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이 군복무중, 자기 선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br><span style="color:#8e8e8e;">(이제부터 서술자는 동생의 선임입니다.)</span><br><br>저의 아버지 고향은 강원도입니다.<br><br>제가 중학생 시절,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 분과 함께 고향에 간 적이 있습니다. 명절이기도 했지만, 두 분 다 낚시를 워낙 좋아하셔서 고향에 있는 큰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br><br>시골에 도착한 첫 날부터 아버지께선 밤낚시를 하러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극구 말리시며 못 가게 하셨습니다. 요새 동네가 흉흉해서 밤낚시 가서 돌아온 사람이 없다며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다.<br><br>아버지는 그런 건 헛소문이라며 할머니 말씀을 신경 쓰지 않으셨고, 밤에 할머니께서 주무실 때 몰래 나와 낚시를 하러 가셨습니다. 저 역시 덩달아 가게 되었고, 셋이서 밤낚시를 하게 되었습니다.<br><br>어느새 시간은 흘러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br>두 분께선 약주까지 한 잔 하셔서 꾸벅꾸벅 졸고 계셨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낚시이기도 했고,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상당히 쌀쌀한 늦가을에 잠도 오지 않아 저는 그저 뭔가 물지 않을까 찌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br><br>그러던 중, 갑자기 물가 주변으로 안개가 심하게 끼기 시작했습니다. 찌의 윤곽선이 보이지 않아 그저 피곤해서 눈이 침침해졌거나 안개 때문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곧 그런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br><br>1) 자세히 관찰한 결과, 찌가 고기가 물었을 때처럼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었고 <span style="color:#8e8e8e;">(그래서 윤곽선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span><br><br>2) 그렇게 찌가 떨리고 있는데도 수면은 조용했습니다. 즉, 찌가 수면에서 3~4cm정도 떠올랐던 것 입니다.<br><br>처음엔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찌가 왜 그럴까.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왜 떠있는 걸까. 저 찌가 원래 고기가 물면 공중에 뜨는 건가? 이런 생각뿐이었습니다.<br><br>그렇게 가만히 떨리는 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찌 주변의 아지랑이들이 안개와 합쳐지며 하얀색의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물질로 이루어진 형상으로 바뀌었습니다. <span class="q1">마치 하얀 안개들이 뭉쳐진 것 같은 것……. 이윽고 그것들은 사람 형상으로 변해갔습니다.</span><br><br>하얀 물체는 자길 쳐다보는 것 같았고, 점점 형체를 완성해 가며 저희 쪽으로 천천히, 그리고 공중에 뜬 채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br><br>저는 그제야 예삿일이 아니다 싶어 주무시는 두 분을 깨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br><br><span class="q1">하얀 물체는 점점 모습이 뚜렷해지는데, 얼굴 부분에 눈, 코, 잎이 만들어지며 마치 울부짖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고, 점점 벌어지는 눈구멍에는 퀭하니 어두운 구멍만 있을 뿐 점이 없었습니다.</span><br><br>아버지와 아버지 친구 분은 일어나지도 않고, 제 몸 역시 움직이지 않아 쳐다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 친구 분께서 꿈을 꾸시다가 화들짝 놀란 듯, 벌떡 일어나셨습니다.<br><br>일어나자마자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정체모를 형체를 보고서는 저와 아버지를 깨우려고 흔드셨지만, 저는 움직일 수 없었고, 아버지는 여전히 요지부동.<br><br>그러자 친구 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 그 두 사람을 양 어깨에 한명씩 들쳐 메고 1km정도 뒤 길가에 세워놓은 차까지 달리셨습니다.<br><br>신기하게도 차 근처까지 오자 제 몸이 움직여졌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br><br>다음 날,아버지께선 낚시를 간 것까진 기억나는데 일어나보니 집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저와 친구 분이 어젯밤 일을 말씀드려도 처음에는 믿지 않으셨지만, 계속 말씀드리니 그제야 반신반의 하셨습니다.<br><br>여하튼 무사히 돌아온 건 다행인데, 생각해보니 급히 도망치느라 낚시도구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br><br>낚시도구를 찾아와야 했기에, 두 분이서 저수지로 다시 갔는데,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먹다버린 쓰레기마저도 없었다고 합니다.<br><br>저수지 근처에는 조그마한 절이 있었는데, 혹시나 그 절에서 스님이 쓰레기인 줄 알고 가져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에 가서 물어보셨다고 합니다.<br><br>하지만 스님은 아무것도 가져온 게 없다고 하시고는, 오히려 서울에서 왔냐고 되물어보셨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서울사람들은 이 저수치 근처에도 가면 안 된다고, 이 근방 여인이 서울에서 온 낚시꾼이랑 정을 나눈 뒤, 임신하게 되었는데 가정이 있는 남자는 매정하게 그녀를 버렸고, 그녀는 그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br><br>그 뒤로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서울 사람이 종종 실종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경찰 수사 결과에서는 유류품 같은 것도 물에 떠오르지 않고 현장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으니, <span class="q1">증거 불충분으로 단순 가출 처리 되곤 한다고 합니다.</span><br><br>그 후에도 아버지 친구 분께선 종종 저희 집에 오시는데, 그 때 이야기를 자주 하시곤 합니다.<br><br>당시 친구 분께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엄청난 오한이 들고 닭살이 돋아서 잠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일어나니 눈앞에 이상한 물체가 있어서 직감적으로 여기 있으면 죽겠다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저희 부자를 들쳐 메시곤 뒤도 안 보고 뛰셨답니다. 평소라면 못 들었을 때 그런 괴력이 어디서 나셨는지 본인도 신기하다고 하십니다. <br><br>아버지 친구 분의 집안이 예전부터 기운이 강하고 대가 세서 대대로 조상신이 많이 계셨다고 합니다. 그 덕에 아버지 친구 분은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던 것 같다며 지금도 저희 아버지는 그 친구 분이 생명의 은인이라며 집에 오실 때마다 극진히 대접해드립니다. <br><br> [투고] sonicflow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