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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489286
    작성자 : 댓폐소생술
    추천 : 16
    조회수 : 1360
    IP : 27.100.***.95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4/01/01 20:53:30
    http://todayhumor.com/?humordata_1489286 모바일
    이시간 일워는
    11.JPG
     
     
     
    예전 일워에서 본 일이다. 어느 벌레 하나가 잡담게시판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타자를 치고 글을 작성하며
     
    "황송하지만 이 아이디가 방충망에 걸렸는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게시판 사람들의 댓글란을 쳐다본다.

    많은 농부들은 벌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키보드를 두들겨 보고 '벌레 또왔농?' 하고 내어 준다.

    그는 댓글이 써져있다는것에 기쁜 얼굴로 답변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게시판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자판기를 두드리며, 

    "이것이 정말 차단되지 않은 아이디 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다른 농부들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아이디를 어디서 훔쳤어?" 벌레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자기 아이디를 빠뜨립니까? 그러면 방충망에 안 걸리나요? 어서 댓글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농부들은 웃으면서 '근성있닭ㅋㅋ'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아이디가 방충망에 걸리지 않았나 확인해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두드릴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방충망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런 아이디를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키보드를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신고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아이디를 줍니까?

    관심댓글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관심댓글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 하나 가입하고 글을써보면서 방충망에 걸리지 않은 아이디 이름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아이디를 다시 체크해 글을 쓸수 있는 아이디로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아이디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디를 얻느라고 여섯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아이디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아이디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악성벌레글 하나를 쓰고 싶었습니다."  


    - 피천득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 좋은수필에 벌레묻었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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