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번, 기묘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div> <div><br></div> <div>가위눌림이라는 현상은 많은 이들이 겪고 있으리라 생각한다.</div> <div><br></div> <div>일반적으로 가위눌림은, 실은 잠을 자고 있는데도 뇌가 착각을 해 깨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도 그 해석에 동의하는 바였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거기서 호기심이 생겼다.</div> <div><br></div> <div>만약 가위에 눌렸을 때, 그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흥미가 생긴 나는 내가 자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가위에 눌리는 순간을 관찰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자기 전에 카메라를 적당한 위치에 설치하고, 자는 동안 가위에 눌리면 일어나서 카메라를 확인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렇게 가위를 자주 눌리는 것도 아니었기에, 한 두 달 가량은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어느날 밤, 마침내 때가 왔다.</div> <div><br></div> <div>그 날은 특별히 지친 것도 아니었고, 딱히 가위에 눌릴 거라는 예감도 없었기에 평소처럼 잠에 들었던 터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잠에 들고 4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가위에 눌릴 때 느껴지는 특유의 기분 나쁜 감각이 나를 덮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곧바로 의식이 돌아오고,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div> <div><br></div> <div>드디어 가위에 눌렸구나, 하고 흥분하는 한편,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감정이 마구 뒤섞인다.</div> <div><br></div> <div>이 실험의 목적은 단순히 가위에 눌리는 게 아니라, 얼마나 이 현상을 지속시켜 기록으로 남기는가에 달려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랫동안 가위에 눌려있지 않으면, 동영상을 틀어도 잠시 지나가고 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나는 필요 이상으로 몸을 안정시키지 않으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왠지 묘하게 냉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어서, 가위에 눌리고서 그렇게 5분 가량을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슬슬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오고, 슬슬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내게는 가위에 눌리는 것 말고도 계획이 하나 더 있었다.</div> <div><br></div> <div>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소리를 힘껏 지르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힘껏 소리를 지를 경우, 그것을 찍은 영상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div> <div><br></div> <div>정말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머릿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상상만 할 뿐, 실제로는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인지.</div> <div><br></div> <div>그것이 알고 싶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가위눌림 끄트머리에, 온 힘을 쥐어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div> <div><br></div> <div>나 자신의 감각으로는 확실히 소리를 질렀다는 느낌이었다.</div> <div><br></div> <div>그와 동시에 힘이 다 했는지,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더니,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묘하게 몸이 나른하다.</div> <div><br></div> <div>그토록 기력을 쥐어짰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div> <div><br></div> <div>솔직히 당장이라도 찍어놓은 영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우선 출근이 급했기에 퇴근 후에 확인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 드디어 어제 찍은 동영상을 확인한다.</div> <div><br></div> <div>두근두근대며 기대했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내가 자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는 것 뿐이겠지.</div> <div><br></div> <div>다만 소리를 질렀던 시점의 영상이 무척 궁금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카메라를 PC에 연결하고, 파일을 확인한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뭔가 이상하다.</div> <div><br></div> <div>대개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은 "일련번호.avi" 형태로 저장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카메라 안에는, 며칠 전에 찍고 지우지 않았던 실험용 동영상 몇 개와, 어제 찍은 동영상 파일만이 있을 터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폴더 안에는 [ssggggg34333333333333], [B9めn項sSもp懺れ履水] 등 완전 이상한 이름의 파일이 30개나 있었다.</div> <div><br></div> <div>심지어 확장자도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연히 더블클릭해봐도 실행이 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시험삼아 이름을 바꿔 뒤에 ".avi"를 붙여 봤지만, 재생할 수 없는 파일이라는 창이 뜰 뿐이다.</div> <div><br></div> <div>어쩔 수 없이 그 중 유일하게 "일련번호.avi" 형태로 저장된 파일을 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련번호와 저장일로 미루어 보니, 어제 찍은 영상인 듯 했다.</div> <div><br></div> <div>재생이 시작되고, 내 방의 모습이 나타난다.</div> <div><br></div> <div>촬영 시점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내 발 끝에서, 내려보듯 찍혀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화면 아래 쪽이 내 발 쪽이고, 화면 위 쪽은 내 머리 쪽이다.</div> <div><br></div> <div>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동영상을 배속 재생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러다 문득 어라, 하고 당황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동영상의 총 재생시간이 하단에 표시되어 있는데, 4시간 남짓이었다.</div> <div><br></div> <div>분명 내가 잠에 든 시간과, 일어난 시간을 감안하면 7시간 정도 분량이 촬영되어 있어야 한다.</div> <div><br></div> <div>그게 묘하게 짧은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상하다 싶었지만, 일단 계속 배속 재생으로 영상을 본다.