 가격하자 그는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답니다.
      "천민이 되니까 별 시덥잖은 놈이 다 까부는 구나. 그래도 재밌었으니 됐어, 뭐."
      리차드는 정신을 잃은 남자를 들어서 개울물에 집어던지고는 유유히 그 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리차드는 그렇게 며칠동안 남의 집 물건을 훔치고, 밤길에 사람을 패서 돈을 빼앗고, 쓸데없이 방화를 하는 등 온갖 범죄를 일으키며 그것을 자유라고 칭하며 즐거워 했어요. 왕궁에서 교육만 받으며 체스놀이를 하는 것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재미였지요.
     그러던 어느날, 일전에 개울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걸던 그 남자가 일당들을 데리고 리차드의 앞길을 가로막았어요.
      "오랜만이구나, 찰스."
      아무리 1:1에는 자신있는 리차드라도, 일대 다수는 자신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차드는 한번 객기를 부려보기로 했죠.
      "아, 오랜만이네. 네놈의 썩은 내나는 면상도 그대로구만?"
      "어디까지 까불 수 있는지 한번 볼까."
      그가 손을 들어보이자, 주변에 있던 그의 동료들이 순식간에 리차드를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어요. 어떤이는 주먹을, 어떤이는 발을, 어떤이는 목각을 이용해 리차드를 몇번이고 가격했지요. 순식간에 온 몸에 멍이 든 리차드는 왕자답지 못하게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옆드리고 말았어요. 그것은 권력에의 굴복이 아니라, 단순히 몸에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러게 왜 까불고 지랄을 했니? 곱게 돈만 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할텐데...유감이구나 찰스."
      "욱, 컥. 쿨럭! 쿨럭!"
      무언가를 말하려던 리차드는 폐속에 피가 고였는지 제대로 된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려 손을 들어올리는 그의 손에 거지 패거리의 시선이 꽂혔어요.
      리차드의 손에는 왕족이 끼는 반지가 여전히 끼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죠. 거지들은 그 반지의 정체는 몰랐지만 굉장히 비싸보인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그들은 당장 리차드의 손목을 잡아당겨 그 반지를 확인했죠.
      "오호, 요즘 네놈이 망나니짓 하고 다닌다더니 이런 귀한 물건을 손에 넣었구나? 큭큭, 그래, 그래서 이렇게 미친 척을 한거지? 큭큭큭."
      그렇게 말하던 거지리더는 리차드의 손가락에서 그 반지를 빼내고 다시 리차드를 넘겨쓰러트렸어요.
      "일전의 지랄은 이걸로 봐 주겠어. 하지만 한번 더 까불면. 그때는...알지?"
      거지일행은 그렇게 말하고 리차드를 등진 채 돌아섰어요. 그들은 반지를 달빛에 비춰보며 킥킥거리고 있었죠. 그런 그들의 등 뒤로, 어떤 실루엣이 드리워지는 것이 그들의 눈에 비춰졌어요.
      "컥!"
      반지를 쥐고 있던 사내가 신음을 흘리며 반지를 땅에 떨어뜨렸어요. 잠시 상황파악이 안된 그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고 그 뒤에는 나이프를 쥐고 있는 리차드가 서 있었죠. 나이프의 절반이상은 반지를 들고 있던 남자에게 꽂혀있었어요. 곧 칼을 맞은 그 남자는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반지. 주워."
      강압적인 리차드의 눈빛에, 거지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반지를 주워 리차드에게 돌려줬어요. 사실 눈빛보다는 리차드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더욱 무서운 존재였죠.
      "왜 안꺼지고 여기 계속 서 있는거냐? 또 죽고싶은 새끼가 있나보지?"
      "히, 히이익!"
      피범벅이 된 채 무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리차드에게 잔뜩 겁을 먹은 거지일행은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어요. 리차드는 시체를 내려다보며 언짢은 표정을 짓고 피뭍은 침을 한번 뱉았답니다.

