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올해로 서른셋 먹은 별볼일없는 남징어 입니다..^^;
사실, 제목만 보면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긴 인연을 지녀온 사이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와 그 아이가 10년 전 그와 같은 우연찮은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을 저는 까맣게 잊고 살아왔었습니다.
이미 희미해진 그 기억을 일깨워준 건 바로 그 아이였다고나 할까요 ㅎㅎ
각설하고, 그 아이를 10년전 우연찮은 만남 이후로 다시 알게된 것은 2주 전쯤이었네요.
친한 형님이 사장으로 있는 단골술집에 그날도 쉬는 날이라 무료함이나 달랠까하고 맥주한잔 입에 털어넣으려
무심코 발길을 향했는데, 그 형님이 오늘 처음 온 여자알바생이라고 저에게 소개를 시켜주셨습니다.
사실, 예전 인연과는 별개로 전 이 아이가 처음 본 순간부터 한눈에 마음 속에 들어왔습니다.
귀엽고 통통하고 작은 체구에, 항상 잘 웃고 대인관계에서도 싹싹해보이는 그 모습에 짧은 시간이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
호감을 갖게 됐다고나 할까요..ㅎ
그러다 맥주를 홀짝거리던 저에게 그 아이가 먼저 아는척을 하며, 어디서 절 본적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입니다.
전 물론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지만, 10년전 군대에서 막 전역을 하고 세상 모든 것이 내것만과도 같던
그 자신감 넘치던 시절에 다니던 헬스클럽에서 절 봤고 심지어는 운동을 한후 같이 집에 걸어온 적도 있었다는 얘기를.
지나간 기억을 헤집고 헤집어보니 뇌리에 언젠가 같은 아파트에 살던 여고생 꼬맹이 하나와 같이 이야기하며
집에 걸어온 기억이 번개같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삶에 지쳐 이미 오래전 까맣게 지워진 그 찰나의 기억을 그 아이가 떠올려준 것 이지요 ㅎㅎ
그 이야기 까지를 듣고 난 후, 전 뭔가 알수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이 아이와 내가 그런 인연이 다 있었나..?
사람 인연이란게 참 묘하고도 묘하네..어떻게 이 아이는 그때의 그 짧은 시간을 이렇게 기억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쩌다 또 이렇게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된 건지. 참말로 신기하면서도 혹시나 내가 이 아이와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맺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에도 휩싸였습니다 ^^;;
10년만에 다시 가진 우연한 첫 만남에서의 그 아이에 대한 호감과 +로 그런 인연이 있었던 아이라는 묘한 사실이 더해지면서
2주가 지나는 시간동안 저도 알수없게 점점 그 아이의 모습이 마음속에서 커져만 갔습니다..
아니야, 아닐거야..내가 그간 너무 외로움을 타며 살아왔기에 잠시의 번뇌에 불과할꺼야..그래 아닐거다 라며
스스로의 감정을 수도없이 부정하고 고민해왔지만 그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고 때론 잠도 잘 못이루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젯 저녁..제 생일날이었습니다. 친구 녀석들은 모두 타지에 있거나, 장가간 유부남 또는 비루한 저따위를 만나줄 여력도 없는
바쁜 몸들이라 만날 시간을 내줄 놈들이 없더군요 ㅎ 마침 날이 설연휴라 더욱 약속을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스스로 제 생일케익을 사들고,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우연히 그 형님의 술집이 생각이 났고 더불어 그 아이도 더욱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술집에 들어가, 혼자 초키고, 혼자 초불고, 케익을 자르고 주변 손님들에게 나눠주고..혼자 별 궁상을 다 떨었지요 ㅎㅎ
하지만 주변의 손님들의 축하한다는 소리에 그래도 짧게 미소가 번졌고, 무엇보다도 그 아이가 축하해준다는 사실에 그래도
혼자 맞는 쓸쓸한 생일이었지만 많은 위안이 되고 기뻤습니다 ^^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최근의 서로의 간단한 안부도 물어보고...
또 그러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 아이의 전화번호까지 받았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많이 친해지고 싶다는 제 부탁에
너무나도 흔쾌히 연락처를 찍어주더군요. 자신의 라인 메신저 아이디까지 입력을 해줬고..
마지막으로 연애를 하고 끝낸지 이제 8년째...그간 뼛속까지 오유인의 유전자가 스며든지라, 이젠 어떻게 이성과 가까워지고 고백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연애를 다시 시작해본다는 것이 너무 낯설고 두렵기까지한 심정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내가 진심을 담아 어필했던 이성들에게 퇴짜맞고, 심지어는 뒷통수에 큰 사기까지 당할 뻔했었던 안좋은 트라우마들로
인해 더욱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을 한다는 것이 망설여지고 두려운 거겠지요.
또 한편으로, 10년전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던 내면만큼이나 외모도 못지않게 휜칠한 그 청년은 이젠 배나오고 퉁퉁한 모습의 아저씨가 되어있는지라
아직 계란한판까진 2년이나 더 남은 그 아이...아니 이젠 그 꽃다운 아가씨가 저를 마땅하게 생각해줄지도 의문이네요.
어느 막장드라마라고 일컬어지던 주제가가 생각나네요...'왜 너는 나를 만나서~'..ㅎㅎ 정말 너는 왜 우연히 나를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건지..
그만큼 저는 지금 그 아이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져가지만, 좋아하면서도 더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의 상처들로 인해
자포자기하며 세월을 막 살았던 제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가기가 겁이나고 모르겠고....그렇습니다. 참 등신같네요, 제가.
그간 취업준비중이라 핸드폰 요금조차 내기도 버거워, 핸드폰을 잠시 정지시켜놨고 그래서 저에게 라인 아이디까지 알려줬고..
이젠 마침 취업이 되어 월요일부터 출근을 한다는 그 아이의 오늘 마지막 말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확인사살(?)차 물어본 말에 아직 애인도 없고, 결혼은 더더욱이 안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동네친한오빠동생이 됐으면 한다는 그애의 말.
뭐, 저도 단시간에 이성에게 호감을 사는 법도 이젠 잘 모르겠고, 마음은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가지만 그렇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마침 취업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다음주에 약속잡아 간단하게 맛있는 밥이라도 한끼 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오늘 날이 밝으면 수줍사리 연락해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한잔하며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고...
하지만, 쉽사리 용기가 나질 않고 모르겠네요. 어떻게 다가가야하고, 어떻게 그 아이에게 신뢰를 얻고 내 마음을 완전히 오픈할 수 있을지를요.
더욱 이 자리를 빌어 솔직하자면, 앞으로 저도 이젠 이성을 가볍게 만나기엔 나이가 만만치 않아 이젠 결혼을 전제로 이성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어떻게 해야할지....아....정말 모르겠네요.
비천한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나 또는 컵흘이신 여러분들의 조언과 격려를 구차하게 구걸 좀 해보고자 이렇게 글 몇자 남겨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