</div> <div><br></div> <div>그 사이,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나는 종종 뒤척이거나 미묘하게 움직일 뿐,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div> <div><br></div> <div>동영상이 3/4 정도 재생될 무렵까지 배속으로 영상을 틀었지만, 아무 변화도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어제 내 감으로는 이 무렵에 가위에 눌렸었다.</div> <div><br></div> <div>곧 가위에 눌리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그 부분부터 정상 속도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재생 시간이 3시간 30분을 넘어갈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까와 마찬가지로 뒤척이던 내가, 몸을 돌리다 그대로 멈춰버렸다.</div> <div><br></div> <div>몸을 돌리다 오른손을 하늘에 올린 채, 몸이 딱 굳어 있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당황해서 재생바를 확인했지만, 재생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간이 흐르는데, 화면 속의 나는 혼자 부자연스럽게 팔을 공중에 든 채, 일시정지라도 한 것 마냥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div> <div><br></div> <div>혹시 이게 가위에 눌렸을 때의 모습인걸까?</div> <div><br></div> <div>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에, 가슴이 덜덜 떨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위눌림은 단순한 뇌의 착각이 아닌걸까?</div> <div><br></div> <div>설마 실제로 몸이 경직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채 그저 멍하니 동영상만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몸이 굳고 나서 3분 가량 흘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화면은 여전히 똑같다 싶었지만, 뭔가 이상하다.</div> <div><br></div> <div>이 위화감은 뭘까, 하고 의문을 느끼고 있을 무렵, 문득 깨달았다.</div> <div><br></div> <div>자고 있는 내 발 밑, 이불 속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나와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대단히 느린 움직임이었기에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분명히 내 몸이 아닌 무언가가, 내 발 밑으로부터 나와 있었다.</div> <div><br></div> <div>이윽고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며, 검은 부분 외에 하얀 부분도 영상에 잡히기 시작한다.</div> <div><br></div> <div>아무래도 머리카락과 이마 같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람의 얼굴이다.</div> <div><br></div> <div>사람의 얼굴이, 내 발 밑, 이불 속에서 거꾸로 천천히 튀어나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이 동영상을 꺼야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동영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div> <div><br></div> <div>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동영상을 끝까지 봐야한다는 것처럼, 정지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div> <div><br></div> <div>몸이 자유롭게 움직여주질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치 깨어있는 상태에서 가위에 눌린 것처럼.</div> <div><br></div> <div>이윽고 그 얼굴은 이불에서 반쯤 빠져나와,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 두 눈에서는 전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쩐지 카메라 너머로,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나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사이, 동영상 속에서 팅팅팅하는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피식, 파식하는 파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이대로 계속 보다가는 너무 위험하다.</div> <div><br></div> <div>저 얼굴이 전부 나오면 끝장이다, 하고 직감적으로 느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제발 멈춰줘!</div> <div><br></div> <div>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멈춰!</div> <div><br></div> <div>마음 속으로 계속 소리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동영상의 재생 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div> <div><br></div> <div>제발 멈춰!</div> <div><br></div> <div>이대로 저 얼굴이 다 나타나기 전에, 동영상이 끝나기만을 빌던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화면에 나타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화면 한구석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카메라 스위치를 눌러 녹화를 정지시켰던 것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화면에 찍힌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div> <div><br></div> <div>화면에 나타난 나는, 무표정인 채로 카메라에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눌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것을 보자 나는 공포와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div> <div><br></div> <div>정신을 차리자 이미 아침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모니터 속의 카메라 폴더에는, 어제 봤던 동영상 파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파일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꿈이 아니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솔직히 그 이후 그 동영상을 다시 보는 것 자체가 두려웠기에, 바로 동영상을 지우고 카메라도 팔아버렸다.</div> <div><br></div> <div>그 날은 도저히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 회사마저 쉴 정도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 내가 봤던 것은 도대체 뭐였을까.</div> <div><br></div> <div>녹화를 중지시킨 것은 분명히 나였지만, 내 기억 속에는 결코 그랬던 적이 없다.</div> <div><br></div> <div>설령 내가 녹화를 멈췄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침대 위에는 또다른 내가 누워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이불 밑에서 나타나던 그 얼굴은...</div> <div><br></div> <div>그 때 이후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가위에 눌린 적이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754?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754?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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