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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edical_13235
    작성자 : 책덕후
    추천 : 0
    조회수 : 535
    IP : 175.197.***.11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1/18 00:42:32
    http://todayhumor.com/?medical_13235 모바일
    [더러움 주의] 식중독에 걸렸다.
    나는 지금 미칠 것 같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갈비를 구워먹고 있는데 나도 먹고 싶다.
    김치를 고기에 돌돌 말아서 입을 쩌억 벌리고 한 입에 털어 넣는데 나도 먹고 싶다.
    고기를 삭삭 다 건져먹고 그 국물에 밥을 삭삭 비벼서 먹는데, 아 나도 먹고 싶다.
    아. 시발 나도 먹고 싶다. 그런데 나는 먹을 수 없지. 왜냐면 나는 엊그제 식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간 후 조리중이니까.
    하루 종일 쫄쫄 굶고 이제서야 간신히 죽 정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식중독 그거 되게 아픈 거 아니냐고? 아프지, 겁내 아파. 아프기만 한가, 더럽긴 겁내 더럽다.
    그런데도 음식이 땡겨. 식욕이라는 놈이 이렇게 집요한 놈이라고.
    하기사
    내가 아팠던 것이 지금 저 TV에 나오는 갈비때문에 아팠던 건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떡볶이도 먹고 싶고, 김치고등어찜도 먹고 싶고... 그래, 치킨의 맥주는 언제나 진리지.
    맹맹한 죽만 먹어서 그런가 칼칼하고 기름진 것 위주로 땡기는 거야.
    오! 논리적인 오드리여. 좀만 기다려라. 며칠 내로 이 설욕을 어마어마한 식욕으로 풀어주리라...

    배고픈데 기분도 더러운데 엊그제 식중독 걸린 얘기나 하자.
    나는 그날 저녁으로 회를 신나게 먹고 식중독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왔다.

    실려오기 전에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배를 부여잡고 침대를 구르면서 울었다. 변기 속에 토해놓은 토를 보고 처먹긴 겁나 많이도 처먹었다 생각하며 후회를 했다. 끊임없이 토하다가 용량이 많은 탓에 토끼리 엉키더니, 낙하하던 토가 수직 상승하여 내 얼굴에 척 붙는 게 아닌가. 으아아아!!!!! 더러워 시발!!!!!!!
    토하느냐 기운없어 죽겠는 와중에 머리띠를 찾아 매고 폼클린징으로 거품내서 꼼꼼히 세수를 하고 또 토했다.
    토를 한 후에는 또 울었는데, 아파서 울었는지 수치심에 울었는지 나 자신조차 모르겠어.
    이런 것을 두고 여자 마음 여자도 모른다고 하는 것인가, 

    애니웨이!

    세 번째 토를 마치고 119를 불렀는데, 그만 방바닥에 거하게 또 토를 했어.
    이제까지 변기에다 세 번 토한 거 합한 거 보다 더 많이. 순간 남편을 올려다 봤는데 남편은 다행히도 나를 경멸하고 있지 않더군. 내 남편은 천사야. 으헝헝. 
    1층에서는 119차가 도착해있고 내 안방에는 엄청난 토가 있다. 대충 건더기만이라도 건져내고 치울 때까지 119아저씨들에게 기다려달라고 해도 되나? 그럼 아저씨들이 '그럼요~ 토가 카펫트를 적시게 둘 수는 없지요~'하면서 기다려줄까?' 말이 안 되는 걸 순식간에 파악하고 그냥 나왔다. 내 안방이여, 오염될대로 돼봐라 어디.

    그렇게 아프더니 119아저씨가 손 잡아주니까 살 것 같더라. 아 나는 이제 살았구나, 하는 느낌 진짜 딱 느낌. 

    너무 아파서 숨을 학학 쉬고 있는데 싸늘한 표정의 간호사가 오더니, 도레... 그래.. 레의 음계 높이로 
    "숨 그렇게 쉬지 마세요~ 계속 그렇게 쉬시면 손 발 꼬이고 나중엔 기절합니다"
    간호사 언니가 무서워서 숨을 딱 참고 코로 쉬기 시작한 나에게
    "잘하시네요. 약 들어가기 전엔 계속 아프실 겁니다. 그래도 참으세요"
    하고 나가셨다.
    간호사 언니에게 잘했다고 칭찬받은 것에 대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가, 그녀의 싸늘한 말투에 반해버렸다.
    프로야. 그 간호사 언니에게는 누가 봐도 퍼펙트한 프로의 숨결이 느껴졌어. 
    우연히 실려온 병원에서 나는 또 이렇게 롤모델을 찾아낸 것인가, 이런 범근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또 토했다.
    기승전토. 다섯번째 토. 놀랍도록 멈추지 않는 토. 나도 이런 내가 드럽고 싫다. 구토 억제제는 언제 주는 거냐. 

    식중독에 병원이 최고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위경련 억제제와 구토제랑 진통제를 맞으니 금방 살아났다. 진작 병원 올 걸.. 그랬으면 방바받에 토는 안 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집에 돌아가면 문 열어놓고 소독부터 해야지. 카페트도 빨 생각하니 갑자기 잠잠했던 위가 다시 꼬이는 기분으로 퇴원했다.

    결론: 식중독은 발명 즉시 병원에 가시면 더러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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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덕후의 꼬릿말입니다
    옛말을 가슴에 새기며 인내하고 있습니다. 네 시작은 비록 쌀죽이나 그 끝은 스테이크 뷔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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