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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enbung_53494
    작성자 : 매일행복한나
    추천 : 16
    조회수 : 717
    IP : 121.129.***.126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7/09/18 00:37:41
    http://todayhumor.com/?menbung_53494 모바일
    가끔 생각하면 식은땀나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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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으로 작성했더니 줄맞춤이 엉망이 되네요.

    12년전쯤 서울에서 생활한지 일년도 채 안되었을 때.
    타고난 길치에 낯선 서울이니 어딜다녀도 목적지를 찾아가는것에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처럼 네이버지도를 마음대로 사용할때도 아니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집에 놀러오라며 초대해주었고 서울에서 외롭게 지내던 나는 집을 찾아가는게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가겠다 약속하고 약속당일 언니가 알려준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정류장에서 내려 언니와 다시 통화를 하고 언니가 살고있는 xx빌딩으로 가는방법을 자세하게 듣고 다시 되묻기까지 하면서 한참 통화를 마치고 도보를 시작했다.

    몇발자국 걷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를 하고있는데 어떤 젊은 남자분이 혹시 xx빌딩이 어디인지 아시냐고 물었다. 나는 순간 내 목적지와 같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고, 평소 길을 많이 묻고 다니는 내가 이번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단 사실에 조금 반가웠다.

    망설임없이 나를 따라오라고 했다. 5분쯤 걷다보니 생각보다 길이 복잡했고 지하 터널같은걸 건너야 한다고 했는데 보이지않았다. 그래서 다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고 주춤거리고있는데 그 남자가 왼쪽으로 꺽으면 될 것 같다고 말을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걷던차라 아무생각없이 그렇냐며 왼쪽으로 꺽어 길을 걸었다. 조금 걷다보니 정말 지하 터널같은게 보였다. 벽쪽에 그래피티같은게 그려져있는 도보 터널이었는데 인적이 전혀없고 조명이 매우 어두웠다. 이 터널이 맞는지 어쩐지 몰라 터널 이름을 확인하려고 2차로 주춤거리고 있는데 그 남자가 너무 자연스럽게 그 터널로 진입했다. 순간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이 남자는 분명 xx빌딩으로 가는길을 잘 알고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내가 xx빌딩으로 가는 중이라는건 어떻게 알고 물었을까..? 아... 정류장에서 내가 통화하는걸 들었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럼 목적이 뭘까 궁금해졌고 두려워졌다.

    만약 길을가다 맘에 들어 일부러 내가 가는 길을 동행한 것이라면 크게 문제될게 없지만 그런 느낌의 대화는 전혀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남자친구는 있는지 몇살인지 등등 내 신상에 관한 질문들이 오갔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언니집에 놀러가는 중이라고 했는데 언니는 자취를 하는지 가족이 있는지 물었고, 내가 그 동네에 온 걸 나의 가족들한테는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물었다. 물론 자연스럽게 사족을 붙여가며 물었기에 당시엔 일상적인 대화라 생각했다.

    눈앞에 터널을 들어가면 안될 것 같았고 이 남자에게 언니집을 알려줘서도 안될 것 같았다. 언니한테 전화를 해서 큰소리로 일방적인 통화를 했다.

     ''언니 oo터널 앞인데 여기로 가면 되는거지? 아 정말? 엇갈릴뻔 했다! 마중나올거면 전화를 했어야지! 응응 알았어. 거기있어. 내가 다시 돌아갈게~'' 라고 일방적인 통화를 하고 끊으며 일단 사람이 많은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 남자에게 터널 끝으로 가셔서 오른쪽으로 돌면 된다며 나는 언니가 마중나와있다해서 다시 정류장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흘리듯 말하고  뒷걸음질치며 다시 빠르게 사람들이 많은 사거리쪽으로 올라왔다. 뒤를보니 그 남자가 급히 따라오고 있었다. 다행히 이제는 사람도 많고 가게들도 많아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다시 횡단보도 신호대기를 기다리는데 남자가 와서는 터널지나서 길 꺽는 부분까지만 안내를 해달란다. 자기가 아무래도 설명만 들어서는 길을 못찾을 것 같단다. 갑자기 그 빌딩에 지 친구가 사는데 아파서 자기가 빨리 가봐야하는데 중간에 길을 헤매다가 시간낭비 될까봐 그런단다. 한번만 도와달라며 간곡했다. 

    지금 이 나이에 다시 만났으면 면상에 침이라도 뱉어줬을텐데 그땐 너무 어리고 무서운게 많았다. 죄송하다고 언니가 기다려서 안된다며 신호가 바뀌기에 도망치듯 건너서 뒤도 안보고 정류장까지 뛰었다. 택시라도 타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그땐 서울에서 택시타면 무조건 십만원 나오는지 알았다. 

    지금도 한번씩 그 터널로 같이 걸어 들어갔다면... 하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미친 자식, 친구가 그렇게 아프면 119에 전화를 해라... 이 한마디도 못하고 도망치느라 바빴던 그 순간이 가끔 생각난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또 다른 사건은 다음에 또 한번 올려볼게요...
    출처 바보같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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