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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8669
    작성자 : song
    추천 : 32
    조회수 : 3083
    IP : 211.221.***.89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8/06/16 13:24:51
    http://todayhumor.com/?panic_98669 모바일
    [번역괴담][2ch괴담][827th]할머니와 쿠로
    옵션
    • 펌글
    <div>생애 딱 한번 겪은 심령 관련 사건이다.</div> <div><br></div> <div>내가 사는 곳은 엄청 시골이다.</div> <div><br></div> <div>몇년 전에 편의점은 생겼지만,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인데다 여름에는 머위 따고 가을에는 감을 말리는 그런 옛 동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동차 한대 지나갈 너비의 길 옆에는 죄다 논이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논과 밭 한가운데, 우리 집이 있다.</div> <div><br></div> <div>상당히 뜰이 넓어서 툇마루에는 햇빛이 기분 좋게 내려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초봄에는 정말 따뜻하고 기분 좋지.</div> <div><br></div> <div>날이 따뜻해지면 할머니와 거기 앉아 같이 다과를 즐기곤 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뜰에 자주 고양이가 찾아오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마리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div> <div><br></div> <div>점박이도 있었고, 세 색깔 털이 섞인 고양이도 있었다.</div> <div><br></div> <div>할머니는 볕을 쬘 때면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곤 하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 풍경을,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가족들도 고양이를 쫓아내거나, 목걸이를 채워 집고양이로 삼으려 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저 "호랭이" 라던가, "점박이" 라던가 이름을 붙여, 바라볼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머리가 좋지 않았던 나는 그대로 지역 식품회사에 취직했다.</div> <div><br></div> <div>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데다, 직장환경도 좋았다.</div> <div><br></div> <div>우리 회사에서는 가다랑어포 가루가 매일 같이 잔뜩 나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날 내가 그 가루를 가지고 돌아오니, 할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div> <div><br></div> <div>[고양이는 가다랑어포를 정말 좋아하니, 분명 기뻐할게다.]</div> <div><br></div> <div>다음날부터 작은 도자기 그릇에 할머니가 가루를 올려두면 고양이들이 핥아먹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덧 할머니는 여든을 넘으셨다.</div> <div><br></div> <div>옛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쇼핑도 가시고, 노인정에서 회의가 열리면 꼭 나가셨는데, 어느새인가 집에만 머무르게 되셨다.</div> <div><br></div> <div>매일 얼굴을 마주보기에 무심코 넘어갔지만, 자세히 보면 뺨은 홀쭉하고 손에는 혈관이 선명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도 할머니는 매일같이 고양이 먹이 주는 것만은 잊지 않으셨다.</div> <div><br></div> <div>할머니가 지쳐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하시는 날에는, 나나 어머니가 먹이를 주었다.</div> <div><br></div> <div>재작년 여름, 내가 직장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왔을 때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머니가 줄곧 "쿠로" 라 부르던 고양이가 쓰레기 버리는 곳에 있었다.</div> <div><br></div> <div>땅에서 뒹굴거리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자주 먹이를 먹으러 오는 칠칠치 못한 인상의 고양이었다.</div> <div><br></div> <div>언제나 귀찮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마음 속으로 "아, 쓰레기 냄새를 맡고 왔구나." 싶어 조금 웃었다.</div> <div><br></div> <div>언제나 집에서 만나던 쿠로를 직장에서 만나니, 왠지 신선하고 조금 기뻤다.</div> <div><br></div> <div>쿠로는 나를 바라보더니 아장아장 다가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는 쓰레기 봉투를 손에 든 내 앞에서, 등을 쫙 펴고 앉았다.</div> <div><br></div> <div>평소라면 발밑에 바짝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조르던 쿠로가, 마치 경례라도 하는 듯 앞발과 귀를 세우고 나를 바라본다.</div> <div><br></div> <div>그런 쿠로의 모습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울지도 않고, 침도 흘리지 않고, 그저 내 눈을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쿠로가 전하려던 건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div> <div><br></div> <div>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찾아오고야 마는 것.</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울었다.</div> <div><br></div> <div>고무장갑을 벗고 눈시울을 눌러도, 눈물은 자꾸 흘러나왔다.</div> <div><br></div> <div>오열 같은 소리와 딸꾹질이 멈추질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흐릿한 시야에 쿠로가 번져서 보였다.</div> <div><br></div> <div>아직도 내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div> <div><br></div> <div>[알았어, 알았으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울먹이며 쿠로에게 말했다.</div> <div><br></div> <div>가슴이 무언가로 꽉 조여진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장식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쿠로의 얼굴은 눈물로 번져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왜일까, 몹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div> <div><br></div> <div>나는 그것이 견딜 수 없이 슬펐다.</div> <div><br></div> <div>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울고 있는 나를 상사가 찾아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나는 그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상사를 따라 돌아가는 사이, 뒤를 돌아보니 쿠로는 이미 거기 없었다.</div> <div><br></div> <div>[할머니가 돌아가셨어.] 라는 전화가 온 것은, 사무실에 들어온 직후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도 우리 집에는 따뜻한 날이면 고양이들이 찾아온다.</div> <div><br></div> <div>햇빛도 쬐고, 먹이를 달라고 어머니를 보채고.</div> <div><br></div> <div>나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종종 쿠로가 등을 쫙 펴고 툇마루를 바라본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 때면 어머니는 방석과 차, 과자를 툇마루에 올려두신다고 한다.</div><br><br>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1181?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1181?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song의 꼬릿말입니다
    주말에 보신다는 댓글 다신 분이 생각나 주말이라 올립니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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