      다음날부터 리차드는 함부로 거리위를 돌아다닐 수 없게 되었어요. 이제까지 해온 나쁜 짓들은 들키지 않게 요령껏 해온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몸상태도 별로 좋지 않으니 그저 쉬는 일 말고는 할 게 없었지요.
      찰스와 옷을 바꿔입던 그 장소에서 몸을 숨긴 채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려야 했어요. 배가 고팠지만, 뭔가 훔쳐먹을 힘도 남아있질 않았죠.
      그저 처량히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마시는 일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리차드는 그 비참한 상황을 비관하며 한시라도 빨리 찰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자유라는 것의 결말이 이렇게 끝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는 더욱 더 비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리차드가 숨어있는 헛간으로 누군가의 발걸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리차드는 경비원이라도 온 게 아닐까 하고 숨쉬는 것마저 참아가며 소리를 줄이고 있었죠.
      "리차드 왕자님~"
      리차드는 잠시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 목소리는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찰스의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차, 찰스냐?"
      리차드는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일으켜 헛간의 벽면을 부여잡고 일어났어요. 리차드는 반가이 팔을 벌리며 찰스를 껴안으려고 다가갔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정말, 죽을 뻔 했..."
      "더 이상 다가오면 위험할 겁니다. 왕자님."
      어느새 번뜩이는 레이피어의 칼날이 리차드의 목전에 닿아있었어요. 살짝 긁힌 상처위로 피가 발갛게 새어나오기 시작했죠.
      "뭐, 뭐하는 거야? 너 임마 왜 이래?"
      선량하게 미소짓고 있던 찰스의 입매는 어느새 비소로 바뀌어져 있었어요. 그 모습은 마치 예전의 싸가지없던 리차드와 흡사한 모습이었답니다.
      "왕자님...아니, 리차드. 넌 뭔가 오해하고 있어."
      "무, 무슨..."
      찰스는 시건방지게 레이피어로 리차드의 뺨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어요.
      "너와 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시점부터...왕자는 나야. 적어도 보름동안은 말이지. 그리고 중요한 건. 아직 보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네 놈에게. 약속날짜는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
      리차드의 뺨을 건드리던 레이피어는 다시 그의 목을 향해 내려왔어요. 리차드의 안면에는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 서리기 시작했죠.
      "유희는 너만을 위한 것이 아냐."
      그렇게 말한 찰스는 리차드를 향해 뻗어있는 레이피어에 힘을 가하려고 했어요. 순간, 갑작스런 리차드의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큭, 큭큭, 크하하하하하!!"
      갑자기 죽기직전이 되니 실성이라도 한 걸까요? 리차드는 방금전까지 굶어죽어던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웃어제끼기 시작했어요.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찰스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 소란을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었어요. 누군가가 이 소리를 듣고 찾아올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다시 찰스가 리차드를 찌르려는 순간,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이 울려퍼졌어요.

      순간 찰스의 복부에서 피가 튀고, 그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앞으로 쓰러졌죠.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찰스는 알 수 없었어요.
      그런 찰스의 앞에는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는 쇠막대기를 든 리차드 왕자가 서 있었어요. 그것은 리차드가 내내 숨겨두었던 화약총이었어요. 리차드는 찰스와 옷을 갈아입은 뒤로 내내 이 헛간에 총을 숨겨두고 있었어요. 그 이유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언젠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리차드의 생각 때문이었죠.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몰라. 은혜도 모르고. 인간이란 건 원래 그렇지. 내가 성안에만 있었다고 인간을 안 만나봤을 거 같아? 인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모를 것 같아? 모르긴 몰라도, 너보단 많이 만나봤을 거다. 강대국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새끼들, 약소국이라서 빌빌대는 새끼들, 약소국이었다가 강대국이 됐다고 우리나라가 예전에 도와준 것도 까맣게 잊어먹은 새끼들. 난 그런 놈들을 많이 봐왔어. 그래서 알 수 있다고, 네놈같이 단순한 놈의 머리속은 더 욱 쉽게."
      리차드는 찰스가 떨어뜨린 레이피어를 손에 쥐고 찰스가 한 것처럼 그의 뺨을 툭툭 건드렸어요. 표정은 물론 아까전의 찰스보다 몇십배는 더 거만했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는데. 왕자는 죽어도 왕자야. 거지는 죽어도 거지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지옥에가서 천천히 생각해봐."
      찰스의 망막속에 마지막으로 맺힌 모습은 그에게 급속도로 다가오는 레이피어의 칼날이었답니다.


      다시 왕궁에 돌아온 왕자는 피범벅이 된 옷 때문에 이것저것 둘러대느라 진땀을 뺐어요. 그는 대충 '어떤 거지가 날 보더니 귀족인 줄 알고 돈을 뺏기위해 죽이려 들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거지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라며 둘러댔죠. 그리고 그 시체를 잘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마치고 그는 다시 호화로운 왕궁으로 돌아섰어요. 

     

     그렇게 궁궐로 돌아온 리차드는 다시 호의호식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Hammock의 꼬릿말입니다
    해.먹.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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