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귀신을 믿지 않습니다.<br>이유는 간단합니다.<br>여태까지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br><br>하지만…….<br><br>2004년 2월, 저는 훈련소에 입소하였습니다.<br><br>처음엔 적응하지 못해 힘들다는 생각과 나완 맞지 않는 곳 같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br>물론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며칠이 지나자, 현실을 수용하고 훈련소 생활을 나름대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br><br>보통 경계근무는 일반 병사들이 하지만, 훈련소에서 훈련병도 순서대로 일반병사와 짝을 지어 야간 경계근무를 서곤 합니다.<br><br>제가 야간경계근무를 서게 된 날, 저는 부대 뒷산에 있는 외곽초소로 배속되었습니다. <br>그날 암구호는 "매미-나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br><br>함께 근무를 서는 일반병사는 전역이 두 달 남은 병장이었습니다.<br>병장은 초소 안에 앉아 부대를 바라보고 있고, 저는 초소 밖에서 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br>근무를 서는 동안 그 병장은 자랑하듯,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를 해줘서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br><br>그러다 어느새 이야기도 떨어져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br><br>새벽 두시.<br>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흑백의 음영으로 비치는 수풀과 나무들 뿐.<br><br>그런데.<br>갑자기…….<br>정말 갑자기…….<br><br>검은 그림자를 한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br>처음에는 바람에 날린다고 생각하려 했습니다.<br>그런데 점점 나무들이 작은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br><br><span class="q1">열 살 정도의 아이의 그림자들이 제 시야에 하나 둘 씩 늘어만 갔습니다.</span><br><br>저는 턱 하고 숨이 막혔습니다.<br>고개를 돌려 초소 안을 보니 병장은 졸고 있었습니다.<br><br>다시 산등성이를 보니 그 아이 형체의 그림자들은 강강술래를 하듯 손에 손을 쥐고 있었고,<br>점차 산등성이를 내려왔습니다.<br><br>귓가를 때리는 매서운 겨울바람 소리에 목소리가 실려 왔습니다.<br><br><span class="q1">"이리와……. 이리와……. 이리와……."<br>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span><br><br>산등성이를 내려오는 검은 그림자들.<br>저는 M-16총을 든 채로 이 혼란스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br>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만 느끼고 있었습니다.<br><br> "매미! 매미!"<br><br>갑자기 초소 뒤에서 암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br>뒤를 돌아보니 순찰을 온 장교를 향해 병장이 암구호를 묻고 있었습니다.<br><br>장교가 지나간 후, 병장이 말했습니다.<br><br> "신병이 그렇게 얼빠져 있으면 어떻게 해! 난 곧 전역하니까 괜찮지만, 신병이 그러면 욕 제대로 먹을 거야. 정말 걱정돼."<br><br>변명처럼 저는 제가 본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야기를 들은 병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br><br> "여기서 근무를 설 때 하지 말아야 될 게 있어."<br> "뭡니까?"<br><br><span class="q1">"절대 한 군데만 봐선 안 돼."</span><br><br>특히 야간처럼 시야가 흐려질 때 한 곳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동공이 흔들려서 보이는 물체들이 제멋대로 살아서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br><br>그 말을 듣고, 일리 있는 해석이라 생각하고 납득했습니다.<br>어차피 귀신을 안 믿던 저에게는 당황스러운 기억보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br><br>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br>그때 제가 들었던 소리는 어디에서 울려 퍼진 소리인지…….<br><br><span style="color:#8e8e8e;">"이리와……. 이리와……. 이리와……."<br>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span><br><br> [투고] feveriot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